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철새홍보관장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철새홍보관장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잡힐 듯이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아버지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동요 따오기 1·2절)
 
따오기는 암울하고 참담한 시대적 민족 정서를 옮겨 들여 노래를 부르거나 듣는 이들로 하여금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소재로 활용했다. 따오기는 청정 환경의 대표 종으로 논과 같은 습지에서 주로 먹이를 찾으며 미꾸라지, 개구리 등 양서 파충류를 먹는다.
 
1860년 무렵에는 우리나라에 많은 따오기가 분포한다는 기록이 있다. 서울 북부 지역에서 50마리의 따오기 무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1979년 비무장지대(DMZ)에서 사진이 찍힌 뒤로 따오기는 국내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따오기는 동요 '따오기'에 나올 정도로 흔한 습지 텃새였다. 1913년 우리나라를 답사한 폴란드의 조류학자 타크자노우스키(Taczanowski)는 서울 근교에서 50마리 정도의 따오기 떼를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영국의 캠벨(Campbell)은 우리나라에서 봄과 가을에 흔히 볼 수 있으며, 쉽게 사냥총의 밥이 되는 새라고까지 표현했다. 그 후 1950년대 한국전쟁과 농약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의한 서식지 감소와 파괴, 먹이 감소 등 영향으로 따오기의 마릿수가 점차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1979년 비무장지대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보고된 것이 없었다.
 

따오기의 번식지인 중국의 경우, 1981년 5월 23일 중국 섬서성 양현에서 7마리밖에 남지 않은 따오기를 발견한 날이기도 하다. 
 
2008년, 중국에서 4마리를 기증받아 2008년 한중 정상회담 당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따오기 두 쌍을 기증하면서 복원이 시작됐다. 
 
경남 창녕군은 우포늪에 따오기복원센터를 만들어 증식·복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9년까지 1년간 중국 사육사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독자적인 증식 기술을 개발했다. 
 
처음 프로젝트에 필자도 참여했다. 2013년에도 수컷 두 마리를 추가로 기증받기도 했다. 올해 6월경이면 2019년에 우포늪 자연으로 돌려보낸 2016년생 따오기 부부가 부화한 새끼 따오기 두 마리가 어미 새를 따라 우포늪을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자연에서 사라진 지 42년만의 경사이다.
 
따오기는 저어새 과에 속하는 중형 물새이다. 한자어는 주로(朱鷺)·홍학(紅鶴)이라고 하며 시베리아 우수리지방, 중국 동북 지방 등 습지에 서식한다. 몸길이는 77㎝이며 부리가 아래로 길게 굽어 있다. 머리는 흰색이나 이마·눈앞·눈 주위·목에는 붉은 피부가 노출돼 있다. 뒷머리의 깃털은 연한 등홍색을 띤 관 모양을 이루고 있으며, 등·어깨·허리 및 윗꼬리덮깃은 흰색이나 깃털의 기부는 연한 등홍색이다.
 
날개깃·날개덮깃 및 꼬리는 흰색이며 연한 등홍색을 띤다. 가슴·배·옆구리는 흰색이며 부리의 기부는 적색, 그 나머지는 흑색이다. 다리는 짧은 편이며 적갈색이다. 번식기의 번식 깃은 관우(冠羽)·목·등·어깨깃·날개덮깃 등이 회흑색을 띠기도 한다.
 
번식기에는 암수 한 쌍이 함께 행동하며 그밖에 시기에는 작은 무리를 이루어 생활한다. 논이나 늪 혹은 갯가나 물가에서 작은 물고기·개구리·게·조개·수서곤충 등을 먹으며 때로는 식물도 먹는다. 경계심이 강하며 사람이 나타나면 급히 날아간다.
 
'황새의 재판'이라는 이야기는 꾀꼬리와 따오기가 서로 목청 자랑을 하다가 황새에게 가서 판결을 받기로 했다. 따오기가 개구리를 잡아 황새에게 뇌물로 쓴 까닭에 황새는 꾀꼬리 소리를 간사하다고 하고, 따오기 소리를 점잖은 장부의 소리로 평했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실제 따오기 울음은 즐겨 듣고 싶지는 않다. 여기서 따오기와 황새의 먹이 중 하나가 개구리임을 알 수 있다. 
 

지난 8∼9일, 울주군 회야강 인근 농경지에서 먹이활동하는 적색 따오기 1마리가 관찰됐다. 적색 따오기가 우리나라에서 관찰된 사례는 2018년 4월 20∼30일 제주시 한경면에서 3개체, 2020년 5월 18일 경기도 고양시 장흥 습지 인근 논에서 1개체가 관찰된 이후 세 번째이다. 따오기는 대를 이어 습지를 기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