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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3

정현두
 
고민을 풀어 보려 앉는다, 이른 아침
나는 한결같이 모자이크에 갇힌다
벽면 타일이 온통 똥색이다
우쭐대던 선들이 변색된 얼굴로
이 세상에 변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한다
 
그는 내 생각을 가장 잘 안다
갑옷 속의 나를 꿰뚫고 있다
창자들의 수군거림도
물 내리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
어제 다녀간 음탕한 소문도
풀려 질 수 있다는 걸 
그만이 알고 있다
 
비몽사몽의 새벽을 맞아
벽은 힘주는 옆구리를 잡아준다
짧은 시간 무거운 생각을 다스린다
반성하는 점선들은 틈새를 메꾼다
해우만큼 후련한 소통은 없다
 
△정현두: 문학세계 신인상으로 등단(2016), 국제라이온스협회 울산·양산지구 사무총장 역임, 울산남구문학회 이사, 울산문인협회 이사, 울산문수필담 회원, 청림문학상 수상(2018)
 

서금자 시인
서금자 시인

모자이크는 살아가는 순간들의 기록이다. 신선하고 발랄한 이미지로 자랑하고 싶다가도 때론 감추고 싶은 우리의 일상, 정현두 시인은 그런 일상을 모자이크로 메타포하고 있다. 우리 사는 동안 수많은 모자이크의 조합, 그 조합이 우리 세월을 만들어 가고 있지 않은가? 
 
벽면 타일이 온통 똥색으로 우쭐대던 선들이 변색된 얼굴로 세상에 변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말하는 시인은 힘든 세상사를 후련한 해우로 보상 받으려 하고 있다. 하여 모자이크로 처리되고 싶은 순간을 화려한 내일을 꿈꾸기 위한 휴(休)의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해우소는 민낯이어도 최고가 되는 곳, 더럽다고 찌푸리면서도 날마다 짜릿한 밀회를 즐기는 곳, 비운 만큼 채우려는 속물 건성 되돌아보는 참회의 공간, 어제의 허물을 벗고 견고한 오늘의 알을 품기 위해 반복되는 일기를 쓰는 너와 나의 공부방이다. 우리에게 이만한 곳 또 있을까, 하여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날마다 그곳을 기웃거리고 있지 않은가? 
 
시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따뜻하다. 해우를 통해 모자이크로 처리하고 싶은 순간을 내일을 향한 신선한 마중물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비몽사몽의 새벽도 잡아주는 벽이 있다고 힘을 보탠다. 하여 반성하는 점선들이 일상의 틈새를 잘 메꾸어 갈 것을 함께 소망해 본다. 
 서금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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