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가려진 가치
익숙함에 가려진 가치
  • 신민아
  • 2021.06.10 19:14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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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육청 기후위기대응교육센터 학생기획단 기고]신민아 천상고 2학년
이민정 천상고 2학년
신민아 천상고 2학년

21세기 들어 매년 약 2,700억 톤에 달하는 빙하가 사라졌다. 해수면이 21% 상승했고, 빙하가 녹는 속도는 20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빨라졌다. 
 국내 연평균 기온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지만 5월에도 강원도에서는 눈이 내리며 뒤죽박죽거리는 날씨는 점점 두려움으로 변해가고 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닥친 위기가 아니라면 큰 관심이 없다. 우리 모두의 문제인데도 말이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우리나라의 흔한 구시대적 발상 덕에 우리는 곧 삶의 터전을 잃게 생겼다. 이것이 지속된다면 분명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나는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면 차라리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프랑스 국립연구원(CNRS)에서 자연보호구역에 살면 환경 인식이 높아진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보호구역을 운영하는 것이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인생 18년 동안 고개만 돌리면 푸른 나무와 산이 있었고, 늦은 밤 집으로 걸어오면서 별구경을 하며 별자리를 찾는 게 일상이었다. 창문 너머로 딱따구리 소리를 들으며 수학 숙제를 하고, 낮잠 자다 닭이 울면 제발 조용히 좀 해 줬으면 할 때도 있었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와서인지 나는 이런 내 일상이 없어지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 

 하지만 이런 나도 사실 울산에 대해서는 굉장히 매정한 사람이다. 아니 매정한 사람이었다. 울산에 볼거리가 뭐가 있길래 사람들이 놀러 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태화강은 특히나 더 그랬다. 태화강이 국가 정원으로 지정된 날에도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다. 태화강을 왜? 

 그러던 얼마 전, 나는 자전거를 타고 태화강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만난 오색빛깔 꽃들과 시원한 바람, 반짝이는 강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왜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여태 보지 못했을까. 그러다 번뜩 깨달았다. 나는 보지 못한 게 아니라 보려고 시도 조차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전거를 타기 전, 나에게 있어 태화강은 그저 대나무밖에 없는 강에 불과했고, 자주 보는 익숙한 공간이라 매력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번 산책은 나를 눈뜨게 해준 좋은 기회가 되었다. 매일 지나쳐 온 태화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눈을 감고 있었던 이전의 내 모습을 반성하게 해주었다.

 나는 자연을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변했다. 내가 보고 있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아낄 줄 알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서 봄이 찾아오는 시기가 되면 그때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봄바람이나 아침마다 쫑알쫑알 들리는 새소리 같은 것 말이다. 만약 당신 곁에 존재하는 소중함들을 찾기 어렵다면 당신의 일상 속 한 부분을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해 봐라.  

 요즘 우리는 마스크 없이 밖에 나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와 한 몸이 되었다. 마스크 없이 사람들과 대화하고 마음껏 놀러 다닐 수 있었던 그때를 모두가 그리워한다. 그 시절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행동들이 지금은 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더 심각한 건 황사나 미세먼지가 사계절 내내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가 끝이 나도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벗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잃어버리고 나서야 깨달은 것은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그 덕에 누릴 수 있는 현재의 편안하고 안락한 삶에 항상 감사하다. 그러나 너무 빠르게 앞만 보고 달린 탓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이제는 잠시 멈추고 주변을 둘러볼 때가 됐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소설<어린 왕자>의 한 구절이다. 자연과 가까이 살면 환경인식이 높아진다는 논문이 틀린 말은 아니다. 자연과 함께하면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연스레 그 소중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익숙함이라는 그림자에 가려져 소중함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은 매우 쉽다. 현재 우리 모습만 봐도 그렇다. 우리는 어리석게도 매일 보는 풍경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익숙함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부분을,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부분을 다시 되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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