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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울산에서 어제 뜻깊은 행사가 하나 열렸다. 중구 약사동 세이골공원에서 '한국전쟁 전·후 울산지역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제막식'이 그것이다. 이 위령탑 건립은 억울하게 희생된 혈육의 넋을 위로하고자 하는 유족들의 오랜 염원을 담은 숙원사업이어서 더욱 값진 일로 여겨진다.  

 '울산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은 1950년 한국전쟁 전후,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서 아무런 죄도 짓지 않은 민간인 870여 명이 '적에게 동조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만으로 재판절차도 없이 온양읍 대운산 골짜기와 청량읍 반정고개에서 군대와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된 사건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1차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로 412명이 진실규명 결정됐다. 아울러 지난해 12월부터 2차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출범으로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400여명에 대한 추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아직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조속한 기간 내에 진실이 모두 규명돼 이번 위령탑에 새겨졌으면 한다. 그동안 70년간을 역사의 뒤안길에서 숨죽여 아파하고 인내해 온 유족들의 상처를 보듬는 작은 위안처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후세들에게 울산만의 특색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도 그만한 장소가 없을 듯하다. 
 위령탑은 고깔과 장삼을 걸치고 두 개의 북채를 쥐고 춤추는 민속춤 승무(僧舞)를 형상화해 상처와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고 날아가는 영혼의 날개짓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두 마리의 비둘기가 각각 '진실'과 '화해'라는 글자가 각자(刻字)된 올리브 가지 잎을 물고 마주 보는 모습은 평화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함월산 자락에 세워진 위령탑의 이같은 형상과 상징성을 통해 울산지역 청소년들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하는 기회가 되고 아픈 상처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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