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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전셋값 오름폭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한 아파트 단지 내 전세 이중가격 현상도 고착화되고 있다. 수급 불안정으로 전셋값 상승폭이 커지는 등 최근 울산의 전세시장이 심상찮은 흐름을 보이면서, 신규 계약된 전세는 2년 전 전세계약의 갱신청구권 행사로 형성된 전세가격와 2배 이상 격차를 벌이는 등 이중가격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 

20일 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첫째 주 울산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1.8로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면서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전국 평균 전세수급지수는 108.4다. 전세수급지수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전세를 구하는 사람이 내놓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울산에서 동구를 제외한 4개 구·군이 전국 전셋값 상승률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전국 230개 시·군·구 중 울산 남구(22.56%)는 세종(51.38%)과 대전 유성구(23.50%)에 이어 3위다. 4위에는 울산 북구(22.16%), 6위 울산 중구(20.33%), 8위 울산 울주군(17.67%)가 올랐다. 

전셋값 상승요인은 개정된 임대차법과 초저금리, 지역 입주물량 부족 등이 꼽힌다. 특히 울산은 올해 초부터 입주 물량 가뭄현상이 지속되면서 미분양 물량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토부의 지난 1~2분기 입주예정아파트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울산의 입주물량은 '0'가구다.

울산지역에서 전세값 상승폭을 키우면서, 같은 아파트에 같은 면적에서 전세가격이 수억원 이상 차이나는 이중가격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례로 북구 송정지역 한양수자인 84㎡(전용면적)는 2019년 3월 1억 6,000만원에서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4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인근 울산송정한라비발디캠퍼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단지는 2019년 11월 2억 4,000만원(전용면적 84㎡)에 계약됐는데, 올해 3월께 4억 3,000만원에 신고된 계약 사례가 나왔다. 현재는 찾아볼 수 있는 매물 자체가 없다. 

울산지역 최고가 아파트로 알려진 남구 문수로아이파크1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84㎡ 전세값이 2년 전 3억 8,000만원에서 5억 8,000만원에 급등했다. 

울주군 울산KTX역세권 동문굿모닝힐아파트 역시 입주 당시인 2019년 6월에 1억 2,000만원 하던 전세가격이 2년이 지난 현재 3억 3,000만~3억 5,000만원에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에선 지난달 각각 1억 8,000만원, 3억 3,000만원 2건의 전세계약을 맺었다. 

2년 전 같은 면적의 전세 계약과 비교하면 전자는 이와 비슷한 수준이고, 후자는 신규 계약된 것이다. 새로 계약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의 전세가격이 2배 가까이 벌어진 셈이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하면서 임대료 인상률 5%를 적용한 사례와 신규로 전세 계약을 맺은 사례의 차이가 뚜렷한 것이다. 

임대차법에 따라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전세계약을 2년 더 연장하면서 4년간 임대료 인상이 제한되자 집주인이 신규 전세 계약 시 전셋값을 대폭 올리면서 상승률에 반영된 것이란 관측이다. 

그 격차가 2배까지 벌어지면서 극심한 전세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의 공인중개사협회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집주인이 '내가 직접 들어가 살겠다'고 하면서 기존 세입자를 내보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전셋집 구하기는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때문에 신규 전세물건의 값이 크게 올라 같은 아파트의 동일 면적 세대에서 이중가격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등 하반기 전세 부족 등으로 가격 상승폭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전세 이중가격을 통계에 어떻게 반영할지도 검토돼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 동향은 신규 계약만 반영하고 있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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