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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은 영남알프스의 주봉으로 정상에 올라서면 영남알프스의 산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지산은 영남알프스의 주봉으로 정상에 올라서면 영남알프스의 산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울주군의 '영남알프스 완등' 프로그램과 연계, 필자는 가지산을 시작으로 영남알프스 9개봉에 관련해 순차적으로 산의 개요와 산에 얽힌 전설, 이야기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가지산을 소개한다. 

가지산은 백두대간(白頭大幹)의 태백산 줄기인 구봉산에서 남쪽으로 갈라져 경상남도에 진입하면서 최고로 솟은 해발 1,241m로 영남알프스의 주봉(主峯)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영남알프스의 산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이 서쪽으로는 운문산, 억산, 구만산이, 
남쪽으로는 천황산, 재약산, 향로봉, 정각산이, 북쪽으로는 문복산, 고헌산이 손에 잡힐 듯 이어진다. 정상부근은 나무가 거의 없는 대신 바위 능선이 많아 사방이 확 트여 조망하기가 좋으며, 가을철이면 곳곳이 억새밭으로 장관을 이룬다. 산의 북쪽에는 높이 40m의 쌀바위가 있으며, 동쪽 산자락에는 통도사의 말사이며 비구니 도량인 석남사(石南寺)가 있고, 서쪽에는 대가람 운문사가 자리 잡고 있다. 가지산은 1979년 11월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또한, 가지산은 북으로는 고헌산과 인접해있고, 동쪽으로는 배내봉과 간월산이 인접해있어 마치 주봉을 기점으로 양팔을 벌려 울산지역을 감싸는 형국을 하고 있어 울산의 진산(鎭山)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가지산은 인간들에 의해 양쪽 허리 부분을 두 군데를 관통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 즉 석남터널과 운문터널이 그것이다. 

 이 터널이 통과하기 이전에는 바람도 자고 가고 구름도 쉬어간다는 고갯마루였다. 지금은 울산에서 밀양으로 넘어가는 석남재 고갯길(해발 450m)은 가지산터널과 석남터널이 통과되어 단 몇 분이면 넘어가지만, 터널이 있기 전까지는 하늘을 찌르는 태산과도 같은 곳이어서 이 고갯길을 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소대
학소대

 가지산은 수많은 계곡과 폭포를 품고 있어 사시사철 사람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곳이다. 또 겨울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3월 말까지 눈과 얼음이 녹지 않는 곳으로 학심이계곡과 심심이계곡, 오심골이 있는 북쪽 사면을 북알프스라 부르기도 한다. 

 등산 애호가들은 이곳을 가지산을 오르는 최후의 보루이며, 영남알프스의 최대의 난코스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는 곳으로 손꼽는다. 또 석남사가 자리하고 있는 동쪽 사면은 불당골과 홍류골의 물줄기가 합수돼 태화강으로 흘러들고, 남으로는 형제폭포와 오천평반석이 있는 쇠점골과 호박소가 있는 용수골은 수량이 풍부해 여름 피서철에는 많은 피서객이 찾아온다.

 가지산으로 오르는 산세는 어느 곳이나 가파르다. 대표적인 등산로는 가지산의 동쪽 언양 방향 석남사 주차장 부근과 석남사에서 밀양 쪽으로 넘어가는 석남터널 입구. 터널을 빠져나와 쇠점골의 상류 부근이 접근이 쉽고, 이곳을 지나 호박소 주차장 (구)제일관광농원 주차장에서 용수골을 따라 오르는 코스는 여름 산행지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또 다른 코스는 청도를 넘어가는 운문령을 꼽을 수 있다. 

# 울산시가지 한눈에 담은 석남터널 코스
석남터널 부근에서 석남재에 오르는 구간은 20여 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지만 표고 차가 커 숨도 가쁘고, 한줄기 땀을 흘려야만 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등로는 한결 수월해진다. 이곳은 해발 700m쯤으로 중봉(1,167m)과 밀양재를 거치면 2시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정상에 도달하기 전까지 영남알프스의 동쪽 사면과 울산시가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코스로 발길이 멈추는 곳마다 눈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또 겨울철에는 차가운 이슬과 눈보라가 나뭇가지에 엉겨 붙어 만들어지는 상고대는 그 어떤 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피어나 첫눈이 내리면 이곳을 찾아오는 산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 석남사에서 운문령으로 오르기
석남사에서 불당골을 따라 쌀바위 방향이나 귀바위(1,117m)쪽으로 오르는 등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운문령에 올라서면 쌀바위 까지 이어지는 등로는 방화로를 따라 고만고만한 길을 오를 뿐 그리 힘든 곳이라곤 별로 없다. 운문령에서 곧장 가지산으로 오르는 등로도 있다. 비탈진 산길을 오르면서 발아래 펼쳐지는 풍광을 바라보며, 자신의 체력도 한번 테스트해 보면 길 떠난 구도자처럼 사색에 잠겨 자꾸만 석남사 방면과 배내봉, 신불산 능선이 뒤돌아 보인다. 귀바위가 있는 깎아지른 벼랑을 지나 상운산 갈림길 전망대와 쌀바위 앞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한마디로 일망무제다. 동으로는 언양과 울산시가지와 멀리 동해가 가물거리고, 북쪽으로는 상운산, 문복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출렁이며 그 유연함에 달리 비할 데가 없다. 와불(臥佛)의 귀를 닮았다 해서 부르는 귀바위가 있는 능선은 그야말로 구름 위에 있는 느낌이다. 상운산 갈림길에서 쌀바위 중간 지점에는 신비로운 학심이계곡으로 내려서는 등로가 나온다. 쌀바위에서 가지산 정상까지는 40분 정도 걸린다. 
 
# 삼국유사 저자 일연 선사가 걸었던 학심이계곡
학심이계곡은 상운산과 쌀바위 사이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학심이골로 흘러들면서 10㎞ 이상의 협곡을 따라 비룡폭포와 학소대, 쌍폭, 학심이폭포를 담아내고, 큰 골과 합수돼 운문사 이목소를 돌아 운문댐에 이른다. 학심이계곡은 그 옛날 학이 새끼를 치고 살았을 정도로 언제나 신비로움 그 자체인 것 같다. 그래서 경남의 산악인들이 학심이계곡을 영남알프스의 계곡 중에서 으뜸으로 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름다우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계곡, 골짜기 바위 덩어리마다 검고 푸른빛을 간직하고 원시 자연 그대로의 분위기를 자아내, 바윗덩어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류는 보석처럼 아름답고 신비롭다. 여기에다 웅장하면서도 신비감 넘치는 폭포는 마치 폭포의 세레나데(serenade)를 감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이 길은 고려때 보양 화상이 넘나들었던 고갯길이었고, 신라때 원효대사 와 삼국유사의 저자인 일연 선사도 노후를 이 산언저리에 머물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대작갑사(운문사)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석남사
석남사

# 꼭 둘러보고 싶은 곳 석남사(石南寺)
석남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 말사이다. 824년(헌덕왕 16)에 우리나라에 최초로 선(禪)을 도입한 도의국사가 호국기도 도량으로 창건한 선찰(禪刹)이다. 1716년(숙종 42) 추연이 쓴 사적기에 의하면 화관보탑과 각로자탑의 아름다움이 영남제일이라 하여 석남사라 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674년 언양현감 강옹(姜翁)이 사재를 내어 중창하도록 했고, 그 뒤 중창을 거듭했으나 1950년 한국전쟁 때 완전히 폐허가 된 것을 1957년 비구니 인홍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크게 중건됐다. 이때부터 비구니의 수도처로 각광을 받게 됐다. 중요문화재로는 도의선사 사리탑으로 전하는 부도(보물 제369호)가 있고, 석남사3층석탑(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2호) 등 부도 4기 등이 있다. 

 산과 함께하면서 산과 같이 호흡하고, 등산로 옆에 피어 있는 진달래, 제비꽃, 양지꽃 등 이름 모를 야생화에도 말을 걸어 보고, 근심 걱정 없이 자란 자작나무며 느티나무, 서어나무에게도 인사를 해본다. 갈참나무숲 속의 낙엽도 밟아 보면서 자연을 느끼고 삶을 회상해보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수 십 년 동안 영남알프스 길과 고개와 골짜기를 헤집고 다녔다. 적지 않은 시간 속에서 많은 것들이 사라졌고 많은 것들이 새로 생명을 얻었다. 그 명멸하는 시간들은 산이 선사하는 소멸과 생성의 풍경이다. 연분홍 철쭉으로 화장한 영취산의 어느 봄날, 짙은 신록 아래 몸을 숨긴 쇠점골의 시원한 여름과 바람에 몸을 맡긴 늦가을 사자평의 억새 그리고 모진 눈보라에 지워진 세상을 발아래 굽어보던 재약산까지. 늘 그대로인 것 같아도 산은 한시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빨리 산에 오르면 그만큼 빨리 내려 올런지는 모른다. 그러나 오직 두 발로 걸으면서 산에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번 울주군의 영남알프스 완등 프로그램이 산에 오르는 이유가 단지 산 정상 표지석에서 인증사진만을 촬영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길 바라면서 산을 내리면서 서산대사의 시 한 수를 입에 실어 읊어 본다. 

진희영 산악인
진희영 산악인

천지가 두 갈래로 나누일 적에
삼라만상도 따라 드러났으니 
유정 무정으로 생긴 그 모습
참 면목이 절묘한데
범부가 스스로 닦아 성인이 됨은
오직 인간뿐이로다.  
 
 자연은 자연으로 영원히 지속하지만, 인간만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가능성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그런 깨침도 힘들다고만 돌아서지 않는 그 산을 애써 오름으로써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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