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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희망을
꽃들에게 희망을

내 인생의 첫 책을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꽃들에게 희망을'(트리나 포올러스 지음·박용철 옮김·1991·소담출판사)을 뽑을 것이다. 다소 조숙한 감성과 철학적 사고에 젖어 있던 12살 무렵에 만났던 이 짧은 동화 한편은 나를 아름다운 충격에 빠뜨렸다.
 
 '옛날 옛적에 작은 줄무늬 애벌레 한 마리가 오랫동안 그의 둥지였던 알에서 깨어났습니다. 햇빛이 밝은 세상은 무척 찬란했습니다.' 이렇게, 이 동화는 시작된다. 
 모든 것이 경이롭고 놀라운 세상이었던 줄무늬 애벌레에게 하나의 궁금증이 찾아온다. '삶에는 그냥 먹고 자라는 것보다 더 나은 생활이 분명 있을거야' 줄무늬 애벌레는 그를 매혹시키던 많은 감사한 것들을 버리고 보다 나은 불확실한 뭔가를 찾아 떠나게 된다. 그리하여 애벌레들의 기둥을 알게 되고 정상을 향한 길 위에서 노랑 애벌레를 만나게 된다. 두근거림이라는 감정이 싹트고 둘은 함께 있으므로 행복감을 느꼈다. 그러나… 줄무늬 애벌레는 다른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마침내 행복을 잃었고 결국 길을 떠나게 된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은 달랐으므로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줄무늬 애벌레는 기둥의 꼭대기를 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다른 많은 애벌레들을 짓밟고 짓밟으면서 마침내 정상에 올랐을 때 그러나 그가 본 것은 애벌레들의 꼭대기일 뿐이었다. 그 시각 홀로 남은 노랑 애벌레는 외로움에 방황하며 지내던 어느날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늙은 애벌레를 만나서 제 안에 나비가 있다는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그것은 네가 앞으로 될 그 무엇"이며, "애벌레이기를 포기할 만큼 날기를 원하는 마음이 간절해야 해" 늙은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에게 나비가 무엇이며 나비가 되는 법에 대해 이렇게 일러준다.
 
 줄무늬 애벌레는 먹고 크는 것 말고도 존재하는 무엇이 있다고 믿었다. 애벌레 기둥의 일원이 되어 정상엔 뭔가가 있을거라는 기대 하나로 목표를 향해 돌진하며 수많은 친구 애벌레들을 짓밟았다. 그러나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노랑 애벌레는 타인을 희생시키는 삶이 아닌 뭔가가 있다는 생각을 좇아 나비가 되는 꿈을 갖게 되었다. 고치의 시간을 참고 견뎌서 마침내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나비가 되었다. 줄무늬 애벌레는 나비가 된 노란 애벌레를 통하여 나비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아동문학가 성환희
아동문학가 성환희

 이 책에서 내가 본 것은 애벌레들의 삶이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이 살았던 두 가지 방식의 삶을 바라보며 우리는 어떤 방식의 삶을 선택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줄무늬 애벌레가 갔던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닐까. 
 어떤 방식으로 정상에 닿던지 그것은 각 개인의 자유이지만, 타인과 내가 같이 행복할 수 있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어쩌면… 정상은 존재하지 않는 꿈인지도 모른다. 불확실한 무엇은 우리가 확실하다고 믿는 것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는 진리인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랑의 메신저가 될 수 있기를! 내 곁의 그 누군가를 해치지 않고도 나비가 될 수 방법을 고민하며, 내일의 행복을 위해 부디 지금 이 순간부터 행복할 수 있기를…  
성환희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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