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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서부초 교사
김현지 서부초 교사

'학교는 현실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현실에서 핫한 사회적 이슈는 뭘까 한참 고민해봤는데, '환경'인 것 같다. 작년부터 지속된 코로나19로 매일같이 발생하는 마스크 쓰레기, 배달 음식 용기, 택배 상자와 포장재들을 보며 사람들이 조금씩 지구에 대한 미안함을 갖게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이것을 '일회용 수저 안 주셔도 돼요'가 기본 선택지가 된 배달앱과 비닐로 된 완충재 대신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완충재를 사용한 택배가 늘어난 것을 보며 체감했다. 실제로 '환경'을 검색해보면 최신순으로 1시간동안 작성된 기사만 25페이지가 넘는다. 그에 발맞추어 학교 현장에서도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제 막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우리가 살아갈 이 지구를 덜 아프게 하고 다같이 공존할까'를 고민하고 있는 일개 초등 교사의 걸음마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한다.


 이전에는 환경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환경에 대한 나의 관심은 올해 초 우리 반에서 만난 한 학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자신에 대해 소개를 하는데, 취미로 '플로깅(일명 줍깅)'을 종종 하러 간다고 해서 뒤통수를 댕! 맞은 느낌을 받고 환경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또 아이들에게 배우는구나 하면서 그 이후로는 환경 관련 도서, 다큐멘터리, 환경교육 연수, 강연, 환경 관련 외부강사 프로그램, 전시회 등 내 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환경 관련 매체들을 찾아다녔다.


 이미 지구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하면서 '나는 내 자리에서 뭘 할 수 있지?'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운 좋게도 올해 맡은 학년은 교과서 속에서 '환경'이라는 주제와 연결 지어 수업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국어 교과서 지문으로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눴던 한 친환경 마을의 이야기를 수업한 지 세 달이 지난 후에도 기억하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며 '뭔가 직접 해 본 건 확실히 기억에 남는구나. 뭘 많이 해봐야겠다!'하는 용기를 얻었다. 사소하게는 교실에서 나오는 각종 생활쓰레기들을 제대로 분리 배출하는 방법부터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실천해보고자 했고,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 환경과 연결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소재가 있으면 그때그때 간단하게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넘어가며 일상적으로 환경에 대한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나름대로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발걸음을 딛고 있다고 뿌듯해하고 있던 와중에 '이걸로는 부족하다, 좀 더 행동해야겠다!' 다짐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사건은 얼마 전 미술 시간에 일어났다. 지구의 날 맞이 활동으로 '나만의 에코백 꾸미기'를 했는데, 계획할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난관에 부딪혔다. 비닐봉지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설명하고 아이들이 "와~ 비닐봉지가 그 정도로 지구에 안 좋고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니, 몰랐어요"하며 비닐봉지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때였다. "그래! 이제 같이 한 번 오래오래 쓸 나만의 에코백을 만들어보자"하고 무지 에코백이 든 택배 상자를 뜯는 순간 난관에 봉착했다. 아이들 인원수대로 주문한 에코백은 전부 개별 비닐 포장이 되어있었다. 아이들도 "?!" 교사도 "?!"하는 순간이었다. 다들 "와~ 비닐 포장이…."하고 할 말을 잃었다. 그걸 보고 일상 속 비닐 과대 포장에 대해 한 번 더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지만 마음 한 구석이 여전히 불편했다. 그 상황에서는 "얘들아, 선생님이 집이나 학교에서 비닐 필요할 때 여러 번 재사용할테니 일단 이 쓰레기는 버리지 말고 여기 박스 안에 모아두자"하고 마무리했지만 여전히 아이들도, 나도 찜찜했던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더 적극적으로 우리 생활 속의 문제를 아이들과 함께 해결해보자' 다짐했다. 환경 관련 연수 중에 '유자학교' 활동을 하시는 배성호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 다양한 환경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고, 이 사건과 연계해 본격적으로 행동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됐다. 마침 국어 과목의 제안하는 글을 쓰는 단원에서 이 사건과 접목해 직접 행동해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에코백을 주문했던 업체에 비닐포장을 최소화해 물건을 제공하면 어떻겠냐는 제안편지를 써서 모아 발송하는 것이다. '참 무모하고 기업에서도 싫어할 일이다. 이거 원한을 사는 거 아닌가?' 싶지만 아이들도 직접 경험하고 심각성을 느낀 일이라 그런지 더 열심히 참여했고 모든 편지를 모아 발송하려는 이 시점엔 다들 두근두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지켜보고 있다. 사실 이 편지에 대한 답장이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거기서 실망할 게 아니라 끊임없이 소비자로서의 목소리를 내고 두드린다면 언젠가는 변화하지 않을까. 이미 소비자의 목소리로 세상이 변화한 많은 선례가 있으니, 당장 피드백이 오지 않더라도 우리 아이들과 계속해서 그 문을 두드려보려 한다. 학교는 살아있는 환경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평소에 교실에서 나오는 쓰레기 분리배출 지도만 꾸준히 해도 몇 개월이 지나면 먼저 교사에게 와서 "이 쓰레기는 어떻게 버려야 돼요?"하는 아이들이 여러 명 생긴다. '환경'이라는 두 글자가 우연히 수업하다가 나오면 주말을 이용해 플로깅을 한다는 우리 반 친구 이름을 모든 아이들이 떠올린다. 이렇게 '나'라는 하나의 존재는 생각보다 주변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나 하나 노력한다고 되겠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가 모이면 '우리'가 되고, '우리'는 아주 큰 힘을 발휘한다. 한 명 한 명의 '지구 걱정'은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소한 것을 실천 하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고, 내가 행동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의미가 있다. 지구가 아파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각자의 이유로 인해 '지구 걱정'을 실천으로 잇지 못했던 선생님이, 부모님이, 학생들이 용기 내 한 발짝만 더 움직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교실 속 환경 걸음마 이야기를 이렇게 용기 내 공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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