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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얼굴'
'엄마의 얼굴'

동화라면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마음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대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성찰, 현실과 공동체 의식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아야겠지요. 그런 면에서 한상식 작가의 동화는 이 모든 것을 갖춰 어린이들이 읽으면 무척 즐겁고 유익할 것입니다. 그가 추구하는 동화의 주제는 대체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 공생, 관계에서 소외감의 극복, 공감과 치유의 세계에 대한 열망으로 드러나고 있어요. 동양의 오스카 와일드라 부르고 싶을 정도예요. 세상을 따뜻하게 품으며 자신의 맑음으로 어두움을 빛으로 밀어내기 때문이지요.
 
 책을 한 번 들여다볼까요. 모두 복잡한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갈등을 극복하고, 다 함께 행복하게 사는 길을 찾고자 노력하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여섯 편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엄마의 얼굴'은 단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하루살이 지지의 꿈과 도전의 이야기이고요. 꿈을 꾸는 자는 어떤 힘든 일도 행복하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줍니다. '가로등의 눈물'은 가로등이 자신 때문에 벼가 낟알을 제대로 매달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슬퍼한다는 이야기이예요. 사람들이 안전하게 밤길을 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로등이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을,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영혼의 소리'는 나비가 찾아오지 않아 절망감에 빠진, 한 제비꽃의 이야기이예요. 자기를 사랑할 때 비로소 주변의 모든 것들로부터 들려오는 영혼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줘요. '별을 품은 꽃게'는 육지에 왔을 때 자기와 다르다고 이상한 취급을 받는 꽃게의 이야기입니다. 꽃게는 죽어가면서 오히려 행복을 느껴요. 고향 바다로 돌아가기 때문이지요. 모든 존재는 자연 속에서 평등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우쳐 줘요. '행복한 민들레'는 보도블록 틈새에서 피어난 민들레가, 행복을 가꾸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이예요. 민들레와 친구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었고, 스스로도 행복을 느낍니다. '누가 가져갔을까?'는 주인 할머니를 골탕 먹인 호박씨 도둑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충성스러운 강아지 나나의 이야기예요. 티격태격 싸우는데도, 산골의 풍경이 아름답고 평화롭게 여겨지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전 다 좋았지만, 이 중에서 '누가 가져갔을까?'가 제일 흥미로웠어요. 여러분도 한번 골라 보세요. 

아동문학가 김이삭
아동문학가 김이삭

 작가는 그 어느 순간에도 자연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아요. 자신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용기와 남의 입장이 되어 보는 배려의 마음으로 모든 존재와 진심 어린 소통을 해요. 작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참다운 행복이에요. 행복은 자기가 줄 수 있는 것을 기꺼이 내어주고 나눌 때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나, 어렵지 않게 재미있는 사건으로 펼쳐 전달함으로써 문학적 성과도 큽니다. 이 책에는 정성 들여 쓰지 않은 작품이 단 한 편도 없어요. 한상식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우리 함께 기다리도록 해요. 장마를 앞둔 여름, 이 책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동문학가 김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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