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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 징후를 외면한 의자왕. U울림통(44)

 신라 무열왕은 목숨을 내건 군사 원조에 나서 어렵게 당나라 태종에게 원군을 받아 철천지 원수 백제를 무너 뜨리려 한다. 

 부왕인 무왕에 이어 백제 부흥에 앞장 선 의자왕( 義慈王)은 신라의 40여개 넘는 성을 빼앗고는 오만해져 사치와 방탕을 일삼고 왕의 치세가 예전 같지 않더니만 충신의 직언 마저 외면하고 간신들에게 놀아난다.

 장창호 작가는 나·당연합군의 침략을 앞둔 의자왕과 신하들의 대화를 극화로 다룬다. 
 
 어느날 충신 성충(成忠)이 나·당연합군 공격을 예측하며 뱃길로 기습할 당 수군을 기벌포(伎伐浦, 충남 서천군 장항)에서 막고 육로로 침범할 신라군을 탄현(炭峴, 대전 식장산의 마도령)을 넘지 못하게 묶어 두어야 한다며 아뢰나 왕은 오히려 그를 옥에 가두어 버린다. 

 어느날 태자 궁에서 암탉과 뱁새가 교배를 한다는 고변과 사자수(충남 부여군 백마강)기슭에 커다란 고기가 죽었는데 길이가 세길이나 되고 그 고기를 먹은 사람들은 모두 죽는 변고가 생긴다. 또 궁정에 있는 느티나무가 울었는데 그것이 사람의 곡성과 같았고 사비성 우물 물이 핏빛으로 변했다. 그리고 선왕이 세운 왕흥사(충남 부여)에 돛대를 단 큰 배가 물결을 따라 절문으로 들어 오는 광경이 목격 되고 집채만한 개가 왕궁을 보고 울어대고 밤길에는 귀신이 짝 지어 다니는 등 숱한 괴변이 잇따른다.

 끊이질 않는 괴담은 곧 도성에 퍼져 노랫말이 되어 백성들 입에 오르내리니 왕은 당황한다. 귀신이 '백제는 망한다! 백제는 망한다!' 외치고 사라진 땅을 파보니 거북이가 나왔는데 거북이 등에 '백제는 보름달이요. 신라는 초승달 같다'라는 글이 씌여 있었다. 글의 뜻을 헤아리지 못해 왕은 무당을 부른다. 

 무당은 "보름달이란 이미 다찬것입니다. 차면 이지러지기 마련입니다. 초승달 같다는 것은 아직 차지 못한 것입니다. 앞으로 점점 차오르기 마련입지요" 라는 풀이를 내놓자 노한 의자왕은 무당을 죽여 버리고 다른 무당을 불러 다시 물어 보았다. 두 번째 무당이 "보름달이면 성한 것입니다. 초승달 같다는 것은 미약하다는 것이지요. 생각건대 우리 나라는 성대해지고 신라는 미약해질 것인가 합니다."라고 답하자 의자왕은 흡족해 했다. 

 멀지 않아 나·당연합군이 쳐들어 오니 성충이 말한 전략을 애써 따르지 않는다. 소정방(蘇定方)이 이끈 13만 당 수군은 기벌포를 지나 백강(백마강)에서 대적하고 김유신이 나선 5만 신라군은 탄현을 넘어 황산벌에서 맞선다. 5천 결사대를 꾸린 계백 장군이 신라군과 네 차례 싸워 모두 이겼으나 끝내 수적 열세에 힘이 다해 패하고 자신도 장렬히 전사한다. 사비성 1만 군사도 나·당연합군 칼날에 쓰러지고 성이 함락되자 의자왕과 태자 융은 예석진이 성주로 있는 웅진성으로 도망을 갔으나 곧 항복 하고 당나라에 끌려가 숨지게 된다.  

 백제의 애잔한 망국 한을 담고 낙화암(落花巖)에서 강물로 뛰어든 삼천궁녀는 조선 중기 시인이었던 민제인(閔齊仁, 조선 명종)의 '백마강부(白馬江賦)'라는 시에서 ‘궁녀 수 삼천’이라는 말로 그 유래가 처음 시작되었고 근대 들어 1940년에 가수겸 작곡가 이인권(본명 임영일)씨가 부른 '꿈꾸는 백마강'과 1954년 가수 허민씨의 '백마강'이란 대중가요 및 영화를 통해 대중들의 인식 속에 깊이 자리 잡으며 누구도 의심치 않는 과장된 역사가 되어 버렸다. 정리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충남 부여군 부소산 서쪽 낭떠러지 바위인 낙화암과 백마강의 모습. 의자왕때 나·당연합군이 사비성에 쳐들어 오자 궁녀들이 몸을 던졌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부여군 제공
충남 부여군 부소산 서쪽 낭떠러지 바위인 낙화암과 백마강의 모습. 의자왕때 나·당연합군이 사비성에 쳐들어 오자 궁녀들이 몸을 던졌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부여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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