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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양대사업장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동조합들의 '하투'(夏鬪, 여름철 노동계 연대 투쟁)가 본격화되면서 지역사회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노사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현대차 노조는 파업찬반 투표 가결로, 현대중 노조는 전면파업과 크레인 점거 농성으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계에서는 대형사업장의 도미노 파업이 코로나19 재확산세로 불투명해지고 있는 경기 회복 전망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조합원 찬반투표 83% 파업 가결
정년연장 협상 난항 실현 가능성
이달까지 합의해야 휴가 전 타결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지난 7일 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관련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가 전체 조합원 4만 8,599명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투표 결과, 4만 3,117명(투표율 88.7%)이 투표해 3만 5,854명(재적 대비 73.8%, 투표자 대비 83.2%)이 찬성했다.
 파업 가결에 따라 노조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파업 돌입 또는 교섭 재개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파업이 가결되더라도 곧바로 실제 파업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오는 12일 예정된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회의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나와야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다.
 이에 따라 사측이 추가 교섭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노조는 이달 중순 이후 본격적으로 파업을 벌이며 사측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회사가 전향적인 제시안을 들고 오면 교섭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사 모두 타결 목표 시점을 8월 초로 예정된 여름휴가 전으로 정한 상태여서, 아직 파업을 하지 않고 교섭 재개 후 합의점을 찾게 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여름 휴가 전 타결하려면 늦어도 7월 마지막 주가 되기 전에 잠정합의안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신산업 미래협약, 정년연장 등에서 노사 입장차가 커 쟁의 기간 중 합의점을 도출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올해 실제 파업하게 된다면, 3년 만이다. 2019년에는 파업 투표를 가결했으나 한일 무역분쟁 여파로 실행하지는 않았고,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파업 투표를 하지 않았다. 올해 교섭에서 노조는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금 30%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10만원 상당 복지 포인트 지급 등을 지난달 30일 제시했으나 노조는 거부했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사측의 1차 제시안에 부족함을 느끼는 만큼 사측이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측은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등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원활하고 조속한 교섭 마무리를 통해 노사가 함께 발전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9일까지 전면파업·크레인 점거
협력사들 일감 확보 어려움 호소
使, 업무방해 가처분·경찰 고발


# 현대중공업이 크레인 점거 농성 중인 노동조합을 상대로 법원에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노조의 크레인 점거로 현대중 사내 협력사들이 일감 확보 어려움을 호소함에 따라, 회사는 별도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하는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어서 노사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7일 노조와 조경근 노조지부장, 노조원 등 26명에 대해 퇴거 단행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울산지법에 냈다.


 울산 본사 내 턴오버 크레인(선박 구조물을 뒤집는 크레인) 점거 농성을 해제하고 이 크레인 주변 도로 300m에 설치한 농성 천막,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취지다.
 노조가 이를 어기면 개인별로 위반행위당 5,000만원을 청구할 것을 요청했다.


 사측은 이와 별도로, 노조 지부장 등 1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울산 동부경찰서에 고발하기도 했다.
 앞서 노조는 2년 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부진해지자 지난 6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조경근 지부장 등 노조 간부 2명이 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는 8일 전면파업을 9일까지 이어간다. 


 노조의 턴오버 크레인 점거로 현대중 사내 협력사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조선 내업 공정은 흐름작업이어서 앞 공정의 완성품이 반출돼야 후속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협력사들은 이번 노조의 크레인 점거 및 도로 차단으로 선박 블록의 입반출이 막히면서 일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이에 내업 부문 8개 협력사는 8일 노조에 크레인 점거 및 물류 차단 해제를 간곡히 요청하는 서면을 전달하기도 했다.
 사측은 공정에 차질이 발생함에 따라 노조에 크레인 점거와 물류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 5월 임금협상을 시작했으나, 당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물적분할(법인분할)을 놓고 노사가 마찰하면서 교섭 장기화 조짐을 보였다.
 노조의 분할 반대 투쟁 과정에서 사측의 파업 징계자 처리 문제, 손해배상소송 등이 불거지면서 노사 갈등이 지속한 가운데 지난해 임단협 교섭까지 통합해서 진행했다.


 오랜 교섭 끝에 올해 2월 5일 1차, 4월 2일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모두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이후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포함한 3차 잠정합의안을 요구해왔으나, 사측은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홍래기자 starwars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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