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곳마다 전설 품은 운문지맥 최고봉
발길 닿는 곳마다 전설 품은 운문지맥 최고봉
  • 진희영
  • 2021.07.1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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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9봉 톺아보기] 2. 운문산
운문산 정상에서 바라본 영남알프스 남쪽.
운문산 정상에서 바라본 영남알프스 남쪽.

운문산은 영남알프스 최고봉인 가지산(1,241m)에서 남서방향으로 분기(分岐)해 생긴 봉(峰)이다. 운문산을 호거산(虎居山)이라고도 하고, 밀양 방면에서는 사방이 바위 절벽으로 돼 있어서 '한바위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운문산은 억산, 구만산, 육화산과 연결되며 운문지맥의 최고 봉(峰)이기도 하다. 산자락에는 밀양 제2얼음굴이라 불리는 천연석굴이 있고, 깊은 협곡과 사람의 발길이 잘 닫지 않는 천문지골을 비롯해 심심이계곡, 상운암계곡이 있으며, 선녀폭포, 비로암폭포, 석골폭포, 이끼폭포 등은 1년 내내 수량이 풍부하다. 
풍수지리학적으로 살펴보면 가지산에서 이어지는 운문산, 범봉, 억산, 구만산을 하나의 맥(脈)으로 볼 때 밀양 쪽은 양산(陽山)에 해당되고, 청도 쪽은 음산(陰山)에 해당한다. 음산(陰山)은 여성의 산으로 수도승이 이곳에 들어와 열심히 수도(修道)에 매진하면 꼭 여자가 나타나 수도자를 방해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운문사, 석남사, 대비사는 모두 비구니들의 수도장인 것과 비교하면 관련이 있을 듯하다. 

# 산수화처럼 펼쳐진 빼어난 산세
1922년 미국 하버드대학 초청강연 때 한 젊은이가 "왜 산(에베레스트)에 오르십니까?"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Because it is there)"라는 명언을 남긴 영국의 조지 말로리(George Leigh Mallery)는 에베레스트와 함께 영원이 기억되는 사람이다. 
 왜 산에 가느냐고? 내려올 산에 왜 올라가냐고? 죽을지도 모르는 험한 산에 왜 자꾸 가느냐고? 산을 마치 제집 드나들듯 다니는 사람들에게 흔히들 묻는 말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많고 다양하다. 그러나 조지 말로리가 말한 답은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산악인 중에 가장 명답으로 꼽힌다. "산이 거기 있기에 간다". 또 쇼펜하우어 말을 빌리자면 "산을 오르는 맹목적 의지는 충동과 욕망을 의미한다. 이러한 욕망은 결핍에서 나온다. 설령 산을 오르는 소망이 성취된다고 해도 지속적인 만족은 줄 수 없고 도리어 만족하지 못할 땐 고통을 얻게 된다. 고통을 추방하기 위해 또 다른 길을 올라봤자 고통의 형태만 바뀔 뿐이다. 당신은 고통을 초래하는 맹목적 의지에 굴복당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산을 오르기만 하면 고통이 해소될 수 있다는 믿음은 유치하다. 산을 오르는 맹목적 의지를 내려놓게 되면 자신의 아픔뿐만 아니라 타인의 아픔도 보인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그 산과 친해진다는 의미이다. 한발 한발 일반적으로 알려진 등산로를 따라 오르지만, 등반할 때마다 새로운 관심과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까지 아무도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겠다는 마음의 충동도 있을 수 있고, 올라갈 수 없는 곳은 쇠꼬챙이를 박아가면서도 가보겠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인간들이 산에서 훌륭한 가치를 발견하는 까닭은 산의 변함없는 속성 때문일 것이다. 산은 꿋꿋하고, 산이 전하는 메시지는 우리의 귀에 들리거나 안 들리거나 항상 똑같다. 멀수록 가까운 산, 가까이 가면 더욱 멀어지는 산, 그것은 산이 인간들에게 조화와 리듬을 통해 변함없음을 깨우쳐 주는 매체이다. 인간은 산의 한 부분이며 산은 인간의 한 부분이다. 

 요즘 주말과 평일에도 영남알프스(울주9봉) 등산로는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코로나19 영향과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실내에서 모여 운동하는 건 아직 불안하고, 타인과의 접촉을 멀리하며, 탁 트인 공간에서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운동 중 하나가 등산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각종 질병을 사전에 방비하고 건강하게 장수하려는 인간의 욕망일지 모른다. 
 
# 밀양·청도 운문사 통해 오르는 길
운문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크게 밀양방면과 청도 운문사 방면을 꼽을 수 있다. 밀양방면은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에서 아랫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코스와 원서리 석골사를 기점으로 상운암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등로를 대표적 코스로 꼽는다. 이곳은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곳으로 석골사와 석골폭포, 비룡폭포를 만날 수 있는 곳이고, 청도 운문사 방면은 운문사 옆 큰골을 따라 천문지골과 심심이계곡을 따라 오르는 코스를 들 수 있는데, 이곳은 몇 년 전부터 출입이 제한된 곳으로 지금은 출입허가를 받아야 하는 곳이다. 
 
# 허준의 동의보감과 관련된 산
운문산은 경상남도와 경상북도의 경계를 이루며, 이 산자락에는 밀양 제2얼음굴이라 불리는 천연석굴이 있다. 소설 동의보감에 의하면 허준의 스승 유의태가 반위(反胃)에 걸려 시신을 해부한 곳이 밀양 시례 빙곡으로 돼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밀양 시례 빙곡이 아니라 이곳 얼음굴이라는 것이다. 당시 유의태는 석골사 스님인 보양대사와 친분이 두터워 자주 왕래를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를 들어 운문산 얼음굴이 허준이 스승 유의태 시신을 해부한 곳이 아닐까 하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얼음굴 주변에는 크고 작은 동굴이 서너 개 있다. 그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길이가 5m, 높이 2.5m, 너비 4.5m로 집채 만 한 바위가 마치 거대한 지석묘를 옮겨 놓은 듯하다. 동굴 아래쪽은 누군가가 불을 피워 생활한 흔적이 있으며, 위쪽은 반듯하고 매끄러운 돌 침상(기단)이 있어 허준이 스승 유의태를 해부할 만한 침상 크기다. 또한, 4월부터 5월 사이 동굴 내부의 온도는 섭씨 영하 3~4도까지 내려가 바위틈의 물이 1~3cm 두께로 얼었다가 6~7월 사이에 천천히 녹는다는 곳이다. 

정구지바위
정구지바위

# 정구지바위 
정구지바위는 석골사에서 상운암으로 오르는 중간지점 등산로 바로 옆에 있다. 바위는 높이가 4~5m, 둘레가 30여m나 되는 타원형의 바위이다. 바위 밑면에는 편편하고 넓적한 바위가 있고 그 위에 얹혀 있다. 어느 여름날 밀양에 사는 마고 할머니가 울산에 사는 딸 집에 다니려 이 골짜기를 지나다가 갈증도 나고, 편편한 바위가 있어 위에 잠시 앉아 보니 경치도 좋고, 해서 잠시 쉬어 가야겠다는 생각에 깜박 잠이 들어 눈을 떠보니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마고 할멈은 마음이 급한 탓에 딸한테 주려고 정구지(부추)가 담긴 대바구니를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두고 간 바람에 이 바위 위에서 정구지가 자라게 됐다는 유래에서 이 바위를 정구지 바위라 부른다.    
 
# 구름 위의 암자 상운암(上雲庵)
상운암은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원서리 운문산 8부능선(1,000m)에 있는 암자로 영남의 봉정암이라 불릴 만큼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상운암(上雲庵)을 한자로 풀어보면 위 상(上), 구름 운(雲), 암자 암(庵)이다. 즉 구름 위의 암자라는 뜻으로 사람들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암자이기도 하다. 또한, 상운암은 신라 화랑도의 수련장이었고, 운문산 최고의 길지로 알려져 있다. 상운암을 찾아가기란 그리 만만하지만 않다. 오직 두 발로만 올라야만 한다. 상운암은 아직 전기도 없다. 부처님을 모시는 관음전은 양철지붕으로 부처님 한 분만 모셔져 있는데, 평일에는 아무도 이곳을 찾는 사람이 없어 다람쥐와 까마귀만이 스님의 유일한 친구라고 한다. 암자 앞마당 텃밭에는 한반도 지도 모양의 바위가 있다. 이 바위에는 놀랍게도 북두칠성이 새겨져 있어 칠성바위라 부르는데, 오래전 필자를 비롯한 도반들에 의해 세상 밖으로 알려졌다. 또한, 상운암 입구 한구석에는 사철 마르지 않는 샘이 있는데 등산객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석굴폭포
석굴폭포

# 천문지골 등 깊은 골짜기 물줄기 장관
이처럼 운문산은 발걸음이 머무는 곳마다 많은 전설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으며, 언제나 황소처럼 듬직한 산이다. 산정에 올라서면 사방이 확 트여 주변의 산세들이 산수화처럼 펼쳐져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운문지맥이 치닫는 억산 방면의 산세가 걸출하고, 운문사가 있는 천문지골, 못골은 안개 속에 아련하다.
 히말라야의 듬직한 짐꾼 야크는 어디를 가나 항상 일정한 걸음을 유지하며 느릿느릿 걷는다고 한다. 그러나 최종 목적지는 가장 일찍 도착한다. 산은 다가오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여건과 시간을 준다. 그러나 각자의 의지와 노력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도록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상에 올라선 다음에는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는 것과 절대 자신의 힘과 의지로 인내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을 다가갈 때만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번 울주군 영남알프스(울주9봉) 완등 프로그램에 참석한 사람 모두가 히말라야의 듬직한 짐꾼 야크처럼 완등에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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