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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숙 경주 월성중 교사
홍경숙 경주 월성중 교사

최근에 교직 초부터 인연을 맺었던 존경하는 세 분의 퇴임한 교장 선생님을 청와대에서 3대 대통령을 모시던 조리장의 요리 팁으로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서 초대했다.

세 분 모두 나름대로 학생들을 위한 교직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이 나라를 이끌어갈 동량들을 키워내는 데 힘을 쏟고 은퇴하셨기에 퇴직 후의 삶을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지 궁금하기에 안부 겸 '홍익인간이 답이다'라고 울산신문에 실린 글을 보내드렸는데 아주 반가워들 하시면서 점심 초대를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아쉽게도 한 분의 딸이 도쿄에서 근무 중인데 그날 귀국한다고 해 불참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 2층에서 이제껏 살아왔고 살아가는 삶의 보따리를 풀어내는데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얘기꽃을 피웠다.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하고 박장대소하기도 하면서 정말 한 편의 멋진 영화를 보는듯한 감동의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갈고 닦은 삶의 노하우를 강의로 전하기도 하고, 또 여전히 배움의 시간을 가진다고 하셨다. 캄보디아의 고등학교에 10여 년간 꾸준히 장학금을 보내고, 우수한 인재를 울산대병원에 인턴을 할 수 있도록 연결도 하고, 또 고아원에 후원도 해 캄보디아왕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는 얘기도 털어놓으셨다. 지금도 여전히 봉사활동을 하느라 퇴직 후의 삶이 더 할 일이 많고 바쁘다는 두 분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역시나 멋진 노후를 보내고 계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홍익인간이 답이다'라는 채팅방을 만들었기에 만남 후의 소감을 각자 올렸다. 

'우리는 마치 전생에서부터 인연이 있었던 그리운 사람들이었나 봅니다. 살아온 행적과 행로가 달랐지만 그동안 모두가 성실하게 생활하며 욕망도 야망도 아닌 소박한 꿈을 이루고 이제는 이순과 고희의 고갯길 8부 능선에서 자신을 뒤돌아보며 아무런 아쉬움과 부러움 없이 자연의 변화와 아름다움에 편승해 소박하지만 낭만의 여유도 가질 수 있어서 여한이 없을 것 같네요' 

이어 올라 온 댓글이 달렸다.

'우리 3명은 지나온 행적을 펼쳐놓고 당당함과 아쉬움, 그리고 애절했던 시절을 대하소설처럼 그려봤습니다. 대화 중에 이만큼 살아갈 수 있게 길을 열어주신 고마운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누가 뭐래도 가정과 직분의 소임에 진정성과 열정 하나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동량들을 교육했다는 자긍심을 반추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다른 댓글이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누가 나의 이야길 들어주겠습니까? 마치 세상이 잠든 시간 청명한 가을 밤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이 나에게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아름다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이제는 그리운 사람들이 됐습니다. 궂은일은 없고 행복한 일만 있기를 기원합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 주변의 작은 것에서 시작합니다. 주말을 가족과 함께 박장대소하며 보낼 수 있다면 그게 큰 행복입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이에 필자는 답했다. 

'역시 존경받아 마땅한 빛나는 보석이며 귀한 보물이셨습니다. 빛나는 훈장도 브라보입니다. 소중한 인연으로 이런 시간 가질 수 있도록 마련해주시고 맛난 점심, 향기 짙은 커피, 벚꽃 만개와 바다를 보며 그동안 인생의 성공 드라마를 펼쳐주시는 감동의 시간, 또한 남은 시간도 당당함과 여유로 멋진 인생 새롭게 채워가실 선생님들께 감사와 함께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요즘 들어 100세 인생이라고들 하는데 퇴직 후의 로드맵을 다시금 그려볼까 싶어 '나를 이해하면 길이 보인다'는 한 인지심리상담소에서 성격 강점 검사, 스트롱 직업흥미검사, MBTI성격 유형검사, 미술 심리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를 들으면서 다시금 분명하게 남은 여생에 대한 로드맵을 그리는 데 조언을 얻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배운 모든 삶의 지혜들을 젊은 세대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멘토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살아있는 날 동안 가능하면 지구촌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사람들과 소통도 하고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활용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도 해 보고 싶다. 또 웃음 요가를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꽃을 피울 수 있도록 웃음 바이러스가 되고 싶다. 태권도와 기공수련을 통한 체력단련과 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공부와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한 글쓰기와 타로카드를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삶에 대한 통찰력들을 전하며 이 사회에 이로움을 주는 꼭 필요한 존재로 살다 가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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