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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정 퍼커셔니스트
기현정 퍼커셔니스트

여름이 돼 무더위가 찾아오고, 그와 함께 달갑지 않은 손님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장마철 그 어느 때보다 안전을 기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매년 지겹기만 한 장마철을 색다르게 보낼 수 있게 할 클래식 곡들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밖에서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무더위를 이겨낼 음악들입니다.

첫 번째 곡은 드뷔시의 '바다'(Claude Achille Debussy (1862-1918, France) -'La mer')입니다.

19세기 말의 유럽은 격변의 시기였고, 전 분야의 이르러 새로운 스타일이 도입됐는데 이는 예술계통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중에서도 인상주의 음악의 대표 작곡가인 드뷔시는 구름, 바람, 냄새와 같은 움직이는 대상의 순간적 인상을 음악에 담으려 했고, 선율의 움직임이나 운동성보다 음색 그 자체의 미묘한 변화를 음악을 통해 그려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는 결국 순수음악적이고 프랑스적 음악인 '인상주의 음악'을 만들어내게 됐는데요.

'바다'(La mer) 는 드뷔시가 담아내고자 했던 유동적 대상의 결정체였고,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모습은 그 움직임을 음악 속에 고정하려고 했던 드뷔시의 의도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예컨대, 잔잔한 파도와 물보라,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물결들은 별다른 주제 없이 '스스로 진화'해가는 드뷔시의 음악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소재였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그린 듯 색채를 입힌 관현악곡이라고 표현되는 이 작품은 그의 음악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다음 곡은 쇼팽의 '빗방울전주곡'(Chopin-Prelude No.15 in D-flat major, Op. 28 'Raindrop')입니다.

피아노 작품번호 28번은 쇼팽이 1836~39년 사이에 작곡한 24개의 전주곡을 모아놓은 작품집입니다. '빗방울 전주곡'은 그중 제 15번 곡인데요, 발표 당시에는 너무 짧고 구조적이지 않은 점 때문에 혹평을 받았지만, 아름다운 선율만은 분명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빗방울 전주곡은 쇼팽이 결핵으로 요양 갔을 때 요양지에서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작곡한 곡이랍니다. 장마로 우중충한 날이지만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아보는 건 어떨지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헨델 작곡 '라르고 (오페라 세르세 중)'(Georg Friedrich Handel (1685-1759, Germany)-'Largo' (Opera 'Xerxes '))를 소개해드립니다.

이 작품은 독일인이지만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로 영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음악의 어머니 헨델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헨델의 대표 오페라 아리아로는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로 잘 알려진 '리날도(Rinaldo)'와 오늘 소개해 드리는 'Ombra Mai Fu' 또는 '라르고'(largo)로 알려진 '세르세(Xerxes)' 그리고 영화 기생충 이후 인기가 부쩍 인기가 오르고 있는 '로델린다(Rodelinda)' 등이 있습니다.

'Xerxes'는 영어권의 영향으로 크세르크세스로 읽히기도 하며 영화 300에서 위엄 넘쳤던 페르시아의 왕의 이름입니다. 곡명 'Ombra Mai Fu'의 의미를 나름 의역하자면 '다신 찾을 수 없는 소중한 그늘…' 이라는 뜻으로 의역할 수 있는데요.  가사를 살펴보면, 

'자연이 만든 그림자가/운명도 너에게는 친절하지 않을까/부드럽고 아름다운/내 사랑하는 플라타너스 잎사귀들아/천둥도 번개도 폭풍우도/너의 값진 평화를 깨지는 못하리라/성가신 남풍도 너를 괴롭히지는 못하리라/자연이 만든 그림자가/네가 드리운 것보다/사랑스럽고 아름답고/값진 적은 없었으니…'

이처럼 많은 의미를 지닌 곡들의 의미를 생각하며 관련된 영화나 서적을 다시 본다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여름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절기 '소서(小暑)'를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비를 예상하고 있는데요. 휴가 계획도 날씨계획에 맞춰 잘 계획하시길 바라고, 농사나 산지역에 계신분들 운전하시는 분들은 항상 미리 대비하시어 아무쪼록 아무 피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비는 우리에게 언제나 필요한 존재지만, 과유불급( 過猶不及)이란 말처럼 정도가 지나치면 모자르니만 못하단 말이 있듯, 큰 비에 미리미리 대비해 큰 탈 없이 지나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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