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의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4차 대유행이라는 말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확진자수 최다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런 탓에 시민들의 불안감은 높아만 간다. 그런데 계절은 또 한해의 여름이다. 아침부터 올라오는 볕의 따가움이나 대낮에 온몸을 달아오르게 하는 열기가 대단하다. 이뿐 아니라 이제는 밤에도 창문을 열어두지 않으면 쉽게 잠을 잘 수 없다. 그런 상황에 우리의 삶이 녹아 스며들고 있다.
이런 무더위를 거스르거나 싸울 수 없기에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불과 옷들은 이미 교체해 세탁과 함께 잘 보관해뒀다. 그리고 지난 주말 에어컨 필터를 점검했고 선풍기를 꺼내 날개부터 먼지가 모이는 송풍구까지 깨끗이 닦았다. 땀이 났다. 몸속에 더위가 함께 올라왔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시원하게 한 잔 들이켰다. 아! 너무 시원했다. 생활 주기라는 2~3개월의 그림 속에서 시원한 여름을 준비하는데, 지금 이 순간 마주친 여름 속에서 나에게 가장 시원함을 안겨준 것은 계획 속의 여름 보내기가 아닌 자연스레 더위를 식혀주기 위한 작은 지금의 실체, 한 잔의 물이었다.
우리는 항상 계획을 하며 산다.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 그리고 인생. 그 계획은 목표가 되어 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갈등, 극복을 통해 하나씩 성취해 나가고 중간중간 수정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인생의 목표라는 커다란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게 삶의 전부인데, 가끔 너무 큰 그림을 보느라 내가 맞추고 있는 지금 이 한 조각의 곡선과 그 안에 담겨있는 그림의 신비함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끼워 맞추려는 이 한 조각이 어느 부분에 들어가서 역할을 해야 하는 미션도 중요하지만, 이 한 조각의 독립된 운명과 위치, 의미가 있을 것인데, 우리는 너무 큰 틀 속에서 작게 끼워지는 부속으로만 생각해 각각의 조각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나중에는 미안함을 갖게 될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작은 조각은 순간순간 잊힐지 모르는 내 인생의 소중한 조각이기 때문이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크고 넓게 보라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나무를 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속속들이 다 안다는 전제를 한 후에 숲을 봐야 한다는 의미가 생략돼 있다.
작은 부분이 해내는 제 역할과 기쁨으로 인해 숲 전체가 오밀조밀 풍성해지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각론에 충실하지 못한 총론은 완벽할 수 없고 벽돌 한 장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은 훌륭한 건물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독립된 작은 개체들이 모여 하나의 완성체가 되는 것은 일, 삶, 사람 등 어떤 것,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가치다. 그러기 때문에 길고 긴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오늘 하루는 매우 소중하다.
오늘 하루 고단한 업무 중 동료가 건네준 음료수 한잔, 아내가 보내준 아이들의 웃는 사진 한 장, 인터넷 자료 검색 중에 눈에 들어왔던 메이저리그 류현진의 활약 등, 이렇게 순간 지나치는 계획 없는 기쁨이 오늘 하루를 힘내게 하는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지금 걷는 이 길도, 얘기를 나누는 소중한 이와의 이 시간도 하나의 작은 퍼즐 조각에 불구 하지만, 지금 이때를 의미 있게 해 줄 나만의 시원한 물 한 잔을 찾자. 그 한 잔의 물속에는 당신, 그리고 단 한순간이라도 행복을 위해 살아갈 충분한 가치가 있고,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방울방울이 담겨 있다.
더운 여름, 긴 계획도 좋지만, 지금 이 순간의 물 한 잔을 통해 시원하게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오늘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 기자명 이영철
- 입력 2021.07.21 21:47
- 수정 2021.07.2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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