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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산업단지의 근무형태가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전환되는 흐름이 감지된다. 2년 전 시범시행을 통해 올해 4조2교대제를 도입·운영 중인 에쓰오일에 이어 SK이노베이션도 본격 검토에 착수했다.

4조2교대제 도입은 24시간 가동체제에서 교대 근무 생산직이 1,000명 이상인 대형사업장에서 도입되는 기류로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겠다"는 현장의 요구가 늘면서 근로 현장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생산규모와 작업여건, 노동강도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은 이슈로, 더 많은 기업으로의 확산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산업계 중론이다.  

26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 회사 노사는 2021년도 단협 갱신교섭에서 현행 4조3교대 근무형태를 4조2교대 전환에 필요한 검토를 위해 '노사 공동 TF'를 운영하기로 했다. 구성원들의 업무 몰입도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4조3교대인 현행 근무형태를 4조 2교대로 전환하는 검토를 하기로 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4조2교대제 적용 대상은 1,600여명의 교대 근무 생산직이다. 

4조2교대는 4개 근무조 중 2개 조는 하루 12시간씩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고, 나머지 2개 조는 쉬는 근무 형태다. 근무시간은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나지만,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 몰아 쉬기 때문에 연간 총 근로시간은 동일하다. 대신 일을 하지 않는 휴무일이 연간 80일 정도 많아진다.

이미 에쓰오일은 올해 1월부터 4조2교대로 1,100명의 교대근무 생산직원을 대상으로 정식 운영 중이다. 앞서 2019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거친 시범운영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개선하는 등 '에쓰오일형 4조2교대제'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4조2교대 도입 후 정비작업이 중단없이 진행되면서 효율성이 증가되고 직원들의 워크-라이프 밸런스가 제고됐다"고 말했다. 다만 "중장년층 근로자는 야근근무 시간 확장으로 야간 연속 근무 시 업무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어 충분한 휴식 후 근무에 임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했다. 

울산산단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조 현장에서 4조2교대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이 나오고 있는 반면에, 기존 3교대 근무를 완전히 대체할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울산에 3개 공장을 가동 중인 한화솔루션, 온산공단에 제련소를 둔 LS니꼬동제련 등은 현재 4조2교대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대기업 사업장이지만 교대 투입 생산근로자가 총 400명 정도로,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업체에 비해 규모가 작고, 노동강도, 작업여건 등에서도 4조2교대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전언이다.

일단 업무 시간 및 노동 강도 가중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생산 현장에서의 요구가 없는 상황이고, 무엇보다 산업현장 안전이 강조되는 시대적 요구에서 길게 쉬고 출근을 했을 때 업무 적응·몰입도가 떨어져 현장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고 전했다.

울산산단 한 대기업 관계자는 "4조2교대 근무 전환을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근무 체제에 익숙하다 보니 4조2교대 근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도입에 긍정적인 정유업계에 비해 사실 24시간 가동체제에서 12시간 근무하기에는 작업강도가 강한 것도 도입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대기업 중 4조2교대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부터 4조2교대를 시범 실시한 뒤 2011년부터 전면 도입했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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