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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 프로그래머
조환 프로그래머

지난 달에는 잘못된 계획하에 육성한 소프트웨어 인력들이 겪는 비극에 대해 알아봤다. 그렇다면 조기 코딩교육 열풍과 이 비극의 관계, 이를 어떻게 뛰어넘을지를 알아볼 차례다.

해커(Hacker)라는 용어는 일반인들에게도 꽤 익숙한  말이다. 이는 '분해하다, 쪼갠다'는 뜻인 'Hack(고대 영어 haccian)을 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원래는 전쟁터나 처형장 등에서 사용한 잔혹한 말이었다. 그런 말뜻이 바뀐 것은 1960년대부터다. 미국의 MIT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을 유능하게 처리하는 사람'이란 의미를 담아 논문에 사용했다.

이는 곧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이라는 현대의 의미를 가진 말이 됐다. '범죄자 잡는 화이트 해커' 같은 표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워진다. 여기서 쪼갠다는 의미가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바뀐 이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코딩이란 마치 레고 블록 쌓기나, 스위스 시계를 만드는 일과도 비슷하다. 레고 블록이나 스위스 시계의 부품들은 그 하나하나가 가지는 의미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나 부품들을 서로 연결하는 순간 작은 단위의 완성품이 돼가며 그 작은 완성품들이 모여 하나의 예술 작품, 또는 고가의 상품이 된다.

레고 블록으로 집 짓기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블록 하나라도 망가지거나 오동작하면 안 된다. 망가진 블록으로는 제대로 된 완성품을 조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립 과정에서의 오류도 생각해 봐야 한다. 레고 블록으로 지붕, 기둥, 토대를 잘 만들었더라도 순서가 맞지 않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조립하면 제대로 된 집을 만들 수 없다. 

코딩도 마찬가지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문제를 아주 작은 논리 단위(Procedure·Component)까지 쪼개야 한다. 이를 다시 작은 단위의 완성품(Module)으로 만든 뒤, 다시 이 작은 완성품들을 이어붙여야 한다. 그런데 컴퓨터 프로그램은 소스 코드로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당연히 이 과정에 고도의 분석력, 논리력, 추리력, 상상력 등은 필수다. 코딩을 잘하는 사람이란 문제를 분석하고, 원인을 추리해 계획(Programme)을 세워 문제 해결방안을 잘 구현하는 사람이다. 이 때문에 좋은 프로그래머는 대부분 좋은 코더나 좋은 해커인 경우가 많다.

필자는 분석력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조기 코딩교육 커리큘럼들을 본 적이 없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코딩 교육을 이수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뭔가 컴퓨터를 잘 만지리라고 기대할 테니 말이다. 필자가 열거한 기본기들은 굳이 컴퓨터 없이도 기를 수 있는 능력들이기에 소비자들이 오해하기도 쉽다. 코딩 교육을 이수했다면서 컴퓨터를 하나도 못 만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일 테니 말이다. 코딩은 분석한 문제의 해결 계획을 구현하는 가장 끝 단계임에도, 그저 '코딩이란 컴퓨터를 잘 다루는 것'이란 오해도 이런 현상에 한몫한다. 컴퓨터 없이도 코딩을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납득하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기본기를 강조하지 않은 교육은 잠재적 IT인재의 성장을 방해할뿐더러 흥미까지 잃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지난달에 소개했듯 기본기가 부실한 인재의 성장 폭에는 한계가 있다. 한계 앞에서의 선택지는 그다지 많지도 않다. 하물며 그 한계를 이른 나이에 맞는다면? 완전히 흥미를 잃고 이 분야를 떠나 버릴 것이다. 마치 거목을 키운답시고 씨앗에 거름을 과도하게 줬더니 오히려 씨앗이 죽어버리는 것과도 같다.

또한 필수 기초 능력들은 단기간에 고도로 성장시키기도 어렵다. 이런 기초능력 없이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급 고액 연봉자가 될 수도 없다. 이런 회사들은 적게는 수백만에서 많게는 수백억 단위의 문제를 처리하는 회사들이다. 이들이 단기간 육성한 인재가 아니라, 꾸준히 수련해 기본기가 탄탄한 인재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정도 규모에서는 교과서나 획일화된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못하는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도구 활용과 결과에만 치중한 현재의 조기 코딩교육 열풍은 비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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