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운2공공주택지구 개발 현장 부지에서 묘목장을 하던 임씨 가족은 철거 기간을 뜨거운 폭염속에 묘목장 철거와 이전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철거기간을 맞추기는 역부족이라며 기간 연장을 호소하고 있다. 업주인 임씨가 땡볕에 타들어가는 묘목을 안따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운2공공주택지구 개발 현장 부지에서 묘목장을 하던 임씨 가족은 철거 기간을 뜨거운 폭염속에 묘목장 철거와 이전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철거기간을 맞추기는 역부족이라며 기간 연장을 호소하고 있다. 업주인 임씨가 땡볕에 타들어가는 묘목을 안따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폭염주위보가 열흘 넘게 이어지며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한 낮. 울산 다운2공공택지지구 공사 현장 한 복판의 묘목장 풍경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했다. 비닐하우스는 뼈대만 남았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여러 수종의 나무들은 여기 저기 뽑히고 잘리고, 낮은 키의 묘목들은 더위에 익은 듯 시들시들하고, 차양막으로 덮힌 채 더위를 피한 수십그루의 백일홍 더미들은 이미 잎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묘목장 주 임정철(55)씨의 표정은 그야말로 망연자실이다.
 지난 6월 말까지 묘목장을 모두 비워주어야 했지만 아직도 자식과도 같은 수목들이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남아 있다. 


 임씨는 남구 다운2공공택지지구에서 지난 2008년 1월부터 나무 판매업을 시작했다. 임씨가 조성한 묘목장만 전체 21개 필지에 60여종 60만그루에 달한다. 전체 면적만 7만여㎡에 달한다.


 묘목장 부지가 모두 자신의 소유였다면 인생 역전을 이룰 만큼의 행운이었겠지만 모두가 헐값에 빌린 것들이다. 마을이 대규모 택지지구로 개발된다는 소식에 지주들이 일손을 놓기 시작했고, 논과 밭은 황무지로 변해갈 무렵, 때마침 노동현장에서 막일 등을 해오던 임씨는 이런 땅을 싼 값에 빌려서 나무를 심어 파는 묘목업에 손을 댔다. 해가 갈수록 묘목장은 넓어졌고, 심겨진 나무도 60만그루에 달 할만큼 커졌다.


 장차 이곳이 대규모 택지로 개발된다는 사실을 익히 알았지만 하루 아침에 사업이 시작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일생 일대의 가장 큰 패착이었다.


 다운2공공주택지구는 2018년 12월 착공에 들어갔고, 일순간 임씨의 묘목장은 공공사업 시행에 방해가 되는 지장물 처지가 됐다. 시행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택지지구에 있는 지장물 철거작업에 착수했고, 부지를 무단 점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토지인도 소송과 공기 차질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등의 절차에 들어갔다. 임씨 역시 지난 2019년 9월부터 토지인도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작업의 대상이 됐고, 결국 지난 2월 25일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이 내려지면서 소송은 마무리 됐다.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으로 임씨는 모든 시설물, 지장물, 수목 등을 6월 30일까지 비워주기로 했고, LH는 임씨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법원 결정에 따라 임씨 가족은 수목 이식 작업에 들어갔다. 다행히 인근의 반천, 구영리 등에 나무 이식을 할 공간이 가까스로 마련됐지만 이식 기간이 너무나 촉박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허리 수술을 한 아내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군에서 갓 제대한 아들과 인부들과 함께 나무 이식 작업을 벌인다. 비닐하우스안은 사우나탕을 방불케 할만큼 숨이 차고, 하우스 뼈대는 손을 갖다 댈 수 없을 만큼 뜨겁다.  이런 일을 반복한지 반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할 일이 태산같이 남아 있다.


 이런 중에 LH측은 공기에 부족하다며 서둘러 묘목장을 비워줄 것을 독촉한다.
 기자가 임씨를 만난 3일 오후에도 묘목장 철거를 서둘러 달라는 재촉 통보를 받은 직후였다. 한 두 장소도 아닌 묘목장을 여기 저기 쫓아 다니며 작업을 하려니 마음은 급하고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LH측에 나무 이식작업 기간을 연기 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상당기간 편의를 봐줬다며 더 이상의 기안 연장은 불가하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자금이라도 넉넉하다면 인부들을 구해서 시기를 단축시켜보겠지만 택지개발 승인 작업 이후 식재된 나무라는 이유로 한푼의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묘목장을 비워줘야 할 형편이라 그것 또한 여의치 않다.


 임씨는 "이글 거리는 태양 아래 이식 작업을 하면 순식간에 나무들이 말라 죽는다. 10여년 넘게 키운 나무를 그냥 버리고 갈수도 없는 상황이고, 이식기간을 조금만이라도 연기해주면 그나마 숨이라도 쉴 수 있을 텐데 나무가 타들어가는 것처럼 그저 내마음도 타들어 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LH관계자는 "그동안 묘목 주의 심정이나 현실을 감안해서 최종 시한이었던 6월말이 훨씬 넘어섰지만 지켜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택지개발 사업 공기도 상당기간 지체 됐기 때문에 더 이상 지장물 철거작업을 늦출 수는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LH측은 8월 중순부터 강제적으로라도 사업을 집행할 수 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임씨는 나무가 이식해서 활착할 수 있을 시기인 10월말까지만 아량을 베풀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전우수기자 jeusda@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