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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장 지르다'의 두 주인공, 장보고와 염장. U울림통(57)

 

제41대 원성왕 증손자인 우징(祐徵)이 해상왕(海上王) 장보고(張保臯)의 힘을 빌려 육촌 형제 민애왕을 죽이고 왕위에 올라 신라 제45대 신무왕(神武王)이 되었다. 

 제42대 흥덕왕이 숨지자 왕의 사촌 동생인 균정(均貞)과 5촌 조카인 제륭(悌隆)이 왕위를 놓고 다투었는데 제륭이 숙부 균정을 죽이고 희강왕(僖康王)이 된다. 이때 아버지 균정을 왕위에 올리려다 실패한 아들 우징은 배를 타고 달아나 청해진의 궁파(弓巴)에게 몸을 의탁해 숨어 있었다. 장보고란 이름으로 더 친숙한 궁파는 당나라 서주(徐州)에서 용병 장수로 지내다 흥덕왕 때 청해진(전남 완도) 대사(大使)로 임명돼 신라인을 당나라 노비로 팔아 넘기는 해적을 물리치고 당나라와 왜의 교역을 주도하며 군사력과 경제적 기반은 물론 당과 왜의 외교력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다.

 어느날 희강왕의 오른팔이자 쿠테타 동지였던 상대등 김명(金明)이 반란을 일으키자 왕은 스스로 목을 메어 숨졌다. 김명이 민애왕(閔哀王)으로 등극한 소식은 청해진에 있던 우징을 복수심으로 불타게 했다. 3년전 김명이 자신과 6촌 형제이며 처남 매부지간인 제륭(희강왕)을 왕으로 세우기 위해 우징과 맞선 맞수이자 부친 균정을 숨지게 원수였기에 민애왕에 대한 응징을 결심한다.  
 
 우징은 궁파에게 민애왕을 없애주면 왕이 되어 궁파의 딸을 왕비로 삼겠다는 제안을 한다. 평민이었던 궁파는 신분 상승에 대한 기대에 우징과 궁궐로 쳐들어가 왕을 죽이고 우징은 원하던 왕좌에 앉아 신무왕이 된다. 왕은 궁파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의 딸을 왕비로 삼으려하자 신하들은 궁파는 미천한 사람이니 왕실 일원으로 받아 들일수 없다며 극구 반대한다. 골품제를 빌미로 반대하던 신하들은 실상 해상을 장악하며 군사. 경제. 외교 까지 힘을 키운 궁파가 새로운 왕을 세우고 왕의 측근에서 국정을 좌지우지하며 신분 상승까지 꾀하자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즉위 3개월만에 신무왕이 죽자 아들 문성왕도 궁파의 딸을 왕비로 삼으려다 신하들은 섬 사람의 딸이라며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한다. 하루는 궁파의 심복인 장군 염장(閻長)이 왕을 찾아와 궁파가 장차 불충한일을 하려 하니 자신이 없애 버리겠다 하자 왕이 기뻐하며 허락한다. 염장은 청해진으로 돌아가 술에 취해 잠든 궁파를 칼로 찔러 죽이다. 염장이 장보고를 칼로 죽인 이 사건이 '염장 지르다'는 말이 생긴 세가지 유래 중 하나가 된다.
 
 장보고는 중국 송나라 역사서 '신당서'에 '동이(東夷) 최고의 인물'로 평가 되었고 당나라 시인 두목의 문집에도 그를 극찬한 문구가 남겨져 있다. 일본 천태종의 이름난 고승 엔닌과도 편지를 주고 받았다. 중국.일본을 넘나들며 신라의 동북아 국제적 위상을 드높인 신라 인물 장보고가 허망하게 부하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궁궐 밖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그가 궁궐 안으로 들어오니 부담스러웠을 왕과 귀족들의 합의된 계략이 숨어 있을련지도 모른다. 신라 말기에 접어들면서 지방 호족들이 득세하고 골품제 기반의 신분제가 무너져가는 당시 신라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신라는 원성왕계에서 110여년 동안 14명의 왕이 배출되었으나 흥덕왕에 이르러 왕족 중에 힘이 있는 자는 누구든 들고 일어나 왕이 되려는 골육상쟁의 정쟁이 끊이지 않아 5명의 왕이 시해 당하며 나라는 망국의 길로 치닫았다. 정리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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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보기 : 장창호TV [59] 궁파, 염장을 지르다

경주시 동방동 신무왕릉의 모습. 2021.2 20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경주시 동방동 자리한 신라 제45대 신무왕릉의 모습. 2021.2 20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전남 완도 장보고기념관의 장보고 동상. 유튜브'목포mbc' 캡처 이미지
전남 완도 장보고기념관의 장보고 동상. 유튜브'목포mbc' 캡처 이미지
전남 완도 장보고기념관의 장보고 동상. 유튜브'목포mbc' 캡처 이미지
전남 완도 장보고기념관의 장보고 동상. 유튜브'목포mbc' 캡처 이미지
중국 산둥성 옌타이지구 위해(威海)시 석도진에 있는 장보고가 세운 사찰 '적산법화원(赤山法華院)'. 유튜브'남도의 보물 100선' 캡처 이미지
중국 산둥성 옌타이지구 위해(威海)시 석도진에 장보고가 세운 사찰 '적산법화원(赤山法華院)'. 유튜브'남도의 보물 100선' 캡처 이미지
중국 '적산법화원(赤山法華院)'내 장보고의 동상. 해양수산부 트위터 캡처
중국 '적산법화원(赤山法華院)'내 장보고의 동상. 해양수산부 트위터 캡처
장보고 영정.
장보고 영정. 장보고기념관 출처
경주시 서악동 선도산 남쪽 언덕에 자리한 문성왕릉의 전경.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경주시 서악동 선도산 남쪽 언덕에 위치한 신라 제46대 문성왕릉의 전경.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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