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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하주용
 
석양도 서럽던가
발갛게 저무는 섬
건너뛰면 발 닿을 
바닷길 사이 두고
 
철창이 
따로 없어라
가면 오지 못하는 곳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이 아니라는
이보다 가혹한 형벌
어느 법전 조항인가
하늘에 
새 세상 있다면
명예회복 될는지
 
△하주용 시조시인: 경남 함양 안의 출생. 1998년 시조문학천료, 시조집 '흔적' '뚝 잘린 시간 너머' '때를 안다는 것은'. 울산시조시인협회 회장 역임, 울산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한국시조시인협회·울산시조시인협회·울산문인협회 울산남구문학회  회원. 청림남구문학상, 울산시조문학상 등 수상.
 

서금자 시인
서금자 시인

소록도! 글을 읽기 전부터 마음이 짠해 온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이기를 포기해야 하는 그들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리라. 시인은 그런 심정을 석양도 서럽던가 발갛게 저무는 섬, 건너뛰면 발 닿을 바닷길 사이에 두고 가면 오지 못하는 그 곳을 철창이 따로 없다고 읊고 있다. 이 시조에는 철창, 형벌, 법전, 명예회복을 시어로 인간사를 내면에 두고  판결해 보게 한다. 그들은 스스로 죄 지은 일이 없는데 평생 갇혀 살아내야 한다고 그 한恨을 2연 중장에서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이 아니라는, 이보다 가혹한 형벌 어느 법전 조항인가'로 호소하고 있다. 이어 2연 종장에서는 '하늘에 새 세상 있다면 명예회복 될는지'의 결구로 세상을 향한 질문에 대한 답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어 시인과 독자가 하나 되게 하고 있다. 하여 이 시조가 주는 맛이 신선하고 따뜻해서 어머니 마음을 닮았다. 다음 생에서는 진정 사람으로 태어나 희로애락을 맛보며 사람답게 살아가기를 시인과 독자가 한 마음으로 기원하게 된다. 
 
 이 시조를 읽으면 한하운의 보리피리와 황톳길을 떠 올리게 한다.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늴리리'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그 장면을 떠 올리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
 
 나도 3년 전에 소록도에 가 본 적이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선글라스를 쓰고 장갑을 끼고서 사람들의 눈을 마주하지 않으려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모두 무념무상無念無狀한 표정들이다. 그런데다가 마을이 너무 조용하고 한산하여 매점에 들러 물어보았더니 병이 완치된 이들과 아직 병이 진행되고 있는 환우들을 합해서 519명이 생활하고 있단다. 지금은 그들 모두 그곳을 천국으로 알고 그 곳에 뼈가 묻히기를 원하고 있단다. 완치된 사람들과 아직 앓고 있는 환우들이 서로를 다독이며 혈연처럼 살고 있단다. 참 다행한 일이라 생각되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이어 그들이 가꾸었다는 중앙공원을 둘러보았다. 공원은 그들의 상처를 치료하듯 잘 가꾸어져 있었다. 햇살에 비치는 나무숲이 흐르는 강물처럼 결 고운 바람을 만들어 준다. 그들의 단아한 체취가 느껴지는 듯 했다. 그들은 그렇게 고향 뒷동산 유년을 심어 접질린 시간들을 다독여 왔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니 나무 한 그루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이 그저 엄숙해졌다.
 
 오늘도 그들은 마음이 몸을 이겨내며 세월을 살아내고 있을 게다. 코로나 세월에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아내는 게 아니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이 시조는 오늘 우리들에게 따뜻한 교훈이 되어 준다. 하여 조용히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서금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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