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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숙 수필가
강이숙 수필가

늦은 오후, 태화강 국가 정원은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처음 대면한 행복시민모임 여섯 회원은 서로 반가움의 인사를 나누기에 바빴다.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온라인 화상방에서 수업을 진행해 오다가 오늘은 오프에서 하는 실천으로 미리 정해 놓은 날이었다.

이번 주는 평화와 환경을 위한 걸음, '한라에서 백두까지 고고고'라는 주제 아래 우리 지역 태화강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실천 활동이었다. 전국의 행복 시민들이 4주간에 걸쳐 지역망을 연결해 걷고, 줍고, 만나면서 마침내 백두에 이르는 날, 그동안 모은 우리의 걸음걸음이 한반도 평화통일을 향한 초석을 다진다는 자부심에 가슴이 뭉클했다. 

법륜스님이 지도 법사로 계시는 행복학교에는 우연한 기회에 미디어로 접해 입문하였다. 종교적인 문제를 떠나 일상의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나의 행복이 곧 남의 행복이며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는 메시지를 통해 개개인 행복할 권리와 함께 국민 행복도를 높여 나가는 데 학습의 방향과 목표를 두고 있었다.

매주 다양한 주제를 제시해 '행복 연습'과 '행복 실천'을 하며 그것을 내 것으로 체화해 자각으로 이끌고 행복의 자기화를 심어 나간다는 전반적인 내용을 사전에 익혔다. 기초과정인 '마음 편'과 '관계 편', 이어서 '심화 편'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기대와 의욕을 안고 수업에 임했다.

'마음 편'에서는 집착과 욕망의 찌꺼기가 가득한 마음을 비우고 그 자리에 행복 심기, 마음의 파도에 휩쓸리지 말고 적당히 출렁출렁하는 마음 바라보기 등을 체득했다. 행복 실천으로는 '손텀장인' 이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일회용품은 절대로 쓰지 않으며 항상 손수건과 텀블러, 장바구니를 필수품으로 챙겨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새로이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시간이었다.

이어진 '관계 편'에서는 지나온 역사를 돌이켜 자신을 반추하며 가족, 이웃, 남북, 세대 간의 갈등을 최소화해 타인을 존중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배려와 이타심에 관해 다양한 연습을 했다. 삶과 수행은 둘이 아닌 하나라는 명제 속에 나를 탐구하고 주변인과의 관계 맺음에 내가 먼저 다가서는 양보와 여유를 일깨워 줬다.

'심화 편'은 기초과정을 토대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주제들이 석 달에 걸쳐 다뤄졌다. 환경, 기아, 질병, 복지, 평화, 통일에 이르기까지 당면한 과제와 사회적 이슈에 다 같이 고민하며 실천 방안을 서로 토론하는 학습이었다. 민족의 숙원인 남북 평화통일 문제를 필두로 해서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 플라스틱의 폐해와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적게 소비하고 적게 먹으며 가까운 거리 걸어 다니기, 분리수거 잘하기 등에 대해 논하며 지구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아픈 사람이 쓰던 마스크가 건강한 사람이 쓰는 것이 돼버린 현실 앞에 지금보다 더 나는 세상이 오기를,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지구이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새삼 마주한 삶의 길에서 적지 않는 변화를 자각하며 마음의 봄은 내가 만들어 간다는 자아 발견과 성취, 시대적인 문제에도 한층 안목을 넓히는 기틀을 마련한 6개월이었다. 

수료 후, 아쉬운 마음에 재입학하려고 담당님께 문의했더니 다음 단계인 '행복시민모임'이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받은 도움과 혜택이 나의 행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벼워진 마음과 에너지를 주위에 나누는 활동을 한다"고 했다. 

목요일 저녁반으로 새로 맺은 행복 시민 여섯 식구와 온라인 화상방에서 만난 지는 어느새 5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열과 성을 다해 편안하고 친근하게 우리를 이끌어 주시는 두 스텝, 용남님과 외선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동료 정현님은 외모만큼이나 상큼 발랄한 이미지로 에너지를 일으켜준다. 만면에 웃음 띤 채 방을 훤히 밝히는 긍정의 아이콘 정미님, 그 자리 그대로 변함없이 묵직한 맏언니 무숙님, 우린 서로를 아껴주고 위하는 소중한 멤버들이다. 매주 주어지는 과제 속에 일어나는 마음을 살피고 나누기를 하며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 나가고 있다. 어느 때는 화상방이 터질 듯이 파안대소하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가슴속 깊은 얘기들을 토로하며 아픔과 기쁨의 눈물로 행복의 밀알을 싹 틔워 나가고 있다.

대밭을 거쳐 운치 가득한 국가정원교 은하수 다리를 건너오니 더 세차게 비가 내렸지만 우린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축복받은 날인 양 기념 인증 샷을 찍고 충만한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

오늘 우리의 발걸음이 생명의 젖줄인 태화강에 닿아 쓰레기 없는 맑은 강으로 거듭나기를, 아울러 북녘땅 백두산까지 우리 땅을 밟고 오르는 희망의 새 시대가 오기를 소망해본다.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일으킨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작은 실천이 주변에 큰 파도를 일으키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매일 아침 읽는 '행복 수행문'이 십리대밭 대숲 속으로 메아리 돼 퍼져나간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욕망을 절제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시비를 멈추어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다 함께 행복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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