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은영 본보 독자권익위원·울산불교문인협회장
정은영 본보 독자권익위원·울산불교문인협회장

계절은 정직하다. 9월에 접어들면서 아침저녁으로 끈끈한 바람 대신 서늘한 바람이 상쾌함을 더한다. 천고마비지절(天高馬肥之節)이다. 폭염이 물러간 자리를 가을바람이 차지하고 있다. 책을 가까이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그러나 공원에 가건, 시내버스를 타건, 어디를 가도 문학서적을 들고 다니는 사람 만나기가 어렵다. 대신 모두가 휴대폰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현상과 더불어 독서 인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곤두박질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성인 10명 가운데 3~4명은 한 해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이 연간 한 권이상 읽은 경우가 95.8%로 초·중·고 가운데서 가장 높다. 나이로 보면 30대에서 높게 나타나고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갈수록 독서율이 저조하다. 

최근 어느 일간지 기사를 보면 10년 단위로 밀리언셀러 탄생 분포도를 밝혀놓았다. 1990년대는 국내 작가 기준으로 17권, 2000년대는 10권, 2010년대는 2권, 2020년대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게임 프로그램 발달로 깨알 같은 활자를 챙겨 읽어야 하는 독서보다는 휴대폰 화면을 확대해서 오락을 즐기는 것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일 거라고 판단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미래를 어둡게 하는 슬픈 일인 것은 분명하다.

독서율이 그 나라가 문화선진국으로 인정받느냐 아니냐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 선진국들의 독서율과 단순 비교하면 이들 나라 독서율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하지만 예술 문화적으로는 아니라는 평가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국민은 책과 거리를 두게 됐을까.

십 수년 전만 해도 가을은 들머리부터 문학축제로 시끌벅적했다. 시낭송 대회를 비롯해 다양한 문학축제가 지역마다 개최됐다. 지금도 그 영향으로 가을 문학축제를 개최하는 문학단체들이 있지만 참가해보면 힘이 빠진다. 왜냐하면 책을 읽지 않은 시대의 문학축제는 알맹이부터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속도로 독서율이 떨어지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라는 말이 사라질 날이 머지않다. 세상의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문학인으로서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다. 

시중 서점에서 월간이나 계간문학잡지를 구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과거에는 문학인들은 월말을 기다렸다. 시중 서점에서 다양한 문학잡지들을 가판대에 장식했다. 그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또 다른 작은 문학축제가 아니었나 한다. 누가 시로 등단했으며 소설 당선작의 수준이 대단했다는 등의 문단이야기로 문학계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현재는 관계되는 사람들만의 잡지가 돼버렸고 필요한 문학잡지를 구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서점이나 출판사로 직접 구매신청을 해야 한다. 

이쯤에서 산업수도 울산 문학사정은 어떤가를 볼 필요가 있다. 울산은 문학인의 통계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문학 활동을 하는 인구는 대략 500여 명으로 추측할 수 있다. 광역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문학인구로만 보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이 가운데서는 유명 작가들도 있고 이제 겨우 등단 딱지를 땐 경우도 있다. 해마다 울산문화재단에서 작품집 출간예산을 지원받는 작가가 50여 명을 넘나드는 수준이고 자비 출판까지 합치면 70여 명의 작가가 신작(新作)을 낸다. 양으로 치면 적은 권수가 아니다. 그러나 걱정은 있다. 등단 작가를 보면 젊은 층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등단 연령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최근 울산에서 50대 이하 등단 작가는 거의 없다. 이에 비해 60대와 70대가 비슷하고 과거에는 드물었던 80대가 등단, 시집을 내는 경우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미 문학세상은 100세 시대가 왔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이런 독특한 사회현상은 문학이 과거 전문작가들만의 전유물이었던데 비해 등산이나 골프, 테니스처럼 또 다른 취미생활의 하나로 자리 잡아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문학이 문자예술보단 여가선용의 수단이 되고 있음이다. 

그리고 지금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흔해졌다. 각 문학단체들마다 예비문인들을 위한 다양한 장르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있고 각종 문학상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에 버금 해 문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쯤에서 다시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이 있다. 문인들은 급증하고 있는데 독서인구가 급감하고 있음이다. 이를 해결해야 하는 방안 마련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문학인구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각 문학단체들이 지방정부와 손잡고 나서야 한다. 울산문학 단체들이 힘을 모아 울산만의 독특한 문학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인기 스포츠보다 더 재미있는 문학축제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문학인구도 함께 늘어나서 문학이 살고 산업수도 울산의 독서인구가 늘어날 것은 자명한 이치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