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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법이 될 때 정혜진 지음. 동녁. 252쪽. 
지난 2018년 한국발전기술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재가 분명했지만, 법적으론 원청을 처벌할 근거가 없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 90여 개 단체가 모여 '고(故) 김용균 시민대책위'를 만들었다. 부실한 산업안전보건법을 손질하라는 여론의 움직임도 들끓었다.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법에 대한 입법 절차가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김용균법이 탄생한 배경이다.
 
기자 출신으로 로스쿨을 졸업한 후 국선변호사로 일하는 저자는 이처럼 김용균법을 비롯해 태완이법, 구하라법, 민식이법, 임세원법, 사랑이법, 김관홍법 등 이름이 법이 되는 과정에 대한 일곱 개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책에는 열 한 명의 인터뷰와 일곱 명의 사람들, 그들의 이름으로 만든 일곱 개의 법이 있다.
 
이 책은 법이 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유가족 등의 증언과 함께 써 내려간 일종의 르포르타주 에세이다. 
 

이상한 성공 윤홍식 지음. 한겨레출판. 416쪽.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인 저자가 '선진국 한국'의 다음 과제를 짚은 책. 

'한국은 왜 불평등한 복지국가가 됐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일제강점기부터 100여 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의 성공이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 덫이 됐다. 지금의 불행은 역설적이게도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성공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책은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세계 9위의 선진국이 됐는데도, 국민 10명 중 6명은 '울분에 가득 찬' 불안한 나라가 됐는지, 복지지출을 매년 늘리는데도 왜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지 등을 경제, 정치, 사회복지 측면에서 분석한다.
 
아울러 저자는 단순히 생존에 직결된 복지만으로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음을 논증하며 양질의 일자리, 돌봄 노동 해소를 통한 노동시장 참여,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천적 방법들도 제시한다. 
 

기계이거나 생명이거나 이찬웅 지음. 이학사. 252쪽. 
인공지능은 인간만큼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질 들뢰즈와 프랑스 철학을 연구하며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기계와 생명이 서로 뒤섞인 지대에서 인간의 본성을 새롭게 조명한다.
 
저자는 미셸 푸코, 들뢰즈·가타리의 논의를 비교 분석하고,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새로운 앵글로 조명하면서 점점 유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생명과 기계의 관계를 고찰한다.
 
책의 제목 '기계이거나 생명이거나'는 저자가 들뢰즈의 '이접적 종합' 개념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접적 종합이란 'A이거나 B이거나'라고 말할 때 A나 B 중 하나만을 배타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A와 B 둘 모두의 미시적 특성을 느끼며 오가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접적 종합이 인지적 무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오가면서 감성의 변화와 지성의 확장이 이뤄지는 상황을 함축한다고 말한다. 강현주기자 usk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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