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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의 고령화로 명맥이 끊긴 '상북 오리농법' 단지에는 철거 조차도 힘이 부쳐 처리하지 오리집들이 부서진채 방치되고 있는 등 요즘의 농촌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농부들의 고령화로 명맥이 끊긴 '상북 오리농법' 단지에는 철거 조차도 힘이 부쳐 처리하지 못한 오리집들이 부서진채 방치되고 있는 등 요즘의 농촌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울주군 상북면 지내리. 울산~밀양 24호 국도를 달리다 보면 논 한 가운데 드문 드문 자리 잡은 주황색 지붕의 작은 건물들이 시선을 잡는다. 

주황색이 짙은 녹색의 벼와 어울려 제법 운치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요즘의 슬프고 힘겨운 농촌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장이다.

언 듯 봐서는 농가 창고 용도로 보이는 이 작은 건물들은 한때 오리들이 머물던 축사, 바로 오리집이다.

지금은 오리집에 오리는 한 마리도 없다. 오리집은 폐가처럼 방치 된지 5년여 세월이 흘렀다.

한 때 울주군 상북면 지내리는 오리를 이용한 친환경 쌀을 생산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던 곳이다. 지난 2002년 마을 농민 90여 가구가 오리작목반을 결성해 국내 최대 규모인 68㏊에 오리농법 단지를 꾸려왔던 곳으로 벼농사에 오리를 이용한 친환경 농법을 도입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 농법은 농민들이 방사한 오리가 논에서 병해충이나 잡초를 먹으면서 농부들이 특별히 해충과 잡초를 뽑지 않아도 됐고, 오리의 배설물은 자연 비료가 됐다.

오리가 최고로 많았을 때는 자그마치 1만5,000여 마리에 달할 정도로 논 바닥에 오리가 바글 바글 거렸다.

오리가 논을 휘젖고 다니던 이곳에서 생산된 쌀은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일반 쌀보다 20%나 높은 가격에 '상북 오리쌀'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됐고, 농사가 끝나고 난 뒤 성장한 오리는 식용으로 팔 수 있어 농가에 일거양득의 수익을 제공했다. 오리들이 논바닥을 오가는 모습은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오리 농법은 2016년부터 명맥이 끊겼다. 농민들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오리를 관리하는 일이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오리 농법을 시작할 때만해도 평균 60대였던 농민들의 70대 중반을 넘어섰고, 고심 끝에 농민들은 오리농법 농사를 포기하고 15년 역사의 작목반을 해체했다.

그 후 5년여가 지난 현재, 이곳엔 아직까지 드문드문 오리집이 자리 잡고 옛날을 추억하게 한다. 그러나 농민들의 손길이 여의치 못해 여기저기 부서지고 기우는 등 제 모양을 갖춘 것은 별로 없다. 

오리집을 철거하는 일 조차도 인부를 사서 처리해야 할 상황이어서 아직도 20여채가 넘는 오리집이 논 한 쪽을 버티고 있다.

시집와서부터 이 곳에서 논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 모 할머니(76)는 "한때 친환경 쌀이라고 해서 비싼 값으로 거래되면서 만족해 하던 때가 있었지만 다들 나이가 먹고 기력이 떨어지면서 손을 놓게 됐다"면서 "소용이 없어진 오리집은 철거를 하고 싶어도 힘이 부쳐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누구라도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뜯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우수기자 jeusda@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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