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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색종이도 필요해'
'까만 색종이도 필요해'

'까만 색종이도 필요해'는 2021년 9월 10일 브로콜리숲에서 발간한 전자윤 작가의 첫 동시집입니다. 이미 동화책 '그림자 어둠 사용법' '비밀은 아이스크림 맛이야'를 낸 작가는 2018년 '부산아동문학' 동시 부문 신인상 등단했으며, 2020년 동화부문 샘터상과 한국안데르센상 동시 부문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이 동시집은 2021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출간했습니다. 
 
# 할머니 공책
 
 한글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 네모 칸칸마다/ 한 톨 한 톨 글씨를 뿌려요//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아 자 차 카 타 파 하//
 삐뚤빼뚤 이랑마다/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들//
 가 갸 거 겨 고 교 구 규 그 기/ 나 냐 너 녀 노 뇨 누 뉴 느 니//
 몽당연필 호미로 일군 글밭/ 한글이 잘 익어가요//
 
 '한 톨 한 톨 글씨를 뿌려요' '이랑마다/ …돋아난 새싹들'이란 시구에서 동의할 수 있는 빛나는 은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좀 더 퇴고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주는 시구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 귓속에서 보일러가 윙윙 돌아가고
 
 귀가 뜨끈뜨끈/ 열이 올랐다//
 귓속에 보일러가 있나 보다//
 태윤이가 고백했을 때/ 작동하기 시작했다//
 '심쿵'/ 소리를 냈다//
 
# 뭉게구름
 
 까치발 들고 
 조심조심
 
 층간 소음 없는
 흰 구름 아파트
 
 위 두 편의 작품을 읽으며 오랫동안 마음이 머물렀습니다. 새롭게 보고 새롭게 생각하는 시적인 정황에 억지스러움이 없으며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작가의 시적인 인식과 창작의 뛰어남을 엿볼 수 있는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동문학가 성환희
아동문학가 성환희

 전자윤 작가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몇 년 전의 일이었으나 그동안 잡지에 발표한 동시 몇 편 본 것이 그에 대한 기억의 일부입니다. 동시집 '까만 색종이도 필요해'를 읽으며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아, '작품 참 좋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으니까요. 일상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일상적이지 않다는 것은 작가에게 있어 큰 장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감과 즐거움을 주는 작품들이 꽤 있으나 지면 관계상 모두 소개해 드릴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2021년도 최근까지 출간한 작품 여러 권을 읽었습니다. 단연 으뜸이라고 해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작품집이 아닌가! 조금은 조심스럽게 저의 짧은 소견을 남겨봅니다.  아동문학가 성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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