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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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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쉴 권리 보장이 먼저일까. 시민 편의가 우선일까. 
 전국공무원노조가 10월 20일부터 점심시간 1시간 휴무제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무원들은 점심시간 1시간 휴게시간을 보장받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시민들은 점심시간 짬을 내서 업무 처리를 하는데 휴무제를 시행하면 불편함은 물론 혼란을 키울 것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 "1시간 휴게시간 보장해야"
30일 전국공무원노조 울산본부에 따르면 10월 20일부터 울산지역 5개 구군청 민원실과 행정복지센터 점심 휴무제 시행을 추진한다. 

 점심 휴무제는 점심시간인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업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는 '10월 20일부터 점심시간 휴무제 시행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울산 곳곳에 게시한 상태다. 

 정재홍 전국공무원노조 울산본부장은 "그동안 민원인 편의를 위해 공무원들이 지속적으로 공짜 노동을 강요당해왔다"라며 "교대 근무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불편함이 없다고 하는데 창구 업무 처리 내용이 각각 달라 한명이 없으면 옆사람이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원업무 공무원이 점심먹기 위해 자리를 비우면 민원인들은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민원인들이 공무원에게 폭언, 짜증을 내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원실 공무원은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나눠 교대로 밥을 먹는다. 

 교대 중 민원실을 찾은 민원인이 많아지고 불만이 나올까봐 민원실 공무원들은 1시간을 다 쓰지 못하고 응대해야 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정재홍 전공노 울산본부장은 "근로기준법 54조와 지방공무원 복무 규정 등에 따르면 휴게시간 1시간을 지켜야하는 것은 공무원의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다"라며 "이 같은 권리를 찾기 위해 10월 20일부터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공노는 강행 의지보다는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5개 구군 협의회와 잘 이야기를 해서 합리적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점심시간 휴무제 시행으로인한 시민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무인발급기 설치 확대 등을 구군에 요구하고 있다. 
 점심시간 휴무제가 시행되면 노조원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민원행정실에 적용된다.

# "일하는 중 짬내서 업무 처리"
이 같은 소식에 시민들로부터 각 구군 행정복지센터에 '점심시간 휴무'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현수막을 보고 전화했다'라며 점심시간에 쉬면 업무를 언제 보라는 것이냐라고 따지는 전화도 많아지고 있다. 

 공무원들은 '시행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시민들을 달래고 있고, 민원이 빗발치자 현수막 철거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시민들 역시 점심시간 휴무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췄다. 

 정모(32·여)씨는 "점심시간 잠시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공무원들이 권리와 인권을 앞세워 쉬겠다고만 하면 시민들은 불편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인가"라며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고 공무원들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아닌가"라고 말했다. 

 시민들 대다수는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公僕: 국민을 받드는 심부름꾼이라는 의미)이라는 점에서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지 자신의 권리만 찾겠다고 나서면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 역시 점심시간 휴무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휴무제를 강행할 경우 민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장이나 복지센터장이 서류 업무를 맡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인력 충원이나 효율적 업무 체제 등 보다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시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공무원은 "민원 공백이 생기면 문제가 다수 발생하고, 그 불만이 시장이나 구청장 등에 전해지기 때문에 당번제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보인다"라고 밝혔다. 

 한편 점심시간 휴무제는 지난 7월 1일부터 광주에서 시행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전공노 점심시간 휴무제 시행은 10월 20일 열리는 전국 민주노총 총파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강은정기자 uske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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