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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육 울산 시민건강국장
김상육 울산 시민건강국장

코로나19 상황이 4차 위기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아직 하루 2,000명이 넘게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성인 80% 백신접종이 임박해지자 사람들은 이미 터널 끝이 보인다고 확신하며, 일상회복을 바라고 있다. 방역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긴 여정을 달려오면서 울산은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겪지 않은 몇 안 되는 대도시 중 하나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울산은 산업도시이고, 지하철이 없어 이동이 다소 불편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4단계를 모두 겪은 부산, 경남, 경북과 인접한 같은 생활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메리트는 거의 상쇄돼 버린다. 심지어 울산항을 오가는 무역선 선원을 통한 해외 유입과 지역 접촉도 적지 않았다.
 
그럼 공공병원 지원 하나 없고 지역보건인력까지 타 시·도에 비해 턱없이 적은 한계 속에서 어떤 무기가 있었기에 살아남기에 성공했을까? 언젠가 코로나19가 공식적으로 종식되면 다시 평가를 할 기회가 있겠지만 중간평가를 해보는 것이 앞으로 전개될 단계적 일상회복을 더 잘 준비해 나가는데 도움이 되지 싶다.
 
첫째, 민간병원이지만 감염병 전담병원인 울산대학교병원의 역할이다. 울산은 호흡기 내과 전문의가 20명 안팎에 불과한데 그 절반이 이 병원에 있다. 수차례 호흡기 감염병 사태를 거치며 다른 지방 국립대학병원들 이상으로 이 분야 역량을 확보해 온 것이다. 의사는 물론 운영기획팀, 병원감염관리팀, 감염병관리지원단의 간호사들이 보건소 인력에 버금갈 만큼 체력을 소진해가며 버티어 주고 있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진과 병상을 감염병에 대거 투입하는 것은 더 시급하고 중한 환자의 입원과 치료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이니만큼 공공병원이 역할을 분담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선제검사를 위해 PCR 임시선별검사소를 대거 운영한 것이다. 지금은 기차역과 고속도로 휴게소에 임시선별검사소를 많이 운영하지만, 울산은 작년 8월부터 울산역 임시선별검사소를 운영했다. 올해 봄 위기부터는 문수구장과 종합운동장 등 최대 10개소에 이르는 곳에 검사소를 설치했다. 울산은 서울의 1.6배 면적인데 반해 보건소와 종합병원은 1/5 수준이라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가깝고 편리하고 안전한 곳에서 무증상자라도 선제검사를 신속하게 한 것이 확산방지에 많은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50만건을 넘어 보건소·병원 선별진료소 35만건 보다 더 많은 검사를 했으며, 최근에는 비수도권 임시선별검사의 15% 정도를 울산이 차지하고 있다.
 
셋째, 기업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방역과 협력이다. 대기업들은 생산차질을 막기 위해 자체방역과 협력업체 방역지원에 앞장섰으며, 확진자가 발생하면 대규모 진단검사를 빠르게 진행했다. 현대차는 자체 선별검사소를 운영하고 현대중공업과 삼성SDI는 기업체 자율접종을 기업부담으로 실시했다. 현대차는 인재개발원 경주캠퍼스를, 부산은행은 기장의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이번 여름 위기에는 도심 민간호텔에 울산시 거점 생활치료센터를 마련했는데 시민들의 이해와 배려로 환자와 의료진 모두 보다 편리하게 치료과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넷째, 감염병이라는 사회적 재난 대응을 위한 행정지원과 협조체계이다. 진단검사, 역학조사, 예방접종 등 모든 과정에서 군경과 119를 포함해 중앙과 시·도, 구·군이 호흡을 맞추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것이 팬데믹 대응이다. 지자체 내에서는 방역과 안전 부문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고 취약시설들의 지도점검 부서가 적극적으로 활동해 줘야 한다. 올해는 구·군별로 예방접종센터를 운영하고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생활치료센터 병상이 크게 늘었다. 주말 없이 이어지는 상황인만큼 대응인력을 계속 늘여갔지만 업무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대응요원들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을 주기적으로 교대를 할 수 있었으나 역학조사와 병상배정 등 일정자격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핵심 영역은 2년간을 버티어 내고 있다. 보건소 인력들이 체력 소진으로 쓰러진 사례는 있을지언정 민간의료진을 포함해 과로사가 없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여러 조건들과 노력들이 합쳐져 이제 단계적 일상회복을 바라보는 단계까지 왔다. 하지만 대응 현장에서는 재택치료라는 또 하나의 가보지 않은 길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일상회복을 지나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시민들과 기업들의 계속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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