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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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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내 집 마련하는데 대출 조이면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북구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 입주예정인 정모 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이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되지만 대출이 막혀 잔금을 치를 수 없게 됐다. 자칫 입주를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정 씨는 꿈에 그리던 '내 집 마련' 실현을 코 앞에 두고도 마음이 편치 않다. 
 정부의 '대출 조이기' 정책이 주택 실수요자들에게 과도한 제약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울산 지역에서도 서민들이 '내 집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북구 매곡동 481-1 일대에 위치한 (가칭)매곡 에듀파크 에일린의 뜰 아파트는 오는 31일부터 12월31일까지 입주예정일이다.

 총 850세대로 대규모 아파트지만,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정책으로 1금융권에서 집단 대출이 막혔다.  

 이 아파트 입주예정자 협의회는 KB국민, 농협, 하나 등 은행과 접촉해 잔금을 치르기 위한 집단 대출 협약을 맺었지만, 갑작스런 정부의 정책으로 없던 일이 돼 버린 것이다. 

 입주예정자 협의회는 1금융권에서 집단대출이 모두 막히자 2금융권으로 눈길을 돌려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선착순으로 200세대에 한해 자금을 풀 수 있을 거라는 논의가 오고갔지만, 풍선효과로 2금융권에 몰리게 될 시 이마저도 불가능해질까 싶어 수 백명의 입주예정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신큰별 (가칭)매곡 에듀파크 에일린의 뜰 입주예정자 협의회장은 "집단 대출이 막혀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자연스레 입주를 포기하는 세대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잔금 일자를 미뤄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 모르겠다"고 걱정스런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일부 세대는 정부의 디딤돌 대출 상품을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마저도 조건이 까다로워 대출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면서 "내 집 마련을 하기 힘든 서민들에게 대출 조이기 정책을 시행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결국 피해는 서민들만 입는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12일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준공 예정인 아파트는 (가칭)매곡 에듀파크 에일린의 뜰과 더불어 염포동 20에 (가칭)숲속의 더 유엘 아파트다. 이 두 아파트는 총 1,125세대다. 2022년도에는 남·북구 중심으로 총 3,000세대의 물량이 대거 나올 것으로 보여 실소유자들의 불만은 커질 전망이다.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조이기가 가을 이사철 전세·대출 난민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KB국민은행이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보증금의 증액 범위 내로 제한했고, 하나은행도 오는 15일부터 같은 조치를 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부터 전세대출을 비롯한 모든 가계 담보대출의 신규 취급을 중단했고,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 등도 가계 대출 상품 취급을 제한하거나 중단했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이 4억원이고 2억원을 전세자금대출로 충당한 상태로 6억원 전세로 옮긴다고 가정하자. 예전에는 보증금에 80%에 해당하는 4억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기존 대출에서 보증금 증액분인 2억원을 합쳐 4억원까지만 빌려준다는 것이다.

 대출규제 강화 소식에 전세계약을 서두르는 임차인도 늘어가면서 전셋값 상승세도 다시 강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10월 첫째 주 울산 아파트 전세가격이 0.28% 올라 지난주(0.20%)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울산 아파트 전셋값은 8월5주 0.27%까지 올랐다가 3주 연속 오름폭이 작아졌으나, 다시 커졌다.

 구·군별로는 북구가 0.45% 올라 가장 크게 올랐고, 이어 울주군(0.25%), 동구(0.24%), 남구(0.23%), 중구(0.18%)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와 관련 없는 1주택자나 전세 수요자에 대한 1금융권 대출을 막으면 결국 피해는 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면서 "이들과 구분 지을 수 있는 대출 규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원기자 usjhw@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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