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에 '탄성' 은빛 억새에 '감성'
기암괴석에 '탄성' 은빛 억새에 '감성'
  • 진희영
  • 2021.10.1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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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9봉 톺아보기] 5.영축산
에베로릿지 바위 암봉.
에베로릿지 바위 암봉.

'사는 것이 외롭다고 느낄 때는 지리산의 품에 안기고, 기운이 빠져 몸이 처져 있을 때는 설악산의 바위 맛을 보아야 한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계절.가을 억새가 손짓하고 영남알프스의 암벽이 유혹하는 에베로릿지와 억새들이 군무를 이루는 억새 천국 영축산. 영축산은 영남알프스 주봉인 가지산이 남서진하면서 간월산과 신불산,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양산부산권 낙동정맥의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산의 동쪽 사면은 깎아지른 듯한 급경사를 이루고, 서쪽 사면은 완만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영축산에서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60여만 평의 펑퍼짐한 능선은 광활한 억새밭을 이루고 있어 가을이 다가오면 수많은 산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산행 경로
울주 장재마을 - 금강골 - 아리랑릿지- 금강골재 - 영축산(5시간 정도 소요)

신불산에서 군 사격장을 거치는 금강골
금강골은 배내오재(五領) 중 가장 험하다는 골짜기로 알려져 있다. 삼남면 강당마을에서 금강골을 따라 오르는 곳은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바위능선이 아름다워 모험을 즐기는 산악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은 옛날 금광을 캤던 탄광이 있었고 지금은 육군7765부대 사격연습장이 있는 곳이다. 골짜기에 들어서면 마치 설악산의 용아 장성을 연상하리만큼 바위 능선이 시선을 압도한다. 아리랑릿지, 쓰리랑릿지, 에베로릿지, 탈레반릿지등 초보 산행자들에게는 이름만 들어도 오금이 저리는 바위 능선은 금강골을 중심에 두고 좌우로 나누어져 있다. 
 
울산과 배내골 오가던 배내오재(五領)
영남알프스 능동산과 영축산 사이의 주능선에 울산사람들과 배내골 사람들이 서로 왕래하던 다섯 개의 주요 고개를 말한다. 즉 배내오재라 한다.  
1) 배내재(장구만디)-석남사가 있는 덕현리에서 배내고개로 넘어가는 고개로 덕현재라고도 한다.
2) 긴등재-길천리 순정마을에서 배내봉으로 넘어가는 고개로 산등성이가 길다(長登)고 붙여진 이름이다. 배내봉에서 봉화대가 있는 언양 부로산까지 이어진다. 
3) 간월재-등억에서 배내골로 넘어가는 고개로 왕방재(억새만디)라고도 불리며 파래소폭포로 내려간다.
4) 신불재-삼남면 가천리에서 신불재 대피소를 지나 청석골(백련골)을 거쳐 배내로 넘어가는 고개.
5) 금강골재-삼남면 강당곡에서 금강골을 지나 청수좌골을 거쳐 배내로 넘어가는 고개. 배내오령 중에서 가장 빠른 길로 가장 걷기 힘든 험로다.
 
100m 물줄기 장관 이루는 금강폭포
금강폭포는 영축산 동·북사면과 신불평원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금강골로 흘러들면서 100m에 가까운 폭포를 만들어낸다. 여름철 우기(雨期)때에는 흐르는 물의 양이 많아 마치 물살이 마치 살아 있는 듯 언양에서 부산으로 가는 국도변에서도 그 경관을 바라볼 수가 있다. 또한 한겨울 빙벽이 형성되면 마치 백용 한 마리가 승천하듯 수십 미터의 얼음빙벽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건기(乾期)에는 암벽을 연상하리만큼 흐르는 물의 양이 적은 편이다. 
 금강폭포는 1폭포와 2폭포로 나누어져 있는데 산행 시 주로 1폭포만 보고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1폭포에서 왼쪽으로 돌아 로프를 타고 오르면 50여m에 가까운 2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금강폭포를 구경한 뒤 폭포 위쪽으로 계속 산행을 이어가려면 다소 산행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 코스를 권하고 싶다. 이 구간은 일부 산꾼들에게만 알려진 일명 '탈레반릿지'라 불리는 암벽 구간이다. 이곳은 군데군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등산로도 없으며, 이정표 역시 표시돼 있지 않은 곳으로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곳이다.
 

금강폭포
금강폭포

영남알프스 대표적 암릉 에베로릿지 
에베로릿지는 산불산과 영축산 능선 중간 금강골재에서 동쪽으로 급경사를 이루며 뻗어 내린 암릉이다. 에베로릿지는 2000년 에베레스트 로체 울산원정대의 출범을 기념하기 위해 1999년 12월에 고헌산악회가 개척한 코스다. 필요한 곳마다 고정로프가 설치돼 있다. 에베로릿지는 금강폭포에서 동쪽으로 뻗은 마루금을 약 1시간 가량 가파른 암릉구간을 타고 올라야 하는 곳으로 공식 등산로는 아니다. 군사시설(사격장) 안에 있는 관계로 이정표가 거의 없다. 영남알프스의 대표적 릿지인 아리랑·쓰리랑릿지를 감상할 수 있으며 신불공룡능선, 삼봉능선과 문수산과 남암산, 천성산까지 발아래에 펼쳐진다. 금강 1폭포에서 에베로릿지를 오르는 길은 두 곳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금강폭포를 둘러보고 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나와 무덤이 있는 곳에서 에베로릿지로 향하는 등로이고, 또 다른 하나는 폭포 오른쪽 너덜 길을 따라 에베로릿지 첫 봉으로 오르는 너덜길이다. 에베로릿지가 시작되는 초입부터 본격적인 암벽타기가 시작된다. 첫 봉우리까지는 약 20여 분 걸리고, 제일 긴 구간은 두 번째 구간으로 세 번 나누어 오르게 되는데 마지막 바위를 넘는 곳이 제일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다.

 두 번째 구간을 지나 바위를 내려가면 흙길이 잠시 이어지고는 이내 자일 두 개가 걸린 세 번째 구간을 만난다. 소나무 전망대에서 한두 곳을 바위를 타고 넘어야 한다. 자일이 있는지도 눈여겨 살펴봐야 한다. 세 번째 구간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신불산의 아리랑릿지와 쓰리랑릿지, 영축산의 장엄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조망이 좋은 바위에 올라서면 신불산 아리랑릿지의 장엄한 바위 군은 마치 열병(閱兵)을 하는 병사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능선 아래에서 위로 올라다 보면 계단을 따라 도열해 있는 바위들은 도산검수(刀山劍水·산에 칼을 세워놓은 것 같은 모양)처럼 보이기도 하고, 산신들의 공연장을 연상키도 하며,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영축산 단조봉은 마치 성난 독수리처럼 고개를 쳐들고 있다. 세 번째 구간을 지나는데도 10여 분 걸린다.

 네 번째 구간은 진행 방향을 잘 살펴야 한다. 왼쪽 바위 쪽은 자일이 없다. 오른쪽 정면으로 올라가야 한다. 이후부터는 바위 타기 구간은 별로 없고 길은 다소 완만해진다. 다섯 번째 구간은 바위틈 사이 비탈길을 3~4분 정도 오르면 되고, 마지막 여섯 번째 구간 전망대까지는 10여 분 걸린다. 이곳에서 다시 5분 정도 더 올라가면 마지막 전망대를 지나고, 사격장 출입을 금지하는 경고판 두 개가 있는 주 능선 가까이 올라선다. 이렇게 금강폭포를 둘러보고 에베로릿지 바위암벽을 타고, 에베로릿지를 우회하는 등산로가 만나는 상부 지점까지는 2시간 30여 분 걸린다. 
 
60만평 눈부신 억새평원
"아~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영축산에서 신불산으로 펼쳐지는 60여만평의 억새군무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억새꽃은 바람에 일렁이며 피고 지기를 거듭하면서 자줏빛과 갈색, 금빛이 어우러진 진한 빛깔을 낸다. 이 경관을 보고 산객들은 우아! 하고 저절로 감탄을 지르지 않는 사람이 없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억새는 스스로 소리를 낸다. 기쁨의 환희일까 아니면 슬픔의 소리일까.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 모습을 보면 실로 처연하다. 손을 흔드는 억새.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비통함. 차마 발길을 돌릴 수 없어 쓰라린 가슴을 움키면서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 애잔한 모습. 이 땅에서 쓰러져간 민초(民草)들의 아우성일까. 

 가을 축제 중에서 억새축제가 의외로 많다. 10월이 시작되면 영남알프스에서도 억새 축제가 열린다. 간월재에서 열리는 '울주 오디세이'다. 산상 음악회를 비롯한 다양한 억새축제가 열린다. 온통 억새의 천국! 억새 속에 파묻혀 있는 순간만큼은 모든 세상만사 다 잊고 포근함과 아늑함에 빠져들어 마냥 드러눕고 싶은 엄마의 품을 느끼게 한다. 

영축산 정상석
영축산 정상석

영축산 정상에서의 경관
영축산 정상석의 모습은 울산·울주지역의 획일적인 정상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영축산 정상 자체를 기단으로 하여 그 위에 두 개의 커다란 자연석을 소재로 한 정상임을 인증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멋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산 정상에서 바라본 영남알프스 산군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일망무제(一望無際)다. 영축산에서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억새평원과 남쪽으로는 함박등, 죽바우등, 시살등, 오룡산, 염수봉으로 영축지맥이 이어가고, 남쪽 사면으로는 깎아지른 바위 능선, 통도사가 있는 지산마을, 그 너머로 정족산과 천성산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다가오고,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은 운무 속에 아련하다. 정상에서 하산 길은 여러 곳으로 열려 있다. 지천으로 깔린 억새들이 손짓하는 청수골 방향과 통도사가 자리하고 있는 지산마을 방향이 주로 이용되는 코스이고, 원점회귀는 에베로릿지를 우회하는 등산로를 따르면 된다. 또 시간이 허락한다면 영축지맥이 이어지는 함박등과 함박재에서 통도사 백운암 방향도 등산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코스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김수영(金洙暎) 시인의 시(詩) '풀'을 떠올려보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진희영 산악인
진희영 산악인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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