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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나 남외중 교사
윤미나 남외중 교사

기술 교사라 교실 현장에서 만들기 등의 활동 수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요즘은 메이커 수업이라고 해서 이런 활동들을 더욱 장려하는 분위기이고, 수행평가와 연계되면 아이들은 점수 때문에라도 더욱 집중해서 활동에 임한다. 

만들기를 할 때, 1~2차시의 간단히 조립만 할 수 있는 반제품보다는, 직접 계획하고 설계하여 제작하고 완성하며 고쳐나가는 등의 프로젝트형 만들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아이들은 '선생님, 기술수행평가가 제일 힘들어요', '너무 어려워요, 우리가 이걸 어떻게 만들어요?'라며 불평을 하면 나는 '그래서 하는 거야'라며 웃으며 대답해준다. 

'선생님, 너무해요'라면서도 다시 활동에 집중하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이 그지없이 예쁘기도 하고, 나를 야속해 하는 모습에 조금은 미안해지기도 한다.

나는 아이들이 활동하며 시행착오를 겪기를 바란다. 한두어 시간만에 끝나는 게 아닌 호흡이 긴 만들기를 하며, 평소에는 만나기 힘든 다양한 문제에 부딪히고 또 갈등을 겪기를 바란다. 그래서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만나게 될 오류와 문제들에 대해 예고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문제들을 일단 겪어보라는 식으로 방치도 해둔다. 

사소하고 작은 문제들은 부딪칠 때마다 조금씩 수정해나가면 되지만, 처음부터 다 뜯어고쳐야 하는 큰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들은 좌절하고 포기하려는 마음도 가진다. 

'도저히 못하겠어요. 저 여기서 포기할래요'라고 말하는 순간 개입을 시작한다. 개입이래봤자, 힘든 일이라는 데 대한 공감과 격려다. 여태까지의 작업 과정들을 살펴보며 사소한 것이라도 성취한 부분들을 칭찬하고 '넌 충분히 할 수 있어'라는 힘을 조금만 불어넣어 주면 아이들은 또 도전한다. 

고민할 수 있는 시간만 주면 아이들은 제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아낸다. 그래도 도움을 요청하면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선택과 결정은 늘 아이들이 직접 하도록 둔다. 아이들은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많은 성장을 한다. 

시행착오란, 문제해결을 위해 시험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점차 목표에 도달하게 되는 하나의 학습 과정이다. 영어로는 'trial and error'라고 하며, 미국의 교육심리학자인 손다이크가 미로에 갇힌 쥐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빠르게 미로를 탈출하는 것을 보며 주장한 교육학 이론이기도 하다. 여러 번 반복되는 일도 실수투성이인데, 처음 해보는 일을 하면서 실패와 오류 없이 완성하는 게 사실은 더 힘든 일이다. 이런 점을 강조해서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이야기해준다. 

당연히 실수할 수밖에 없고, 실수하는 건 부족하거나 나쁜 게 아니라고, 왜 이렇게 된 건지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너희들의 생각 주머니가 한 뼘 더 자라날 거라고, 선생님은 일부러라도 시행착오를 더 겪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해주면 아이들은 또 금세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완성하게 되면, 쉽게 완성할 때보다 곱절만큼의 성취를 느낄 수 있다.

나 역시 늘 시행착오를 거친다. 매시간 수업을 준비할 때마다 시간을 들여 정성을 다해도, 첫 반 수업을 하고 나면 열에 아홉은 나의 부족함을 느끼며 교실문을 나선다. 

준비한 수업을 수정하고 개선하며 두 번째, 세 번째 수업으로 진행되면서 조금씩 더 좋은 수업이 되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에게 늘 완벽한 수업을 제공하지 못하는 미안함도 있지만, 이런 부분은 또 아이들이 채워주며 이래저래 해나가다 보면, 나도 아이들도 한 움큼 자라고 성장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는 나에게 가르치는 곳과 동시에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도 배우는 곳이면서 서로를 가르치는 곳이기도 하다. 마음 놓고 시행착오를 겪는 곳, 실수투성이인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럽고 관대해질 수 있는 곳, 학생과 교사 모두가 서로를 북돋우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내가 있는 학교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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