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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만 시멘트 그린 뉴딜위원장

현재 지구 문명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탄소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화석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인류 문명은 화석에너지 사용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에 의해 지구 온도 상승이라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우리나라는 2016년에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7% 삭감이라는 목표치를 유엔에 제출해 각국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을 발표해 그린 뉴딜을 핵심 국정목표로 설정했고, 10월에는 2050 탄소중립선언을 했다. 탄소중립 실현 목표 연도는 다른 국가와 같이 2050년으로 했고, 2030년 감축 목표를 2017년 배출량인 7억 1,000만톤을 기준으로 24.4%(1억 7,000만톤)로 설정하고, 전력·산업·건물·수송·폐기물·탄소저장활동(CCUS) 등 국외 및 산림, 각 부문별로 세부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해 조직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실현 계획에서는 전기·수소에너지의 활용,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효율 향상, 순환경제 구축, 자연·생태 탄소 흡수, CCUS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5가지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 전기를 탈탄소화하면서 동시에 수소에너지의 활용을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효율 향상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아이템인 정보통신(IT) 기술과 접목해서 해결해야 한다. 순환경제는 사회시스템과 국민의식의 변화를 통해서 구축할 수 있으며, 자연·생태에 의한 탄소 흡수는 지속적인 녹색화 정책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 방향은 한순간에 큰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끊임없이 추진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CCUS는 탄소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에너지·철강·시멘트·석유화학·반도체 등의 공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Capture)해서 이를 활용하고 남는 탄소를 지하에 저장하는 것으로 포집·활용·저장의 단계를 거친다. 각 단계의 기술이 아직 미완성이지만, 탄소중립 실현 시점인 2050년에는 가장 많은 양의 탄소를 감축하는 수단이 되리라 예상된다. 다른 기본 방향들도 고도의 기술을 개발해야 하지만 순환경제 구축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기술적 과제를 안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관련 기업, 환경단체, 정부 등을 대상으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는 장벽을 마주하고 있다.
 
현대 지구 문명의 성장기에 만들어진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비합리적인 시스템은 이제 적정생산·적정소비·최소폐기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물질을 유통할 때 발생하는 부산자원과 폐기물을 완벽하게 수거해 활용하는 사회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연간 1억 8,000만톤(2019년)이 넘는 폐기물을 배출하고 많은 부분을 재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매년 948만톤(5.2%)를 소각하고 1113만톤(6.1%)을 매립한다. 유기물을 대상으로 소각하고 있으며, 소각장 건설과 운영에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어 더욱 친환경적이며 주민 친화적인 수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매립은 우리나라의 경우 토지 단가가 매우 높아 신규 매립지 건설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뿐더러, 이후 운영에 있어서도 다양한 민원을 고려한다면 적정한 수단은 아니다. 최소량으로 매립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많은 양의 폐기물을 매립하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가 2025년 포화상태에 이르게 됨에 따라 최근 지자체 간 갈등이 불거졌으며 각 지자체에서 민원도 발생했다. 이는 매립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얼마나 큰지 잘 설명하고 있다.
 
반면 연간 5,100만톤의 시멘트를 생산하기 위해 석회석, 점토질 및 철질 원료(Raw Material)를 8,670만톤 사용하고, 600만톤의 석탄을 연료(Fuel)로 활용한다. 이 원료와 연료 모두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활용 현황을 보면 원료로 크링커 원료·시멘트 혼합재로 1,369만톤을 활용해 실제 사용 가능한 양의 27%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연료로 140만톤을 활용해 2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멘트 공정은 슬래그, 석탄회, 부산석고, 석회석 미분 등 다양한 산업부산물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매립되고 있는 것과 이미 매립된 부산물을 모두 시멘트 원료로 활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은 천연재료의 사용량을 줄여 지구의 천연자원 고갈을 막는 효과를 줄 뿐만 아니라 시멘트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또한 시멘트를 공정하면서 플라스틱, 폐유, 타이어, 도시 쓰레기, 하수 오니 등 다양한 가연성폐기물을 소각할 수 있다. 시멘트 공정에 필요한 연소온도가 1,700℃로 높기 때문에 다른 시설보다 안전하게 소각할 수 있으며 소각 잔재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정 과정에서 무기물은 원료로, 유기물은 연료로 동시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무기물이 혼합돼 있는 폐기물도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 착안해 유럽그린딜에서는 시멘트 열원을 가연성 폐기물로 대체하는 연료 스위칭(Fuel Switching)을 현재 46%에서 2030년까지 100%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한시바삐 기술 개발과 함께 제도적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시멘트 공정에서 쓰레기 처리는 탄소중립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가연성폐기물을 소각하지 않고 시멘트 공장에서 사용하는 연료의 일부로 활용함으로써 시멘트 공정에서 석탄 사용량에 해당하는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으므로 국가 전체적으로 탄소 배출량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가연성 폐기물을 매립할 경우 온실가스지수가 이산화탄소의 21배나 되는 메탄이 발생하는데, 시멘트 공장에서 소각하면 메탄의 발생을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에 기여한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 시기에 등장한 시멘트 콘크리트는 현대 도시 문명을 구축하는 데 가장 폭넓게 사용된 중요한 재료다. 콘크리트 도시를 비판적인 의미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시멘트 콘크리트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 탄소배출계수가 높은 구조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지구를 지금보다 더 많이 훼손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멘트의 친환경적 기여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시멘트 공정은 폐기물을 처리하고 원료와 연료로 활용하는 병행공정(Co-process)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시멘트 공정을 중심으로 한 순환사회 건설은 우리나라가 가야 할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폐기물-시멘트 산업 간의 산업생태계가 활성화할 수 있는 가치사슬(Value Chain)을 만들도록 강력한 정책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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