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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일용 울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변일용 울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징어 게임'은 456명의 사회낙오자가 어릴 때부터 익히 경험해본 놀이를 통해 456억원의 상금을 쟁취하기 위한 생존게임의 드라마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뽑기' '줄다리기' '다리건너기' '오징어게임' 등 6개의 놀이를 진행하면서 탈락한 사람은 죽게 되는 어떻게 보면 무서운 영화(총 9편의 드라마이나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진다)인 것인데 이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에 새로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달고나, 신발, 마스크, 의상 등 영화의 소품도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가히 신드롬이 아닐 수 없다.

 왜 세계인들이 이 장편 영화에 열광을 할까? 물론 줄거리나 볼거리 등이 알차고 긴장의 연속이지만 그 속에 있던 여러 게임이, 우리가 어릴 적 동네 골목에서 놀던 놀이가 더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전 세계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고 뽑기 챌린지는 '틱톡'에서 가장 많이 올라오는 영상 중 하나이고,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TV토크쇼의 호스트인 지미펠런의 뽑기 도전도 재미있는 영상이다. 또한 오징어에 대한 음식문화 인식도 바뀌고 있다. 많은 외국인이 생각하는 오징어는 단지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연체동물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이를 생으로도 먹고, 말려먹고, 구워먹고, 쪄먹고, 볶아도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징어를 음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가히 센세이셔널한 상황이다. BTS, '기생충' 등 K-문화로 통칭되는 우리의 문화가 감히 세계를 지배하다니…

 김구 선생님의 그 말씀이 다시 되새겨진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어릴 적 동네 마당에서 놀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아니 어머니의 호출소리가 들릴 때까지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그 시절이 새삼 그리워진다. 골목골목마다 어떤 애들은 딱지치기, 어떤 친구는 구슬놀이, 또 어떤 애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또 다른 재밋거리를 찾거나 즐겼던 그 기억들이 새록새록 해진다. 

 요즘은 우리 애들에게 어떤 공간을 마련하고 있을까? 그 애들은 우리가 놀던 그 마당이란 것을 알까? 아니 우리가 그 놀이라는 공간을 제공이나 하고 있을까? 현대의 도시계획에서는 공원을 일정 규모 이상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린이공원을 포함한 소공원을 동네 마다 조성해서 녹지공간을 형성하고 아이들이나 시민 모두가 즐기고 쉴 수 있도록 마련하고 있다. 또 아파트 단지에는 지상을 점령하고 있던 주차장을 대부분 지하공간으로 유도하고 지상은 오로지 공원화하여 주민들이 편안한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설계되어 진다. 

 그러한 오픈스페이스를 제공함에 따라 과연 그때 우리들이 했던 놀이가 이뤄지고 있는가? 구슬치기나 오징어게임이 그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는가 말이다. 아니다. 그렇지 못하다. 현대의 어린이는 그럴 여유나 여건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학원이나 교습소 등 방과 후에도 다른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그렇게 아등바등 하는 것이다. 물론 자발적으로 그렇게 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부모 등쌀에 못 이겨 하는 친구들도 분명 있다. 

 어쨌든 과거의 회귀는 아니더라도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도시공간에 그런 공간, 오픈스페이스가 있어야 우리가 어릴 적 놀던 여러 놀이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공원이라는 것이 삭막한 도시공간에 바람을 일으키고 또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면서 우리가 가진 많은 스트레스를 조금이나 해소할 수도 있고 쉴 수 있지 않을까? 거의 찾지 않는 도시의 소공원이라고 주차장으로 바꾸자는 몰지각한 사고의 틀은 갖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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