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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욱 동구의원
정용욱 동구의원

울산 동구 남목은 조선시대에는 행정의 중심지이자 선비의 마을이었고, 근대에는 산업 발전의 수혜로 경제적인 풍요를 누렸다. 
 
자동차 문명 등장 이전 말(馬)은 중요한 교통, 통신, 운송, 전투 수단이었다. 때문에 조선시대는 정치·군사·외교적 목적에 필요한 말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일이 중요한 기간산업이었다. 
 
조선왕조는 건국 초기부터 전국의 각 고을에 말을 키우는 '마성'을 설치해 말의 번식과 생산에 힘을 쏟았다. 
 
울산에는 동구 남목에 위치한 '남목마성'이 있었다. 울산 최초의 읍지인 '학성지'에 따르면 남목마성은 1651년 축조됐으며, 그 길이는 3,626보나 됐다. 
 
1보가 1.2m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길이가 4.35㎞나 되는 큰 규모였다. 1655년에는 목장을 관리하는 감독관인 감목관이 남목으로 옮겨 오면서 남목은 동구 일대 행정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현재 남목초등학교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감목관아를 중심으로 양반들이 모여 살면서 자연히 학문이 번성했다. 조선말까지 남목에는 글을 읽는 선비들을 중심으로 '남전시우회'라는 문학모임이 활동했다. 이런 학구적인 분위기에 힘입어 남목에서는 학자와 법조인, 군인 등이 대거 배출됐다.
 
1970년대에는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자동차 부품생산 기업인 한국프랜지 등이 잇따라 들어서며 부흥기를 맞았다. 타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이주해온 노동자의 증가로 배후주거단지가 형성됐고, 남목마성시장도 들어섰다. 
 
하지만 2015년 조선업 침체에 영향으로 지역 경제 전반이 쇠퇴하면서 남목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역 상권의 침체가 가중되고 인구감소, 고령화, 지역 사업체수 감소, 노후건축물 비율 증가 등 극심한 쇠퇴현상을 겪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남목을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어 희망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정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인데, 지난 2018년 남목2동의 명덕마을이 일반근린형 도시재생 뉴딜 공모사업에 선정돼 총 260억원(국비 130억원) 규모의 다양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 인근에 있는 명덕마을은 조선업 호황기 때는 '동네 강아지도 500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동구 최고의 상권이었으나 조선업 불황으로 골목상권마저 쇠퇴한 곳이다. 
 
공모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주거지 환경개선 및 주민과 상인이 함께하는 공간 조성 등 특화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는 남목1동과 남목3동 도시재생뉴딜사업이 공모에 도전 중이다. 10~11월 중 국토교통부의 서면검토, 현장실사, 종합평가 등을 거쳐, 12월 말 최종 선정 여부가 결정된다. 
 
이번 사업은 남목1·3동 일대 22만 5,443㎡가 대상으로 '남목, 삶과 도시의 업 디자인(Up Design)'이 주제다. 사업비는 약 270억원으로 2022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세부 계획을 살펴보면 지역 주요 상권인 남목마성시장 환경개선, 동축사, 옥류천 등 지역자원과 연계한 남목 문화갤러리 조성, 남목초등학교와 울산시교육청과 협업하는 남목초등학교 운동장 지하 공영주차장 조성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지역브랜드 개발, 축제 개최 등 외부 유동 인구를 유입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 주민들의 부족한 문화, 교육, 모임 공간 확충 및 안전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어울림 센터 조성, 통학로 정비, 범죄예방 환경디자인 등도 계획돼 있다. 
 
남목1·3동의 도시재생뉴딜사업 선정은 남목의 부활을 위해 중요하다. 우선 앞서 진행 중인 남목2동 도시재생뉴딜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조선업이 오랜 암흑기를 털고 부활의 움직임을 보여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대되는데, 이에 발맞춰 도시재생이 이뤄진다면 지역 발전이 가속화될 수 있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은 주민 참여와 역량을 높이고,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게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남목1·3동이 최종 대상으로 선정돼 경제적인 효과뿐 아니라 오랜 불황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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