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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 언양읍성에 가시가 있어 옷에 잘 달라 붙는 도꼬마리의 열매가 강한 생명력을 드러내고 있다.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울주군 언양읍성에 가시가 있어 옷에 잘 달라 붙는 도꼬마리의 열매가 강한 생명력을 드러내고 있다.  ⓒ김영덕

언양읍성을 주름잡던 한삼덩굴은 예초기의 칼날 앞에서 장렬히 전사했다. 그러나 그렇게 사라질 한삼덩굴이 아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걱정스러운 것은 따로 있다. 한삼덩굴이 삼켜버린 도꼬마리다. 작년까지도 도꼬마리는 한삼덩굴 근처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다. 올해 한삼덩굴의 지나친 확장세로 인해 고사했는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다.

도꼬마리 이름의 유래에 대해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서는 '도꼬마리라는 이름은 옛이름 '됫고마리(또는 고고말이)'가 어원으로, 약재로 사용하는 열매의 가시가 되(도로) 고부라져 말린 모양 또는 머리 모양이라고 본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예부터 열매를 약재로 사용했으며, 열매에 끝이 고부라진 가시가 밀생하는 특징이 있다'라고 하였다.

한약재가 되는 도꼬마리의 열매 끝은 우산 손잡이 처럼 구부러진 가시(오른쪽 원안)가 있다.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한약재가 되는 도꼬마리의 열매 끝은 우산 손잡이 처럼 구부러진 가시(오른쪽 원안)가 있다.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도꼬마리 열매를 창이자(蒼耳子)라고 하며 약용한다. 창이자의 생김새는 이름만큼이나 독특하다. 아주 작은 럭비공 모양에 작은 가시가 빼곡하게 달려있다. 창이자의 가시는 얼핏 보기에는 그냥 가시 같은데 자세히 보면 끝부분이 갈고리처럼 굽어 있다. 그 부분이 옷에 달라붙는다. 이를 보고 스위스의 발명가 게오르게 데 마에스트랄은 단추나 끈보다 더 쉽게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벨크로'를 발명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 창이자는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쓰며 달고 독이 없다. 간(肝)의 열을 없애며 눈을 밝게 한다. 약에 넣을 때는 절구에 찧어서 가시를 없애고 약간 볶아서 쓴다' '모든 풍기(風氣)와 풍습비(風濕痺)를 치료한다'라고 하였다.

창이자는 비염과 피부질환, 근골격계 질환에 자주 처방하는 한약이다. 효과가 좋은 약물이나 체질과 맥, 증상을 잘 살펴 처방해야 하는 약물이다.

도꼬마리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본초학 수업 시간에 창이자를 배운 날이었다. 수업 마치고 가는 길가에 마침 도꼬마리가 있었다. 아직 익지도 않은 푸른 상태의 창이자를 두 주먹 정도 따다 주전자에 물을 넣고 달여 먹었다.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괜찮은가 보다 했는데 잠시 후 온몸에서 스르르 힘이 풀리더니 깊은 잠에 빠져 들고 말았다. 잠든 지도 모르고 거의 졸도하다시피 세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창이자는 기를 잘 통하게 하고 흩는 성질이 있는 한약인데 과량을 사용해 불편한 증상 중 하나인 무력감이 발생한 것이다. 푹 자고 일어나서인지 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지만 그 후로 창이자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 때는 창이자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깊이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호기심만 앞서 경험해 본 것인데 그 후로 창이자를 임상에서 활용하다 보니 창이자는 체질과 맥, 증상을 잘 살펴 처방해야 하는 한약이었다.

'동의보감'에서 창이자는 독성이 없다고 기술하고 있으나 '원색한약도감'에서는 창이자의 금기와 독성 그리고 독성을 완화시키는 수치법(修治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도꼬마리의 전초는 독성이 있는데 특히 과실이 가장 강하다. 건엽(乾葉)보다는 생엽(生葉)이, 고엽(古葉)보다는 신엽(新葉)이 강하다. 중독 증상은 복용 후 2일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상복부(上腹部)에 흉고(胸苦), 오심구토(惡心嘔吐), 복통(腹痛), 설사(泄瀉), 무력(無力), 번조(煩燥), 간(肝)에 황달(黃疸) 또는 출혈(出血), 의식장애(意識障碍), 호흡곤란(呼吸困難), 신기능장애(腎機能障碍)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수치를 반드시 하여 써야 하며 특히 과량과 장기복용은 기(忌)한다'라고 하였고, 수치법에 대해서는 '도꼬마리는 xanthostrumarin과 alkaloid계통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독성이 있으나 고열을 가하면 독성분이 어느 정도 감소 약화된다. 한방에서는 그 독성성분의 작용을 일부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이자를 솥에 넣고 심황색(深黃色)을 띨 정도로 볶아서 향기가 나면 잘 비벼서 가시를 없애버리고 쓴다'라고 하였다.

창이자가 비염에 효과가 좋다보니 한의원에 창이자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복용하고 효과는 보았는데 염려되는 부분이 있어 전화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널리 알려진 한약들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보니 증상만으로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다른 한약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창이자는 주의해서 사용해야 할 한약이다. 되도록 가까운 한의원에 내원하여 정확한 진료를 통해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언양읍성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도꼬마리가 안타까워 지난해 읍성에서 채취한 창이자 몇 개를 심호당약초원에 파종했다. 처음 재배해 보는 것이라서 심고 싹이 나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싹은 생강만큼이나 늦게 나왔지만 심은 곳에서 대부분 싹이 올라왔다. 싹이 올라오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싹이 나오고 자라는 속도는 빨랐다. 한번 크기 시작한 도꼬마리는 비가 몇 번 오면 쑥쑥 커 있어 풀에 치이지 않고 잘 자랐다. 약초는 재배해보니 약간의 관리만 해 주어도 아주 잘 자란다. 약초 농사를 지으며 약초의 미래와 우리의 미래를 생각한다. 올해는 기후가 다른 해에 비해 너무나 이상하리만치 변화가 심하다. 농작물도 그렇지만 약초도 살아가기에 좋은 기후가 아니다. 기상 이변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기상 이변은 많은 질병을 일으킨다. 기상 이변으로 농작물과 약초를 기를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먹고 무엇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지금은 기상 이변을 불러온 인류의 삶을 되돌아볼 때이다.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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