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산이 뛴다'
'우산이 뛴다'

울산 지역에서 동시를 아주 잘 쓰는 시인으로 통하는 남은우 시인의 동시집 '우산이 뛴다'가 나왔습니다. 새로운 출판사에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가을을 수확하는 농부의 마음이 이 동시집을 거두어들인 시인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동시집 속에는 장난치기 좋아하는 친구들의 분주한 발자국과 발랄함이 가득 묻어나요. 어떤 작가는 이 책을 보고 한 편도 버릴 게 없는 알곡 같은 시들이 콕콕 박혀 있다고 했어요. 저는 거기에 더해질 정겨움과 따뜻함도 발견했어요. 한번 볼까요?
 
# 우산이 뛴다
 
태풍이 섬 끝 마을 지붕들 발랑발랑 뒤집고 있을 시간
우산도 급하다
달맞이꽃 노란 대문들 잘 붙들어 맸는지
모래톱에 놀던 백로 아이들 대숲 집에 돌아갔는지
링거가 주렁주렁 달렸던 팽나무 할머니는 무사한지
 
삼킬 것 찾아
우우웅 곰 울음 퍼지르는 태풍에게서
강 지켜내려고
 
뛴다, 손잡이 하나로 남게 되더라도 
 
태풍이 몰아치는 섬 끝 마을, 우산도 급하답니다. 달맞이꽃, 백로, 팽나무를 각각 노란 대문, 아이들, 할머니라고 부르며 태풍 속에 다들 무사한지 걱정해요. 정작 태풍 속에 우산이 망가져 손잡이 하나만 붙든 채 비를 쫄딱 맞게 되더라도 직접 뛰어다니며 보살피는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이 동시집을 가득 품고 있습니다. 세상을 다 품을 것처럼 강으로 산으로 십리대밭으로 뛰어다니며 안부를 묻는 시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요.
 
# 버티컬
 
강물아, 너처럼 느려 터진 거북인 없을 거야/자전거야, 눈 깜짝할 새 사라지면 반칙이지/코스모스야, 몰려드는 셀카족 쫓는 방법 아는데/백로야, 대숲과 동맹 안전하니//드르륵//주름살 괴물 주름 펼쳤다//앞산아, 강물 데리고/튀어!//
 
이 시는 비유가 뛰어난 시입니다. 시인은 앞에 시에서는 '강물은 얼룩말'이라고 했는데 오늘은 '버티컬'이라고 합니다. 늘 산책하며 보는 강물이지만 강은 늘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요. 시인 또한 어제와 오늘의 마음이 다르고 사물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이 늘 새롭게 반짝이지요. 시의 씨앗을 주우러 강가를 찾는 정성 어린 마음이 주는 발랄한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까마귀 뜨개방 

아동문학가 김이삭
아동문학가 김이삭

이름도 나이도 다 까먹어 버린 증조할머니/뜨개질만큼은 까먹지 않았어요//벙어리장갑 뜨고/
조끼 뜨고/고깔모자 뜨고//캄캄한 밤이 되어 버린 증조할머니 머릿속/불 켜러/대바늘 형제 부지런히 걷습니다//
 
이 시는 이번 시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랍니다. 남은우 시인의 장점인 따뜻함과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시의 새로움은 늘 시인들이 가져야 할 무기입니다. 그 무기가 무디어지지 않게 갈고 닦는 시인의 손이 생명이 오래가는 작품을 꽃피웁니다. 메타포와 감동이 우리 가슴에 깊이 흘러넘치는 시인의 다음 작품집을 기대하며 가을 풀밭의 소나티네를 들으며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훌쩍 키워 줄 것이라 믿어요. 온 세계가 경계 없이 다 동시의 품으로 들어가기를 소망합니다.  아동문학가 김이삭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