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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인 줄 알았지'
'짱인 줄 알았지'

늦은 저녁 시간 대구에서 대학 다니던 딸아이가 주말이라고 집에 내려왔다. 현관문을 열고 나타난 딸아이의 가슴에 뭔가를 품고 있는 듯했다.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내심 조금은 기대를 하며 외투로 감싸고 있는 딸아이의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엄마 내 가슴에 속에 뭐가 있는지 알아맞혀 봐라?" 하면서 눈웃음을 흘리는 거였다. 대학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알바를 했던 것도 알고 있고, 며칠 있으면 엄마 생일이니까 가슴에 품고 와서 서프라이즈 선물을 하려나 보다 생각하면서 어른답게 굴려고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엄마 생신 선물 짠!" 바바리맨 흉내 내듯 외투를 활짝 열어 보이는 거였다. 그야말로 기가 찰 서프라이즈한 선물이었다. 아기 주먹만 한 눈도 겨우 뜬 그야말로 신생 아기고양이였다. 온갖 오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생김새는 물에 빠진 생쥐였고, 냄새는 스컹크가 형님 할 정도였다. 눈을 못 뜰만큼 눈곱도 껴있고 우는 소리도 너무 약했다. 순간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어 딸아이의 등짝을 찰싹 때려줬다. 기대한 선물이 아니라서 그러기보다는 깨끗하게 관리가 잘된 고양이를 안고 왔어도 까만 외투에 털 붙을까 봐 뭐라고 할 판국인데 더럽고 냄새나는 고양이 새끼를 품 안으로 안고 왔으니 어미로써 두 눈의 레이저와 로켓팔 미사일이 자동 발사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밤중에 대구 경북대 후문 8차선 도로 한가운데 울고 있는 길고양이를 주워 온 거였다. 그래도 생명이니 욕실에 데려가서 깨끗하게 씻기고 아기고양이 전용 분유를 사다가 젖병으로 물리고 토실토실하게 잘 키웠지만, 딸아이는 가슴에 병균이 옮아 오랫동안 치료를 해야 했었다. 우리 집 식구들에게 온갖 사랑을 다 받아 가면서 늠름하고 사랑스러운 깜식이라는 이름으로 살다가 어느 날 가출을 하고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동네 슈퍼마켓 아저씨가 길냥이는 아무리 잘 키우고 잘해줘도 언젠가 집을 나간다고 하더니 그 말이 진짜가 되어버렸다. 사진과 이름 연락처를 넣은 전단지를 100장 만들어 온 동네 구석구석을 붙이고 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는다. 아파트에서 개도 키우고 고양이도 여러 마리 키웠지만, 유독 애착이 가는 반려묘였는데 지금 어느 하늘 아래 길고양이로 살아가고 있는지 참!
 
 "고양이나 강아지가 눈물 흘리는 걸 본 적 있나요?"라는 책 머리말로 시작하는 장세련 동화 작가의 '짱인 줄 알았지' 온 가족이 읽는 동화. 그 동화책 속에는 여러 동물이 등장한다. 동물 좋아하는 어른이나 아이가 보면 당연히 좋아할 것이고,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어른이나 아이가 보게 되면 아마도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라 생각된다.
 고양이, 거미, 소, 곰, 새, 강아지. TV동물농장에 나오는 것처럼 온갖 동물들의 희로애락의 이야기가 듬뿍 담겨져 있다.
 장세련 작가는 울산 아동문학 회장을 역임했으며, 창주문학상, 아동문예문학상, 울산문학상, 울산펜문학상, 울산동요사랑대상 등을 수상했다. 동화집으로 '네 안의 너를 믿어봐' '종소리를 따라 간 아이' '아빠의 고래' '짱인 줄 알았지' '눈사람이 준 선물' '꽃보다 예뻐' '네 안의 너를 믿어 봐' 등이 있다.
 
# 고양이나 강아지가 눈물 흘리는 걸 본 적 있나요? / 동화작가 장세련

아동문학가 서순옥
아동문학가 서순옥

 어떨 때 눈물을 흘린 적 있나요? 적어도 안타까움 때문에 눈물 흘릴 일은 없어야겠지요. 동물들도 그런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야 되겠지요. 여러분들 중에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 줄 압니다. 다만 좋아한다면 책임지고 보살피는 마음도 있어야겠지요.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말 한마디도 신경 써서 하게 되지요. 이것은 눈치를 보는 것과 다릅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의 표현이지요.  
 아동문학가 서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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