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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공룡능선과 신불산 공룡능선.
간월공룡능선과 신불산 공룡능선.

아침에도 아름답고 저녁에도 아름답다. 맑은 날에도 아름답고 흐린 날에도 아름답다. 단풍도 아름답고 바위도 아름답다. 멀리 보아도 아름답고 가까이 다가가도 아름답다. 어디를 가든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고, 어디를 함께하여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조선 후기의 문인 이옥(李鈺)의 중흥유기(重興遊記)에 실린 글이다. 그렇다. 지금 이때쯤 전국의 산천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을까? 점점 깊어만 가는 가을.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유독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공기와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빨갛고, 노랗고, 만산홍엽(滿山紅葉)을 이루는 가을 산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단풍. 가을이라는 계절이 다른 때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간월산은 간월재(왕봉재)에서 배내고개(천화현) 사이에 해발 1,069m고봉 일대를 말한다. 행정구역상 상북면 등억에서 배내에 걸쳐있으며 신불산과 이웃하고 있다. 산의 동쪽 사면은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을 이루고, 저승골과 천질 바위가 있는 지시골을 비롯한 씩씩이 망치 골 등 깊은 협곡을 이루고 있는반면, 서쪽은 경사가 완만한 고원지대를 이루며 내리정과 왕봉골 등 깊은 골짜기는 사철 마르지 않는 청정수를 배내천으로 흘려보낸다. 8월부터 간월재(왕봉재)와 정상 주변에는 키 작은 억새가 피기 시작하고 원추리꽃 무리와 함께 장관을 이룬다. 간월산(肝月山)의 간(肝)은 우리 민족이 오래전부터 써오던 신성이라는 뜻이 있으며, 월(月)은 광원(廣原)을 뜻하는 '들' '벌'의 뜻이다. 그러므로 간월산은 평원이 있는 신성한 산이란 뜻으로 신불산, 밝얼산과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복합웰컴센터~간월산~원점 5시간 코스

복합웰컴센터 공용 주차장에서 화장실 앞을 지나면 왼쪽은 홍류폭포 방향이고, 오른쪽은 담장을 끼고 내려서면 개울 물소리가 제법 세차게 들린다. 개울을 건너면 왼쪽으로 간월공룡능선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이곳에서 약 0.2㎞쯤 올라가다 보면 계곡을 끼고 직진하는 길과 오른쪽 산길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간월 공룡능선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시그널이 많이 붙어 있는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약간의 비탈길을 5~6분 정도 오르면 너럭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바위 전망대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신불 공룡능선과 그 아래로 홍류폭포도 조망된다. 조금 뒤 홍류폭포가 완전히 조망되는 조금 넓은 지대를 지나면 곧바로 임도에 올라서게 된다. 주차장에서 임도까지는 약 30여분 걸린다. 임도에서 맞은편 비탈에 로프가 매여 있다. 간월 공룡능선 초입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산비탈에 올라서면 간월 공룡능선이 곧장 이어진다. 왼쪽으로는 신불 공룡능선이 장엄하게 펼쳐지고, 간월재로 이어지는 임도는 속리산 말티고개를 연상하리만큼 굽이굽이 돌고 돌아 간월재까지 이어진다. 오른쪽은 912m봉에서 이어지는 천질바위와 밝얼산. 고헌산까지 조망이 된다. 물감을 휘둘러 뿌려 놓은 듯한 영봉들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멋스럽게 한껏 멋을 내고, 가을 단풍 역시 멋스럽게 느껴진다. 가을 햇살을 한껏 먹은 나뭇잎들은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고 상큼한 가을 날씨는 산행하기가 정말 좋은 계절인 것 같다. 그렇게 단풍에 취하고 맑은 하늘에 취해 공룡능선의 첫 번째 바위 봉우리에 도착한다. 임도에서 30여 분 걸린다.

정상서 맛보는 탁트인 시야에 감동

간월재(왕봉재) 경관.
간월재(왕봉재) 경관.

첫 번째 로프가 매달려 있는 바위 암봉을 무사히 통과하면 나머지는 별 어려움 없이 올라갈 수 있다. 첫 번째 암봉은 높이가 3~4m 되는 약간의 직벽 구간으로 발붙일 곳이 마땅치 않아 순전히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바위 사면이 너무 미끄러워 우회해야 하는데 우회길 역시 만만치 않은 곳이다. 이곳을 지나면 약간의 완만한 산길이 이어지고 좌우로 펼쳐지는 조망은 그야말로 일망무제(一望無際)다. 올라온 길을 다시 돌아보면 언양 방면과 등억온천 쪽도 시원하게 보이고, 하늘 위로는 패러글라이딩하는 모습도 보인다. 두 번째 로프가 있는 곳까지는 20여분 걸린다. 세 번째 로프는 두 번째 로프구간에서 5~6분 거리에 있고, 네 번째 로프구간은 세 번째 구간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다. 이렇게 바위를 타고 암봉을 오르며, 때론 바위에 매여진 줄을 잡고 오르내리기를 수차례를 거듭하다 보면 마지막 일곱 번째 로프구간을 지나면 곧바로 전망대가 있는 간월능선에 올라선다. 간월재 임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초보자에겐 난코스 간월공룡능선

전망대에 올라서니 간월재가 한눈에 들어오고 많은 사람이 간월재로 올라와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전망대 앞에는 울산 한우리산악회에서 세운 돌탑과 표석이 있다. 간월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도 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진다. (간월산-0.3㎞, 배내봉-2.9㎞, 간월재-0.5㎞) 복합 웰컴센터에서 전망대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전망대에서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간월산으로 오르는 능선길 주변의 억새들은 벌써 지기 시작하고 바싹 마른 억새들이 가을바람에 일렁이고 있다. 간월산 정상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해발 1,083m 간월산 정상이다.

간월공룡능선을 오르는 산객.
간월공룡능선을 오르는 산객.

간월 공룡능선은 바위 타기가 좀 까다로운 곳이다. 로프를 잡고 바위를 올라야 할 구간이 모두 일곱 군데나 된다. 또 로프를 타고 오르면 발을 디딜 틈도 뚝뚝 떨어져 있고 돌출 바위가 많아 까다로운 곳이다. 이 중 두 곳은 초보 산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위험한 구간도 있다. 우회 등산로가 없어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바람·물·새소리까지 어우러진 명품 길

정상은 가을철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등산객이 찾아온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막힘이 없다. 동쪽으로는 언양과 울산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멀리 동해 바다가 조망된다. 서쪽으로는 천황산과 재약산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이 가깝게 느껴지고, 남쪽으로는 신불산과 영축산 그 너머 시살등, 오룡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배내봉과 간월산, 가지산, 문복산, 멀리는 경주 단석산까지 조망이 되고 지시골과 천상골, 천질바위, 간월산 자연 휴양림은 발아래에 잠겨 있다. 낙동정맥이 이어져가는 중심. 간월산 정상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들을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느낌이 든다. 누구든지 정상에 올라서지 않고서는 정상에서 느끼는 희열을 맛보지 못하리라. 구름도 잠시 쉬어간다. 정상에서의 하산과 산행을 이어가려면 방향 선택을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코스는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중 5구간에 해당하는 달오름길로 간월재에서 배내봉까지 이어지는 4.86㎞로 3시간 코스 길이다. 간월재로 가려면 올라왔던 길을 다시 돌아서 나오면 된다. 

간월재에서 원점회귀를 하려면 동쪽 임도를 따라 나무계단을 내려가면 된다. 사철 마르지 않는 샘터에서 물을 보충하면서 조선 후기의 문인 이옥(李鈺)의 말을 떠올려보며, 자연 앞에 겸손을 배운다. 산은 수많은 사람에게 짓밟히고 파헤쳐져도 아무런 불평도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산은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노래를 들려준다. 산은 내가 찾아 주지 않아도 아무 말 없이 나를 기다려준다. 산이 주는 숭고함. 자연은 말이 없다. 오늘 아름다워서 간월산에 올랐다. 아름답지 않다면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산행경로 복합 웰컴센터 - 개울-너럭바위 전망대-임도-간월공룡능선-간월산 -간월재-원점(5시간 소요) 

 

진희영 산악인
진희영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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