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물수제비
 
정연순
 
어린 날 순전한 재미로
물수제비를 떴지. 비스듬히
껍질과 속살 사이를 겨누고
 
기껏 두 점 포를 뜨고
호수의 배꼽 속으로
침몰한 것은 꿈이었지
 
우주의 섭리를 거스른 해코지에도
여전한 수평의 저 고요
오래된, 아주 오래된
처음 모습 그대로
 
그 조약돌 다시 
몸을 말릴 때 
나는
아, 나는 무엇이었겠느냐
 
△정연순 시인: 1949년생. 울주군 온양초등학교 졸업. '아무 일 없는 듯이' '참새는 짹도 못했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한국문협, 국제펜한국본부 회원이며 WWME서울대표와 한국부대표를 역임하고 금오공대, 구미 1대학 평생교육원 문예창작 강의를 했다. 한국수필문학상. ME문학상. 황금찬시문학상본상. 서울문화재단창작지원을 수상했으며 한국대표수필 100인에 선정된 수필가이기도 하다.

서금자 시인
서금자 시인

'물수제비'는 어린 날의 고향을 살려낸다. 순이 숙이 식이의 개구진 얼굴이 보이고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리고, 고향마을을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보인다. 
 물수제비를 떠 본 경험은 누구나 한두 번쯤은 있으리라. 시인은 세 점, 네 점 더 많이 포를 뜨는 친구들 틈에서 조금은 기가 죽었으리라. 하여 '기껏 두 점 포를 뜨고/ 호수의 배꼽 속으로/ 침몰한 것은 꿈이었지'라고 쓰고 있다. 그렇다. 호수 한 가운데로 가라앉은 것은 조약돌이 아니라 어린 날의 꿈이었을 게다. 강을 넘어, 바다를 넘어, 세상을 읽으며 내일은 더 멀리 더 높이 날으는 꿈을 그 강물에다 호수에다 새겼을 게다. 그리고는 어린이의 장난질을 너그럽게 받아주는 수평의 고요에 감사함도 배웠을 게다. 하여 우주적 힘과 섭리에 대한 외경을 인식하였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시인은 '그 조약돌 다시/ 몸을 말릴 때/ 나는/ 아, 나는 무엇이었겠느냐'라고 읊으며 절대자와 대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더하고 있다. 
 
 놀이 기구가 넉넉지 못한 우리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의 야단, 선생님의 꾸중, 친구와 다투고 나서 화풀이 하듯 강물을 향하여 힘껏 물수제비를 떴다. 대 여섯 번 물수제비를 뜨면 스스로 민망하여 손을 털고 멋쩍은 표정으로 돌아섰던 게 쑥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렇게 물수제비는 우리들을 달래주는 치유의 놀이였다. 하여 그 아름다운 추억은 일생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이 되어 준다. 
 
 2022년 4월에 있을 온양초등학교 일백년사를 준비하면서 정연순 선배의 '참새는 짹도 못했다' 시집을 만났다. 그리고 그 시집 맨 첫머리에 있는 '물수제비' 시를 곱씹었다. 어느새 내 안에 낭창낭창 고향 남창천이 살아나고 나는 아이가 되어 그 언저리에서 한참을 바장였다. 이렇게 물수제비 시는 결핍의 유년을 아름답게 추억하게 해주어 시의 행간에서 '결핍이 완숙을 채운다'는 어느 시인의 말을 가만히 되새겨 보게 한다.  서금자 시인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