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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읍성 습지의 갈대 군락. 갈대는 수질정화식물이기도 하지만 철새들에게 더없는 보금자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 김영덕
언양읍성 습지의 갈대 군락. 갈대는 수질정화식물이기도 하지만 철새들에게 더없는 보금자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 김영덕

갈대는 물이 있는 곳 어디서나 흔하게 자라는 키 큰 식물이다.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서정적이다. 여름에는 여름대로 가을엔 가을대로 겨울엔 겨울대로 언제나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언양읍성에도 군데군데 갈대가 자라고 있다. 갈대는 쉽게 군락을 이룬다. 애기부들과 자리를 다투기도 하는데 읍성에서 애기부들은 애기부들끼리 갈대는 갈대끼리 서로 모여 함께 잘 살아가고 있다. 군락을 이룬 갈대숲에 새들이 둥지를 틀고 살아간다. 새 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의 서식처이자 은신처가 되어 주고 있다. 

언양읍성에도 곳곳에 갈대 군락

'한국식물생태보감'에서 '갈대 서식처는 물이 흐르는 영역보다는 물이 고인 정수역이다. 홍수가 나서 수량이 증가하면 잠기기도 하지만, 늘 발목 깊이인 물터에서 가장 왕성하게 생육한다. 뿌리줄기 덕택에 광활한 습지를 독점하기도 하지만, 종자가 발아하려면 물이 빠져 습지 땅바닥이 드러나야 한다. 결실한 종자가 때를 맞추어 당장이라도 발아할 기회를 잡지 못하면, 수많은 자식(종자)들은 싹 틀 기회를 갖지 못하고 몽땅 습지의 자양분이 되고 만다. 그래서 갈대는 물결이 잠잠한 데에서 큰 무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라고 한 것처럼 읍성은 갈대가 군락을 이루기 아주 좋은 조건을 이루고 있다.

약재로 쓰이는 갈대의 뿌리줄기 노근(蘆根).  ⓒ 김영덕
약재로 쓰이는 갈대의 뿌리줄기 노근(蘆根). ⓒ 김영덕

갈대의 뿌리줄기를 노근(蘆根)이라 하며 약용한다. 노근 이름의 유래에 대해 '원색한약도감'에서 '노(蘆)란 소(疏)하다는 뜻으로 통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이대와 비슷하게 가지가 길며 잎이 줄기를 싸고 생장하여 속이 비어 소통한다는 뜻이며 이 풀의 비후한 근(根)을 약에 쓴다.'라고 하였다.

갈대 줄기는 속이 비어 있다. 뿌리도 속이 비어 있다. 속이 비어 있는 것은 소통을 잘 하는 성질이 있다. '본초비요'에서 '속이 빈 약초는 피부 구멍을 열어 사기(邪氣)를 몰아낸다.'고 하였다. 그런 성질로 인해 노근은 해열하는 효능이 있고 속이 답답한 것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성질은 차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동의보감'에서 '노근(蘆根·갈뿌리). 성질은 차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소갈과 외감열(外感熱 )을 주로 낫게 하고, 음식 맛이 나게 하며, 목이 메는 것과 딸꾹질하는 것을 멎게 한다. 임신부의 심열과 이질, 갈증을 치료한다.', '헛구역과 딸꾹질, 5종 열격으로 인해 속이 타고 답답해 하는 것을 치료한다.', '약에 쓸 때는 역수로(逆水蘆)가 좋은데, 이것은 뿌리가 물이 흐르는 방향과 반대로 난 것이다. 또한 물 밑에 들어 있는 달고 매운 것을 쓰고, 뿌리가 드러나 물에 뜬 것은 쓰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노근은 청열(淸熱), 생진(生津), 제번(除煩), 지구(止嘔)하여, 감기로 인한 발열, 기관지염과 위열(胃熱)로 인한 갈증과 구역에 주로 처방한다. 성질이 한(寒)하기 때문에 비위허한(脾胃虛寒)한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

노근을 기관지염에 처방할 경우 기침 소리를 잘 들어보아야 한다. 노근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기침 소리가 아주 크다. 속에 열이 꽉 차서 폭발하는 것처럼 들린다. 만성 기관지염에 처방하는 경우도 마른기침이나 잔기침처럼 작은 기침 소리가 아니라 한번 기침을 하면 큰 소리가 나는 기침일 경우가 더 적합하다. 이것은 노근의 찬 성질이 청열을 잘 하는 까닭인데 같은 증상이라도 증상마다 나타나는 사소한 차이점을 구별하여 처방해야 한다. 구역질 또한 양상을 잘 살펴야 한다. 몸이 허해서 오는 구역질이 아니라 위열로 인한 구역질일 경우 더 적합하다.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에서 내려온 물길을 따라 형성된 읍성내 습지에서 쭉 뻗어 자란 갈대.  김동균 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에서 내려온 물길을 따라 형성된 읍성내 습지에서 쭉 뻗어 자란 갈대. 김동균 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오염물질 한계에 차면 말라서 죽어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갈대는 언제나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언양 남천의 갈대는 장관이었다. 하천 공사를 하면서 강에 살던 갈대는 굴삭기의 삽질 몇 번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갈대가 선물하던 아름다운 풍경을 이젠 꿈속에서나 볼 수 있다.

갈대는 수질정화식물이다.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변화시키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물속의 오염된 영양물질은 갈대의 몸속에 고스란히 저장된다. 오염물질이 한계를 초과하면 갈대는 말라서 죽어버린다. 과도한 물의 오염은 갈대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갈대는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하고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변화시키는 아주 고마운 식물이다. 갈대는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고 굴삭기의 삽질 몇 번으로 사라지는 연약한 식물이지만, 땅에 그물처럼 뿌리내리고 자연을 되살리기 위해 굳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이다.  갈대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고마운 친구다.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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