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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초 교사 이정란
월계초 교사 이정란

해마다 학교는 12월 달력을 한 장 남겨둔 지금 시점부터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학생들의 학습 진도 마무리는 물론 학년말 성적처리, 내년도 교육계획 수립을 위한 의견수렴 설문 조사, 여러 차례에 걸친 워크숍, 업무 마무리 및 보고서 작성, 그리고 겨울방학 동안 있을 여러 가지 학교 공사에 대한 준비 등 올 한해를 갈무리할 여러 가지 업무들이 산재해 있다. 


 더군다나 요즘 우리 학교의 겨울방학은 무려 9종에 걸친 여러 가지 공사로 인해 한창 더 분주한 모습이다. 


 가장 큰 공사인 석면 공사를 필두로 해, 노후 냉난방기 교체, LED등 교체, 화장실 화변기 교체, 1학년 교실 개선사업, 컴퓨터실 환경개선 사업, 학교 외벽 드라이비트공사, 방충망 설치 등 나열하기 숨찰 정도로 크고 작은 공사들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엮어져 있다. 


 12월 중순에 학년을 마무리하고 내년도 2월 28일까지 긴 칩거에 들어갈 학교 사정으로 인해 교실 정리와 포장 이사 준비, 물품 목록 작성과 폐기 물품 현황 제출, 공사 후 물건을 제자리에 배치하기 위한 다양한 각도의 사진 자료 제출 등 공사가 없는 학교에 비해 업무량이 폭탄 수준으로 어마 무시하게 늘어났다.


 제일 시급한 건 임시 돌봄교실을 구하고 방학 중 교직원들이 사용할 화장실과 수도 시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임시 컨테이너 사무실을 대여하고 방학 중 사용할 물건과 보관할 물건을 분류해 일일이 라벨을 붙여 표시해 둬야 한다.


 석면 공사 기간에는 학교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인근 학교의 시설을 대여해 사용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하필 인근에 있는 초, 중학교, 심지어 유치원까지 몽땅 겨울방학 중 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란다. 


 시기를 달리해 돌아가면서 공사를 진행하면 서로 조금씩 시설을 나누어 쓸 수 있을 텐데 '그림의 떡'이란 말이 떠오른다. 제각각 사정이 있을 테지만 다 함께 공사 중인 것인 여러모로 아쉽다. 
 학교 일정은 지금부터 2주 안에 모든 것이 마무리돼야 하고, 더불어 내년도 학사 운영이며 일과 운영 계획 등 대략적인 설계도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코로나와 공존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해 준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학년말 방학이 없어지고 1월 방학에 3월 개학 추세로 가고 있긴 하지만 학교 공사로 인해 의도치 않은 학사일정이 운영되고 보니, 이번 겨울방학 준비가 다소 생소하고 구체적인 내용들이 머릿속에 잘 잡히지 않아 요즘 들어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꾸만 되새김질하듯 생각들을 반복하게 된다. 


 책상 메모지에 매일의 업무 내용이 빼곡하다. 종업식 준비, 졸업식 준비, 방학 중 내년도 신입생 맞이 예비 소집 일정도 잡고 관련 서류들도 하나둘 챙겨본다. 
 북새통 같은 12월이 지나가고 나면 새로운 임인년 호랑이해가 다가올 터이다. 긴 방학으로 인해 누군가는 기뻐할 테고 누군가는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교육공동체 모두의 인고와 노력의 결실이 내년 2월 말에는 찬란하게 펼쳐질 것이다. 
 안전하고 쾌적하며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갈 2021년 우리의 겨울방학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긴 터널 같은 방학을 지나고 개학하는 날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는 변모된 학교의 모습에 손뼉을 치며 크게 환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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