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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녀의 결혼 대작전'
'세 마녀의 결혼 대작전'

찬바람이 얼굴을 할퀴다 콧물까지 얼게 만드는 아주 추운 날이에요. 12월 막바지, 여태까지 추위를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은 정말 겨울의 근육을 확연히 느낄 수 있어요. 이런 날은 오랫동안 켜지 않았던 전기난로를 켜 봅니다. 난로 옆, 생강차에 꿀 세 스푼을 넣고 후루룩 마시며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그때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녀가 씨익 웃고 있어요.
 
 지난주에 사과로 유명한 충주에 사는 꽃잎네장 멤버 선생님이 신간을 냈어요.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었지요. 표지부터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읽어야 할 다른 책이 쌓여 있는데 이 책에게 손이 가는 마법이 걸린 듯 금세 다 읽었어요. 이 책을 쓴 김경구 작가는 천성이 활달하고 아주 많이 재미나는 선생님이랍니다. 책도 그랬어요. 한 번 들여다볼까요?
 
 세 마녀는 숙녀다운 맛이 조금도 없어요. 첫째는 힘이 너무 세고, 둘째는 이를 안 닦아 입 냄새를 풍기고, 셋째는 돌아다니기 좋아하면서도 발을 안 닦아 발 냄새가 고약해요. 그러니 좋아하는 남자가 생길 리 없어요. 엄마 마녀는 딸들의 결혼을 고민하다 그만 몸져눕고, 결국 제발 왕자님을 만나 결혼하라고 당부하고는 숨을 거두지요. 
 
 그제야 세 마녀는 마법 책에서 공주가 되는 비법 요리를 알아내어서 해 먹은 뒤, 첫째는 인어 공주, 둘째는 백설 공주, 셋째는 신데렐라로 변신해요. 모두 공주가 되어 왕자를 만나지만, 힘도 세고 입 냄새 발 냄새를 풍기는 딸들이 사랑을 이룰 리 없어요. 딸들은 슬퍼하면서도 첫째는 엄마를 만나고 싶어 조개껍데기로 탑을 쌓는 하진이를 위해, 둘째는 몸이 아파 사과를 따지 못하는 노인 부부를 위해, 셋째는 가난해서 분홍구두를 사지 못하는 은서를 위해 발 벗고 나서지요. 또다시 결혼은 까맣게 잊고서 말이에요. 

아동문학가 김이삭
아동문학가 김이삭

 세 마녀는 처음부터 왕자를 만나 떵떵거리며 사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저 엄마 마녀의 소원을 이루어 주고 싶어 결혼하려고 했을 뿐. 그보다는 선행을 더 소중히 여기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애쓰는 것을 보람 있게 생각하지요. 물론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아요. 세 마녀의 착한 일이 신문에 나서 칭찬하는 글이 쏟아져도 정작 본인들은 아무것도 몰라요. 세 마녀는 그저 착한 일 자체를 기뻐할 뿐이에요.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요? 착한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는 남자를 만나 세 마녀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도 해보았어요. 참다운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 바르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에요. 내용은 철학적인데 이야기는 코믹해서 읽는 즐거움이 두 배입니다. 인어 공주, 신데렐라, 백설 공주 이야기를 차용했으나 뻔한 결과는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더 재미있어요. 여러분 2021년 마지막 잎새 12월이 간당거리고 있어요. 이런 날 따뜻한 방안에서 이 책을 만나보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동문학가 김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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