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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의 발을 내딛다
 
한영채
 
바람이 분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온다
가지산 넘어 태화강 건너 골목을 지나
비탈길에 선 풀들에게
청풍이 불어온다
 
숨바꼭질처럼 숨어든 그 녀석
이웃이 깨지고
삶이 부서지고
뿌연 시야가 틈과 틈 사이를 갈라놓아
지난 시간은 몹시 힘들었다
 
춥고 어두운 시간 지내고
진실로 가짜에서 진실로
희망을 꿈꾸는 맑은 바람으로
풀들아 일어나자
 
밤하늘 교회 첨탑이 빛난다
산사 가는 길 청솔나무가 너의 길잡이다
새벽 성당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고요 속에 사랑이 움튼다
 
바람이 분다
청풍이 불어온다
풀들아 기울었던 나의 풀들아
새해엔 다시 일어나자
 
임인년 새 아침 청풍의 발을
다시, 내딛는다
 

한영채 시인
한영채 시인

△한영채 시인
2006년 '문학예술'로 등단. 2015년 울산문학상 올해의 작품상 수상.
시집 '모량 시편' '신화마을' '모나크 나비처럼' 펴냄. 
울산불교문인협회 부회장, 동리목월 사업회 이사, 울산문인협회, 울산 펜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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