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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사고를 낼 경우 기업 경영자까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7일이 D-데이다. 해당 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의 경우 5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안전관리 부주의 등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 등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 산업현장 전반으로 안전문화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오는 31일까지 중대산업재해 및 중대시민재해 시설물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 구축사항 등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관련 부서와 산하기관, 구·군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공사와 대상 시설물에 대해 예상 위해 요소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고 예방에 철저를 기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노동정책과에 중대산업재해 전담팀인 '산업안전보건담당'을 신설하고, 안전총괄과에 중대시민재해 전담 인원을 증원한 실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한층 원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역기업들 안전 최우선 경영 사고예방시스템 고도화 총력
지역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초조함과 다급함도 엿보인다. 중대재해법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무식에서는 일제히 '안전 최우선 경영'을 선포하며 안전 담당 관리자를 대폭 늘리는 등 현장 맞춤형 안전관리를 강도 높게 주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사업 특성상 협력업체 사고가 집중되는 현대중공업의 경우는 전사적인 역량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한영석 대표이사의 신년사에서는 "안전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경영의 최우선 가치"라며 "'관리감독자-안전지킴이-안전요원'으로 이어지는 3중 위험관리체계를 정착해 중대성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눈에 뛰는 점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한 것이다. 임원·부서장들이 담당 작업장 외에도 사고 예방을 위한 교차 안전 점검에 발 벗고 나서게 했다. 또 이와 별도로 새로운 시각에서 위험요인을 찾아내 개선하는 등 현장 안전관리 일선에서 직접 뛰도록 고삐를 죄고 있다. 이를 위해 안전 총괄 담당자들의 직급을 한 단계 높였고 빅데이터, AI 등 첨단 기술을 안전사고 예방시스템에 접목해 고도화할 것이라고 한다. 

현대차도 비상에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안전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안전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사고 위험요인을 목격하면 모바일 앱으로 제보할 수 있는 '안전신문고'도 운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는 유재영 SHE(안전·보건·환경)본부장(총괄부사장)을 지난해 SK 울산콤플렉스(CLX) 공장장으로 선임하고 더 많은 권한도 부여하는 등 안전 최우선 경영 철학을 펼칠 예정이다. 지역의 다른 석유화학업계도 생산시설에 안전 관련 인력을 최소한 20~30% 더 늘리는 등 안전 위주의 근무환경 조성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명확한 법 해석 문제 현실 고려 책임 범위 확정 등 시급
문제는 이러한 기업 행보에도 불구하고 법률의 불명확성과 법을 다룰 정부 조직 및 인력 미비로 말미암은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법에 대한 불신을 자초한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안전시스템을 충분히 갖춰도 중대재해 발생 시 법 적용과 해석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처벌을 면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내용들이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며 하소연이다. 지역 기업들이 법 적용에 대한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이 사고예방에 초점을 맞춘 중대재해법 취지와 달리 사고 후 대책 마련에 매달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따라서 처벌 대상의 의미와 범위 확정이 시급해 보인다. 경제 문제는 형사적 접근보다 경제적 접근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법적용의 역기능과 다른 문제가 발생해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원로 경영인들의 호소를 새겨봄 직하다. 울산상의 관계자도 책임 범위 등 가이드 라인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며 걱정이다. 필요하다는 명분에 얽매어 현실성을 무시해선 경제가 제대로 살아날 리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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