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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수필가
이선호 수필가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은 그 어떤 특별한 의미 없이 그저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라고 말했다. 내던져진 존재에게 신의 자비도 정해진 운명도 없다. 인간의 모든 것은 오직 자신에게 맡겨져 있다.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실존주의다. 여기서 하이데거가 인간을 인간이라 부르지 않고 '현존재'라고 불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존재는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고 주체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삶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란 인간이 아무 의미 없이 세상에 내던져졌지만 자신의 선택과 결단에 의해서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선택과 결단은 무의식이 의식을 찾는 여정이며 그 과정에서 발전을 지향하고 현재보다 나은 미래의 자신을 만드는 힘의 원천이자 구동력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삶에 정해진 의미는 없다. 삶은 무의미하기에 우리는 무언가를 좇고 선택함으로써 자신을 스스로 자유롭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사는 의미나 살아갈 목적을 깨닫는다. 그 순간을 까뮈는 '아찔하고 위대한 의식의 순간'이라고 했다. 삶의 의미를 찾아서 깊이 사색하고 행동하고 고민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삶의 의미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도 지금 자신이 꿈꾸는 비전을 실천하는 그 과정에서 태동하며 따라서 그 속에서 사람은 성장한다.

조실부모한 사람 또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어렵게 성장한 사람일수록 일찍 철이 들어 직업전선에서 정상인보다 빨리 적응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산전수전 모두 겪고 인생의 밑바닥을 친 사람이 빨리 성숙하는 이유는 낯섦과 예상하지 않았던 수많은 고통의 사건들을 통해 번민하고 선택하고 결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보다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처방으로 삶의 의미를 탐구하고 고민했기에 과거보다 발전된 현재의 자신의 모습으로 거듭났을 것이다.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은 그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수감자의 존엄성과 건강, 인간성을 파괴하는 곳인 나치 강제수용소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묘사했다. 그의 생존의 비결은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의미와 목적을 찾는 데 있었다. 프랭클은 다른 수용소로 이송된 부인을 떠올리고 또 훗날 강제수용소 안에서 뼈저리게 경험한 인간의 심리를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삶의 목적을 찾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고통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유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어떠한 시련도 견딜 수 있다. 이유 있는 삶은 바로 의미 있는 삶이다. 그는 말한다. "삶은 환경 때문에 견디기 힘들어지는 게 아니라, 오직 의미와 목적이 결여돼 있을 때 견디기 힘들어진다.

인생은 엄청나게 짧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렇게 짧은 인생을 아무 생각 없이 무의미하게 보낸다면 죽음 앞에서 얼마나 눈물겹도록 후회스러울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삶이란 쾌락을 느끼고 욕구를 충족시키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의 잠재적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누구나 자신의 고유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나도 모르는 또 다른 나를 찾는 용기와 혜안은 나의 무의식에서 잠자는 나만의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것이다.

70 평생의 삶을 살아보니 사랑, 우정, 운동, 일, 예술문화 활동, 독서, 글쓰기 등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하며 삶을 윤택하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 바로 최고로 의미 있는 삶을 향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뿐인 인생의 후반부를 살면서 우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성숙한 관점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크든 작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소질과 취향을 자아실현의 목표로 선정해 이를 통해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를 찾는 것이 삶의 의미를 일궈내는 첩경이 아닌가 싶다.

하루를 여는 진실한 문은 돈과 명예, 권력보다 오늘 하루 동안 할 일에서 얼마나 많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의미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삶의 중심에 놓고 차분히 사유하고 성찰하며 그 속에서 부단하게 목표, 가치, 중요성을 찾으려는 사람의 몫이 된다. 따라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잠자리에서 의미로 꽉 찬 하루의 스토리를 곱씹으며 평온한 마음으로 잠드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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