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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짝폴짝 신발 여행'
'폴짝폴짝 신발 여행'

달력을 벽에 걸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탁상 달력도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휴대폰 기능에 달력이 있으니 굳이 종이 달력을 쓸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녹여서 붙여 쓰는 본드식 후크를 사서 벽에 달력을 걸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달력이고 딸이 인터파크에 예약까지 해서 받은 달력이라 특별하다. 새해는 이 달력처럼 뭔가 특별하고 좋아하는 일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결심으로 출발한 2022년 1월도 마지막 주일을 맞았다. 
 
 김이삭 시, 신소담 그림, 가문비 어린이 출판사에서 펴낸 '순 우리 말 민화 동시집 폴짝폴짝 신발 여행'을 꺼냈다.
 제1부 바람으로 걷는 신발에 10편,  제2부 구름으로 걷는 신발에 9편, 제3부 지도 위로 걷는 신발에 12편의 동시가 멋진 민화 그림과 함께 소복소복 담겨있다. 12개국 나라별 신발의 특징은 덤으로 만날 수 있다. 
 
# 축구화
 
불구름 있는 날
축구하지 마
아주 덥단다.
 
그래도 
할 거라고?
 
손흥민 선수 닮고 싶은
너를 누가 말려.
 
내가 
너의 발 되어 줄게.
 
*불구름: 불에 타는 것처럼 붉게 물든 구름.
 
우리 집 신발장에도 축구화 한 켤레가 가방에 들어있다. 운동장에서 뛴 시간보다 신발장 가방 안에서 쉬는 시간이 더 많았을 축구화. 어쩐지 축구화가 불쌍하다. 남편이, 혹은 아들이 축구화를 꺼내 신는 날이 다시 올까?
 
# 하이힐

 
내가 태어난 곳은
프랑스
 
화장실 없어
여기저기 싼 똥 무더기 때문에
내가 탄생했지.

최봄 아동문학가
최봄 아동문학가

똥들아, 비켜라
또각또각
날파람 숙녀 나가신다.
 
*날파람: 어떤 물체가 빠르게 지나갈 때 그 서슬에 이는 바람.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의 형편과 사정을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어떤 신을 신든 부지런히 자신의 길을 가면 그뿐이다. 새해만 되면 늘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하고는 한다. 새 신 대신 새 마음으로 갈아 신고 어디든 폴짝 뛰어볼 일이다. 
 아동문학가 최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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