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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신세령
트로트 가수 신세령

오랜 세월 사람들의 애환을 달래온 트로트 음악. 장르의 특성 때문인지 트로트 음악을 노래하는 가수들의 삶에는 깊은 사연이 녹아든 경우가 많다.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KBS 프로그램 '인간극장'을 통해 방송된 울산의 트로트 가수 신세령(55) 씨의 사연 또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며 주목받았다. 이혼 후 어린 아들을 키우기 위해 섰던 밤무대를 시작으로 지역 트로트 가수로 자리 잡기까지 파란만장했던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세령 씨는 "노래를 잘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건 27살에 나간 한 노래대회에서 수상하면서부터였다"며 "결혼 후 29살에 엄마가 됐지만, 5년 만에 이혼을 하게 됐고 빈손으로 어린 아들만 데리고 나왔다. 할 줄 아는 것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 막막했던 그때부터 낮에는 식당일을 하고 밤에는 노래를 부르며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후 크고 작은 지역행사를 다니며 트로트 가수로서 나름 지역에서 자리를 잡은 그는 5년 전 본명 대신 신세령이라는 예명을 짓고 자신의 노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7년 '어쩌다', 2020년 '니나노'라는 타이틀곡을 담은 앨범을 발매했고, 지난해 7월에는 KBS 아침마당 '도전꿈의무대'에 출연해 1승의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모두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11년 전 지적장애 3급인 친오빠가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빠는 아내와의 이혼 후, 삶의 의지를 놓으려고까지 했다. 비슷한 아픔을 겪었기에 더 마음이 아팠고 어린 시절부터 오빠와 각별했던 사이라 오빠에게 손을 내밀게 됐다"며 오빠와 함께 살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런데 1년 후, 오빠의 아들인 조카까지 그의 곁으로 왔다. 조카 또한 자폐증과 우울증이 있는 지적장애 3급이었다. 오빠와 조카를 자신의 품으로 받아들여 함께 산지 어느 덧 10년. 신세령 씨의 삶은 또 한 번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그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두 남자를 돌보다 보니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자꾸만 돌발 상황이 생긴다"며 "오빠와 조카 때문에 행사장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늘 노심초사하는 때가 많고, 좌충우돌하는 가족 때문에 하루하루가 숨이 가쁘고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신세령 씨는 이러한 과정들이 자신이 노래를 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됐다고 말한다. 
 "특히 슬픈 노래를 잘 부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나의 아픔과 한이 노래의 맛을 내는 데 더욱 도움을 준 것 같다"며 오히려 긍정적인 마음을 드러냈다. 

 긴 터널을 지나 이제 대중들 앞에 당당히 선 그가 앞으로 이루어나가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는 "신세령이라는 이름을 더욱 알리고 싶다"며 "과거의 이름으로 살아온 날들은 너무 힘든 삶이었다. 예명을 지은 후 잘 된 거 같아 이 이름을 더 알리면서, '노래도 잘하고 인성이 된 따뜻한 가수'로 인정받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이어 "힘든 일이 닥쳐도 항상 긍정적으로 웃고 사니까 결국 좋은 일들이 생기더라"며 "각자의 사정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나는 운이 좋아' '행운이 따를 거야'라고 생각하며 자신처럼 굳세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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