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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최고의 딸기'
'이 세상 최고의 딸기'

"와, 비싸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마트 직원은 멋쩍게 대답한다.
 "그렇죠? 그래도 겨울에는 이만한 것이 없죠. 제철이라 진짜 달아요."
 분명 딸기는 봄이 제철이었다. '이었다.'는 과거형을 쓰는 이유는 요즘은 딸기의 제철이 겨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딸기는 봄 한때 잠깐 맛볼 수 있는 귀한 과일이었다. 엄마가 내어 주던 딸기는 온전한 한 알이 아니었다. 언제나 여러 조각으로 썰린 모습이었지만 그 향기만으로도, 그 단내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 지금도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뭐냐고 묻기라고 하면 주저 없이 '딸기'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제철이 언제든 그 냄새에 이끌려 딸기 진열대 앞에 서게 된다. '좋아하는 딸기를 실컷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봄을 기다렸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어른이 된 나는 비싼 딸기를 용감하게 잘도 산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때의 맛이 아님에 실망하게 된다. 왜일까?

 '이 세상 최고의 딸기'는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동화책이다. 어느 날 하얀 곰이 누군가로부터 딸기 한 알을 선물 받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딸기를 처음 본 곰은 너무 행복해한다.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딸기를 선물로 받은 하얀 곰은 더없이 풍족한 딸기 풍년에도 의외의 말을 한다. 딸기가 많아질수록 기쁨이 줄어든다고. 처음의 첫 딸기를 기다리며 설레었던 마음은 이제 없어져 버렸다고. 첫 딸기를 기다리며 느꼈던 간절함도 이제는 없어진 모양이다. 해마다 더 많은 딸기가 올 것이라는 예상은 하얀 곰에게 더는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딸기의 본질과 보낸 사람의 행동은 변함없지만 받는 사람의 마음에 이미 최고의 기준이 변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주 기대를 뛰어넘거나 못 미칠 때 '최고'와 '최악'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하지만 기대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기대라는 것이 개인의 욕망에 따라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라는 말이 필요한 상황이 있고 '많은 것이 모자람만 못할 때'도 있는 것이니까. 그러니 첫 딸기의 달콤함을 잊게 만든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아야 한다. 

이수진 아동문학가
이수진 아동문학가

 다시 질문을 떠올린다. 어쩌면 봄에 잠깐, 귀하게 오는 딸기를 동경하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추운 겨울, 하우스에서 재배되어 품종개량의 날개옷까지 입고 내 앞에 선 순간, 어쩐지 익숙해질수록 갈망하던 것에 대한 감정을 잃어버린 하얀 곰의 마음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크고 탐스러운 한 알을 온전히 입안에 넣고도 더 많은 '딸기'가 남아 있지만, 나에게 이 세상 최고의 딸기란 어머니가 가족 모두를 위해 접시 위에 여러 조각으로 썰어 놓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딸기는 가난을 이기는 사랑이었음을, 그리고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어머니였음을 깨닫는다. 

 나에게 '딸기'가 가족인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시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이룬 목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작지만 익숙한 것에 대한 소중함, 행복감, 그리고 설렘을 봄이 오니 찾고 싶어졌나 보다. 그리하여 처음 마음을 되찾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그림책이다. 이수진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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