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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도 간판과 등대 모습. 동구 제공
슬도 간판과 등대 모습. 동구 제공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는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답답했던 마스크는 어느새 외출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주말과 휴일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던 영화관 등의 실내문화시설은 혹시나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는 마음에 이용객이 줄어 한적한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최근에는 멋진 자연경관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실외 관광명소가 하나, 둘 떠오르고 있다. 최근 울산 동구에 '사진 맛집' '노을 맛집'으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슬도'를 소개한다.

 

# 일몰때 맞춰 가족·친구·연인 관광객 북적
울산 동구 성끝길 122 (방어동)에 위치한 '슬도'는 최근 SNS에서 소리 체험관 등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는 것과 동시에 멋진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관광명소로 떠오르면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슬도(瑟島)는 방어진항으로 들어오는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바위섬으로,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거문고 소리가 난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12일 오후 5시, 슬도 입구는 '사진 맛집' '노을 맛집'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관광명소답게 연인, 친구, 가족 단위의 많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특히 이날은 계속된 추위가 한풀 꺾이고 온화한 날씨를 보이면서 그동안 추위로 나들이를 머뭇거렸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고, 넓은 슬도 주차장을 빼곡히 채운 차량 들은 최근 슬도가 얼마나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게 했다.


 슬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SEULDO'라는 디자인의 문자 간판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고, 바로 옆에는 '슬도' 이름답게 이곳을 상징하는 '소리의 향기'라는 이름의 청동과 자연석 재질로 제작된 대형 나팔 조형물이 조성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슬도로 들어가는 길에 들어서니 200m가량 이어진 길과 함께 양편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바다는 바쁜 일상 속에 복잡한 일과 고민거리들로 가득한 머릿속을 잠시나마 비우기에 충분했다.

 

소리체험관
소리체험관. 동구 제공

# 랜드마크 무인등대 앞 오션뷰 장관
아치형의 슬도교를 건너가면 슬도 랜드마크인 60년 넘은 무인 등대 슬도등대를 만날 수 있다.
 꾸밈없는 모습의 슬도등대에는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다. 강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버틴 탓에 여기저기 긁힌 등대였지만,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경건한 모습은 눈길을 끎과 동시에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줬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고, 슬도등대를 뒤에서 감싸는 듯한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니, 왜 이곳이 관광객들에게 '노을 맛집'으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또 이곳은 '인생에서 찍은 사진 중에 최고로 꼽을 만큼 잘 나온 사진'이라는 뜻의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날 슬도를 찾은 많은 관광객들은 저마다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고, 넓은 바다, 등대 등 한눈에 담기 어려운 전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방문객들 중에는 SNS 등에서 유명한 '슬도 동굴샷' 포인트를 찾기 위해 슬도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었고, 이미 전문 사진가들에게 슬도는 출사지로 유명한 만큼 전문 장비를 갖춘 사진작가들은 각각의 자리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해는 어느새 저물어가고 일렁이는 바다에 노을빛이 비치는 오후 6시, 슬도 끝에서 바라본 슬도등대의 모습은 아쉽고, 외로운 모습도 보였지만, 수십 년의 세월 동안 굳건히 이곳 슬도를 지켜온 등대는 그 위엄이 오히려 돋보이고 있었다.

 

봄이면 피어날 슬도 해안둘레길 유채꽃. 동구 제공
봄이면 피어날 슬도 해안둘레길 유채꽃. 동구 제공

# 소리체험관 등 이색 체험 명소로 SNS서 인기
한편에는 방문객들의 해가 저물기 전 노을 풍경과 함께 마지막 인생샷을 찍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와 포인트를 찾은 후 연신 눌러대는 카메라 촬영 소리가 슬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소리의 섬 '슬도'는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고, 슬도의 하루는 저물어갔다. 

 이어 슬도를 벗어나 다시 입구 쪽으로 오는 길에도 바다에 비친 노을빛과 경관을 담기 위해 사진 촬영에 몰두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한편에는 고요한 바다와 함께 지난해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듯 우두커니 서서 석양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다시 돌아와 입구 쪽 소리 체험관, 이곳 1층에는 입체영상관과 제1 전시관이, 2층에는 제2 전시관과 소리 카페가 마련돼 있고 부대시설로는 야외 큐브전시관과 소리 조형물이 등이 설치되어 있다. 소리 체험관은 '여음(餘音:소리가 사라지고 난 뒤의 잔향)의 풍경'이라는 컨셉으로, 소리를 조형적으로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건축물이 조성돼 있다. 


 1층 전시관에는 울기등대 모형과 함께 동구의 소리 9경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체험공간을 갖춰져 있고 2층 소리 카페에는 슬도 및 방어진항, 대왕암공원으로 가는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 등 동구의 해안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강원도 참소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에디슨이 만든 축음기, 오르골 등 이색적인 체험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슬도 등대
슬도 등대. 동구 제공

# 봄에는 대왕암공원 둘레길 유채꽃 만개
소리 체험관 뒤쪽으로 돌아가면 고동섬 전망대로 이어지는 대왕암공원 둘레길이 나온다. 이곳은 봄에 만개한 유채꽃이 넓게 펼쳐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겨울이라 형형색색의 꽃들은 보기 힘들었지만, 정면에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함께 바다에 비친 노을은 오히려 꽃들보다 더 다채로운 색감으로 한 장의 사진처럼 멋진 모습을 자랑했다. 이처럼 울산 동구 '슬도'는 여름에는 아름다운 꽃들로, 겨울에는 노을과 멋진 풍경으로 사계절 내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때로는 연인과 데이트 장소로 혹은 가족, 친구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 실외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동구 슬도는 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방문객들에게 잠시나마 쉴 공간과 자연이 주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게 한다.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은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로 우리 모두의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요즘, 관광명소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슬도'를 방문해 새로운 추억을 쌓고 일상에 지친 나에게 잠시나마 휴식 시간을 주는 건 어떨까.  정규재기자 usj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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