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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 언양읍성터 미라니꽝에서 허리를 꾸부린 농부가 미나리를 수확하고 있다.  김동균기자 justgo999@
울주군 언양읍성터 미라니꽝에서 허리를 구부린 농부가 미나리를 수확하고 있다. 김동균기자 justgo999@

언양읍성에는 미나리꽝이 여러 군데 있다. 가지산과 고헌산에서 흘러온 맑은 물로 자라는 언양미나리는 이 지역의 특산품이기도 하다. 언양불고기가 유명하지만 언양미나리도 유명하다. 불고깃집뿐 아니라 대부분의 식당에서 언양미나리가 상에 올라온다. 예전에는 봄에만 먹을 수 있는 봄나물이었지만 지금은 사시사철 맛볼 수 있는 나물이다. 미나리를 지금은 나물로 주로 먹지만 예전에는 약으로도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동의보감'에서 미나리를 수근(水根)이라 하였고 '성질이 평하고(차다고도 한다) 맛이 달고 독이 없다. 번갈을 멎게 하고 정신이 좋아지게 하며, 정(精)을 보충해 주고 살찌고 건강해지게 한다. 술을 마신 뒤에 생긴 열독을 치료하는데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 여자의 붕루, 대하와 어린이가 갑자기 열이 나는 것을 치료한다. 일명 수영(水英)이라고 하는데, 물에서 자란다. 잎은 천궁과 비슷하고 흰 꽃이 피며 씨는 없다. 뿌리도 역시 흰빛이다김치와 생절이를 만들어 먹는다. 또한 삶아서 먹기도 한다. 날것으로 먹어도 좋다. 또한 다섯 가지 황달도 치료한다'라고 하였다.

미나리의 약리작용으로 간 보호, 강심, 항고지혈증, 항산화작용이 있고 감기와 기침, 신경통, 고혈압에 사용할 수 있다. 

한의원에 오시는 분 중 미나리생즙을 먹고 설사를 했다는 분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런 분들은 손발이 차고 추위를 타고 변이 무른 분들이 많았다. 미나리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몸이 찬 분들은 드시지 않는 것이 좋다.

물이 있는곳이면 어디서든 잘자라는 미나리.  김동균기자 justgo999@
물이 있는곳이면 어디서든 잘자라는 미나리. 김동균기자 justgo999@

미나리는 물에서 산다. 미나리라는 이름도 물에서 사는 풀이라는 뜻에서 유래 했다고 한다. 물에서 사는 식물은 성질이 차며 물을 깨끗하게 하는 과정에서 해독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동의보감'에서 미나리는 황달을 치료한다고 하였는데 황달에 더 효과적인 미나리에 대해서 '생태본초'에서는 '같은 미나리라고 해도 좀 더 평지보다는 습지에서 자란 미나리가 황달을 더 잘 치료할 것이다. 그리고 같은 습지라도 오래된 습지나 늪에서 자란 미나리가 황달을 더 잘 치료할 것이다. 오래된 습지와 늪은 습을 더 오래 경험했기에, 습열을 제거한 경험(충, 균, 박테리아 등의 생태 환경)이 더 풍부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사람이 보기에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것보다 살기 힘들어 보이는 환경에서 자라는 미나리의 약성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미나리는 생명력이 강하다.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잘 자란다. 미나리는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금방 무리를 이룬다. 다른 식물도 그렇지만 미나리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식물은 뿌리를 땅에 내리고 이동하지 않는다. 미나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한 곳에 자라잡고 꾸준히 살아가다 보면 결국 번성하게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이른 여름에 하얀 꽃을 피운 미나리.  ⓒ김영덕
이른 여름에 하얀 꽃을 피운 미나리. ⓒ김영덕

미나리는 주로 나물로 먹다보니 꽃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쉽다. 7월쯤엔 미나리 흰 꽃이 핀다. 미나리도 산형과 식물이라서 불꽃처럼 퍼지는 꽃이 예쁘다. 하나하나 핀 꽃도 예쁘지만 무리지어 핀 흰 꽃은 한동안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할 만큼 아름답다.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미나리는 수확을 여러 번 한다. 자르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또 수확할 수 있다. 언양에 사시는 할머니들은 젊은 시절 미나리꽝에서 일하신 분들이 많다. 수확을 자주 하다 보니 젊은 시절 몸을 살피지 못하고 일하게 되어 허리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미나리의 생명력만큼이나 강인한 생명력으로 차디찬 물에서 미나리를 수확하느라 힘든 세월을 살아오신 할머니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된다. 

입춘이 지났다. 여전히 추운 날이지만 봄꽃 피는 나무들은 꽃 피울 준비가 한창이다. 산수유, 매화나무, 백목련은 꽃망울을 틔우며 봄을 준비하고 있다. 광대나물은 이미 군데군데 피어있고 큰개불알풀도 피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이 있었다. 

봄이 올 무렵이면 개울에 나가 미나리를 뜯어오곤 했다.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무쳐 반찬으로 자주 먹었다. 미나리 한 접시면 춘곤증을 이겨내기에 충분했다. 다가오는 봄 다양한 봄나물과 함께 미나리를 밥상에 자주 올려보자.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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