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양이 뜰'
'고양이 뜰'

우연히 고양이가 소재인 동화책 두 권을 연이어 읽었습니다. 한 권은 낙천적인 길고양이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명랑 고양이가 주인공이었고, 이어 읽은 책은 외로움과 슬픔을 사탕처럼 물고 사는 사람들과 동물이 함께 살며 그 힘겨운 시간을 이겨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동심의 책방에 올리고자 하는 책은 길지연 동화작가의 '고양이 뜰'입니다. 

 이 동화책은 책 내용에 앞서 동화를 쓴 길지연 동화작가부터 소개해야겠습니다. 길 작가는 수많은 캣맘 아동문학가 중 대표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30여 마리의 길고양이 엄마로 고양이들의 끼니를 챙기고 아픈 동물은 치료해 줍니다. 또 위험에 처한 동물 구조에 앞장서고 이와 관련된 잘못된 일에 맞서기도 합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동물들을 위한 작가의 삶은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삶의 표상으로 충분합니다.
 동물보호 활동가를 부모로 둔 소녀는 사고로 아빠를 잃고 새로 온 도시로 전학을 옵니다. 돌아가신 아빠의 몫까지 보탠 듯 동물 구호하는 데 열심인 엄마와 새 친구를 만나지만, 아빠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그런 중에 낡은 건물에 살면서 동물 구조하는 아저씨를 만나고, 그 아저씨한테서 돌아가신 아빠를 봅니다. 자연스레 이웃으로 지내게 되는 전설의 할머니와 쌍둥이 가족에게서 각자 가진 외로움과 슬픔을 보면서,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마침내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위로하며 이겨냅니다.
 
 "동물들, 특히 개를 처음 대할 때 바싹 다가가면 공격하는 줄 알아. 시선을 마주치면 안 돼.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몸을 낮추고 부드럽게 말해야 해."
 "갑자기 손을 펴면 싸우자는 신호야. 바로 덤빌 수가 있어. 주먹을 쥐고 개가 다가오면 가만히 냄새를 맡게 해 줘야 해. 냄새를 다 맡고 안심이 되면 인정하고 몸을 비비거나 꼬리를 흔들거든."
 '엄마의 손전등이 하수구 아래를 비췄다. 깊은 동굴 같은 바닥에서 깜박거리는 두 눈동자……. 온몸은 이미 구정물에 반이 잠겼다. ……. 엄마는 들고 온 긴 담요를 하수구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 엄마는 참치 통조림을 열어 국물을 담요 위로 흘려보냈다.' 
 "생선 냄새가 강해야 바로 타고 올라와."
 "자, 배고프지? 어서 타고 올라오렴."

조희양 아동문학가
조희양 아동문학가

 하수구에서 두려움과 굶주림으로 이틀을 보낸 고양이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구할 수 있는지 아는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장면입니다. 재롱둥이 고양이의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아닌 로드 킬당한 고양이의 섬뜩한 묘사, 소비재 취급으로 버려지는 고양이 등을 등장시킨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 보았는데, 뜨거운 모성애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저런 상황으로 위험에 빠지는 가엾은 동물들을 자식으로 여기는 사랑의 마음. 숭고하기까지 한 작가의 동물에 대한 사랑은 마침내 아름다운 '고양이 뜰'을 만듭니다.
 동화 속에서만이 아닌 마을마다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뜰, 슬픔도 외로움도 치유되는 사랑의 '고양이 뜰'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조희양 아동문학가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